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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이번에는 인권침해 피해자로 둔갑, 안타깝다



칼럼

    [논평]이번에는 인권침해 피해자로 둔갑, 안타깝다

    CNN 인터넷판 캡처

     

    "65세의 전 리더가 더럽고 차가운 감방에서 지내고 있으며 계속 불이 켜져 있어 잠들 수 없다."

    미국 CNN 방송이 17일(현지시간)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제법률팀을 맡고 있는 국제 법률자문기관인 MH그룹으로부터 단독 입수한 ‘인권상황에 대한 보고서’ 초안이라며 보도한 내용이다.

    이 보고서는 박 전 대통령이 구치소 수감과정에서 심각한 인권침해를 당하고 있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이 허리통증, 무릎과 어깨 관절염 등 만성질환과 영양부족 등으로 고통받고 있고 상태가 점점 나빠지고 있지만 적절한 치료를 받고 있다는 증거는 없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이 문건은 곧 유엔인권위원회에 제출될 예정이라고 한다.

    유엔 인권위원회가 앞으로 한달 안에 한국 인권보고서 작성을 위한 검토에 착수할 예정이어서 이에 맞춰서 준비된 것으로 보인다.

    이에따라 박 전 대통령의 구속과 수감과정에 인권침해의 소지가 없었는지가 국제사회에서 집중 조명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CNN은 “유엔 인권위가 한국에 처벌을 부과하고 박 전 대통령에게 유리한 결정을 내릴 권한이 없다”며 “그녀의 현 상황에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국정논란 사태로 탄핵받고 수감된 박 전 대통령이 갑자기 인권침해 피해자로 둔갑해 유엔무대에서 조명되는 것은 우리를 어리둥절하게 한다.

    어떤 과정을 통해 이렇게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인권침해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의 형사 재판을 변호했던 변호인단은 이같은 보도 내용에 대해 “잘 모르는 얘기”라고 했다고 한다.

    이 문건의 주장에 박 전 대통령의 의사가 얼마나 반영된 것인지도 분명치 않다.

    박 전 대통령이 모른 가운데 국내외의 많은 박 전 대통령 지지 세력이 나서 꾸민 것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박 전 대통령의 이른바 국제법률팀이 박 전 대통령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움직인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다.

    CNN은 국제법률팀을 맡은 MH그룹이 박 전 대통령의 한국 변호인단과는 달리 법적, 외교적으로 국제적인 사건의 자문을 맡고 있다고 보도했다.

    박 전 대통령의 의사가 반영됐다면 이는 자못 충격적이다.

    자신의 수감생활에 대해 유엔 인권위원회에 문제를 제기할 정도로 인권침해가 심각하다고 보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박 전 대통령의 수감생활과 관련해서는 일부 극성 지지자들을 제외하고는 인권침해 논란이 일었던 적은 없었다.

    오히려 처음 수감됐을 때부터 구치소가 일반수용자 6~7인이 함께 쓰는 방을 개조해 만든 방을 혼자 사용하는 등 박 전 대통령이 전직 대통령으로서 지나친 특혜를 누린다는 시비가 일었다.

    수감 기간 하루 한번이 넘게 변호인을 접견하고 수시로 교정공무원과 구치소장을 면담한 사실을 놓고 ‘황제수용생활’이라는 비판까지 제기되기도 했다.

    “불을 계속 켜놔 잠들 수 없다”는 주장도 구치소의 현실을 도외시한 것이다.

    구치소에서는 취침시간에도 수용자 관리, 보호를 위해 움직임을 관찰할 수 있는 정도의 조도는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구치소에서 호텔 수준의 대우를 요구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등의 네티즌들의 비아냥이 나오고 있는 이유이다.

    만성질환과 영양부족으로 고통받고 있고 적절한 치료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도 외부 전문의료시설에서 2차례 진료를 받았다는 점 등으로 볼 때 설득력이 떨어진다.

    그럼에도 수감생활을 인권침해로 몰고가는 것은 박 전 대통령이 아직도 국정논란이라는 큰 잘못을 저질러 대통령직에서 탄핵돼 수감됐다는 현실을 제대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법원의 구속기간 연장 결정에 대해 사실상 ‘재판 보이콧’을 선언한 박 전 대통령으로서는 능히 가능한 일이다.

    국정논란 사태로 우리 헌정사에 큰 오점을 남긴 당사자가 사죄와 반성은커녕 “법치의 이름을 빌린 정치보복”을 당하고 있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의 심정은 안타깝기 짝이 없다.

    한 때 국민 절반 이상의 지지를 받았던 대통령이 맞나 할 정도로 실망이 크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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