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제주소방서-아라초 구간에 중앙우선차로제가 실시됐다. 이날 오전 제주시 중앙여중고 교차로 모습 (사진=문준영 기자)
"혼란스럽다"
20일부터 대중교통 중앙우선차로제가 시범 운영된 제주시 아라초등학교와 제주소방서 사거리까지 1.4㎞ 구간.
중앙여자고등학교와 제주여중·고, 아라중 등 학교들이 밀집되고 평소에도 교통 혼잡이 극심한 지역으로, 예상된 혼란이 빚어졌다.
버스 이용자들이 중앙차로제를 몰라 버스 정류장을 헷갈리는가 하면, 버스 운전자도 차선이 헷갈려 역주행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실제로 이날 오전 제주시 중앙여중고 교차로에서 아라동으로 올라가던 버스가 반대편 중앙우선차로로 역주행하는 일이 벌어졌다.
중앙차로제를 알리는 파란색 선 차선이 그려져 있었는데도 역주행이 이뤄졌고 다행히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다. 자치경찰이 중간 지점에서 지도에 나서면서야 혼란은 중단됐다.
중앙우선차로구간에선 1차로는 버스와 택시, 전세버스, 교통약자이동지원센터차량만 이용할 수 있다.
자가용 등은 일반차로에서만 운행해야 하고 교차로 앞의 경우 2차로는 좌회전, 3차로는 직진, 4차로는 직진이나 우회전이 가능하다.
20일 제주여중고교 교차로 인근 버스 정류장 (사진=문준영 기자)
제주시 용담에서 아라동으로 출퇴근하는 김모(28)씨는 "중앙차로제 자체가 헷갈리기도 하지만 문제는 학생들 안전"이라며 "오후 5시쯤 되면 아라동 도로에 학생들이 쏟아져 나온다. 도로 한가운데 정류장이 있어서 어둡고 비가 올 때는 위험해 보인다"고 말했다.
김씨는 또 "안전도 문제지만 운전자 입장에서 본질적인 문제는 차가 막히는 것"이라며 "현재 시범운영 구간이 교통이 원활하다고 해도 제주시청과 법원 사거리의 공사가 늦어지면서 결국 전부 막히고 있다"고 지적했다.
20일 제주소방서 도로 (사진=자료사진)
아라초-제주소방서 구간은 첫 중앙차로제 시행이라 혼란스러웠지만 교통 흐름은 대체로 원활했다. 하지만 이 구간과 이어지는 광양로터리-법원 구간의 교통 정체로 전체적인 막힘 현상은 해소되지 않았다.
제주시청에서 법원으로 올라가는 도로. 공사 등으로 차량 정체 현상이 심각하다. (사진=문준영 기자)
이날 현장에 나온 제주도청 오정훈 교통항공국장은 "오전에 버스 2대 정도 역주행했다 바로 잡은 경우가 있었다"며 "하지만 첫 시행임에도 대체로 원활한 것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오 국장은 "이용자분들은 버스가 가로변에서 중앙으로와서 방향성에서 혼선을 빚기도 했지만 생각보다는 잘 지켜지고 있다"며 "11월부터 해당 구간이 개통되면 불편한 부분이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제주도는 당분간 시범 운영 구간에 오전 6시부터 오후 9시까지 모범운전자와 운수업체 종사자, 공무원 등 하루 30명을 3교대로 투입, 주요 교차로와 횡단보도, 버스정류장 등에 배치할 예정이다.
광양로터리-제주소방서 1.4㎞ 구간도 10월 말까지 작업을 마무리해 11월부터는 중앙우선차로제를 공식 시행할 예정이며 도로 중앙 12개 정류장에서 버스 승하차가 이뤄진다.
아라초 사거리와 제주여고 사거리 등에서 허용되던 10개 U턴 구간은 폐지된다.
신호체계는 우선차로 신호등과 일반차로 신호등으로 구분되는데 1차로를 이용하는 버스나 택시 등은 우선차로 신호체계를 따르고 승용차 등은 우선차로신호등 옆에 있는 일반신호등의 신호를 보며 운행해야 한다.
한편 제주도는 지난 8월 26일 대중교통 체계를 전면 개편하며 중앙우선차로제와 가변차로제 시행계획을 밝혔다.
중앙우선차로제 구간은 이미 시행되고 있는 공항입구~해태동산 입구 0.8㎞ 구간을 비롯해 11월에 완전 개통할 제주시 광양사거리~아라초등학교 2.7㎞ 구간이다.
또 가변차로제는 제주시 무수천 사거리~제주국립박물관 11.8㎞ 구간에서 시행되고 있다.
중앙차로제는 편도 1차로를, 가변차로제는 편도 3차로나 4차로를 각각 버스 등 대중교통만 이용하게 하는 버스 우선차로제다. 다만 가변차로제는 출퇴근 시간인 오전 7시~9시, 오후 4시 30분~7시 30분까지만 운영되고 있다.
제주도는 가변차로제 구간인 제주시 무수천 사거리~제주국립박물관 11.8㎞ 구간도 내년에는 중앙차로제로 변경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내년 4월까지 실시설계를 마무리하고 곧바로 공사에 돌입해 내년 하반기에는 중앙차로제를 시행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