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리원전 3,4호기 한수원 제공구원파 유병언 일가 계열사로 알려진 A사가 핵 폐기물 처리 사업에 진출하는 과정에서 청와대가 개입한 것으로 의심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남부지방법원 제15민사부(재판장 이광영)는 12일 A사가 CBS를 상대로 낸 '정정보도 및 손해배상청구(2017가합101387)' 선고 공판에서 "CBS 보도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핵 폐기물 처리 설비 납품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의 공정성에 관한 의혹을 제기한 것으로 공공의 이익을 위한 보도라고 할 수 있고, 보도 내용을 진실이라고 믿을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판결했다.
CBS는 지난 해 12월 22일자 단독 기사 <세월호 유병언 일가 계열사 약진 이유…"청와대 있다" 폭로>에서 페인트 전문 기업인 A사가 신고리 원전 5,6호기의 방사성 폐기물 처리업체로 선정 된 과정에 대한 의혹을 보도한 바 있다.
CBS는 이 기사에서 페인트 전문기업 A사가 핵폐기물 처리 전문 업체들을 제치고 연이어 원전 핵폐기물 처리 업체로 선정된 것과 관련해 입찰 과정은 공정했는지, 기술력은 갖고 있는 지를 집중적으로 파헤쳤다. 이를 통해 A사가 핵 폐기물 처리에 대한 기술력이 부족하고, 사업을 수주하는 과정에서 청와대 개입 의혹 등이 있다고 폭로했다.
재판부는 A사가 유병언 계열사가 맞는지, A사가 핵 폐기물 처리 기술력이 있는지, 청와대가 개입 했는지, 박근혜 전 대통령의 UAE원전 비즈니스와 관련이 있는 지 등 4가지 쟁점에 대해 집중 심리했다.
첫째, 재판부는 A사가 유병언 일가가 지배하는 계열사란 사실을 확인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세모그룹 전 회장 유병언은 '아해'라는 이름으로 사진 작가 활동을 했고, 회사 상호를 바꾸기 전 상호가 '아해'였던 점 그리고 유병언의 아들과 비서 등이 지분을 가지고 있는 일종의 지주회사 격인 아이원아이홀딩스가 A사의 최대주주인 점을 들어 A사가 유병언 일가 계열사란 기사 내용이 허위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또, "A사의 대표이사를 지낸 이OO, 이△△이 유병언 등과 공모해 회사 자금을 횡령해 유죄 확정 판결을 받기도 한 점을 미루어 유병언 일가의 계열사라는 기사 내용이 허위라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둘째, 재판부는 A사의 핵 폐기물 처리 기술력에 대해서도 의문을 표시했다. 재판부는 "2009년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이 발주한 신고리원전 3,4호기 폴리머고화설비(방사성 폐기물 처리 설비) 납품 입찰 절차에서 A사가 낙찰 받은 것과 관련해 한수원 부설 원자력발전기술원 B연구원이 A사에 설비에 관한 전문지식과 입찰정보, 기술정보 등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금품을 수수해 유죄 확정 판결 받은 점(대법원 선고 2015도12131), 한수원 입찰 경험이나 설비 원천 기술 없이 한수원의 기술평가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B연구원으로부터 기술과 정보를 제공받아 한수원과 설비 납품계약을 체결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또, "A사가 2009년 1월 방사성 폐기물 고화용 폴리머 조성물 특허, 2011년 1월 방사성 폐액 과립화장치에 관한 특허를 각각 출원하였으나 이 기술 분야에서 통상의 지식을 가진 자가 쉽게 발명할 수 있다는 이유로 특허 거절 의견 통지를 받고, 보정 과정을 거쳐 특허를 취득한 점 등을 볼 때 A사가 국내외 원전에 방사성 폐기물 처리 설비 납품업체로 선정되기에 충분한 기술력 갖추고 있었는지 의문이 든다"고 밝혔다.
셋째, A사와 청와대의 유착관계에 대해서도 의심했다.
재판부는 "A사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2008년부터 박근혜 정부 첫해인 2013년까지 매출액이 57%(288억원)나 크게 증가했고, 2009년부터 2013년까지 해마다 적게는 1,208만원 많게는 7억 5,515만원의 국고보조금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2013년 7월에는 산업은행으로부터 당시 당기순이익의 2배가 넘는 '창조경제 특별자금' 지원받으면서 금리혜택을 누렸고, 정부국책사업으로 시행되는 원전사업에 별다른 실적이 없던 A사가 2009년부터 연이어 핵폐기물 처리 설비 납품업체로 선정된 점도 의심된다"고 밝혔다.
아울러 "유병언과 측근들이 정,관계 인사들에게 로비하였다는 의혹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던 점 등을 미루어 청와대 개입을 의심할만한 사정이 없지 않다"고 판결했다.
마지막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 2014년 5월 세월호 참사로 시국이 어수선하던 당시 갑작스럽게 아랍에미리트를 순방해 원전 설비식에 참석했을 때 A사가 핵 폐기물 처리 설비의 납품을 수주했고, 회사 상호를 변경한 점 등을 볼 때 청와대 개입 의혹을 보도한 CBS기사가 허위라고 볼 충분한 증거가 없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 같은 이유로 A사의 정정보도청구를 이유 없다고 판시했고, 손해배상청구 역시 이유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