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제72주년 경찰의 날 기념식에서 경찰특공대의 대테러 진압 시범이 펼쳐지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검·경 수사권조정'을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고 언급하자 이를 염원하던 경찰은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문 대통령은 20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제72주년 경찰의 날 기념식에서 "수사권 조정은 국민의 인권보호를 위해 꼭 해야 할 일"이라며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서는 경찰과 검찰 두 기관의 자율적인 합의를 도모하고 필요할 경우 중립적인 기구를 통해 결론을 내리겠다는 방침이다.
경찰은 현재까지 이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는 않았지만 이날 대통령의 언급을 바탕으로 수사권 독립을 준비하는 작업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대표적인 수사권 독립론자인 황운하 울산청장(치안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대통령의 의지가 확고하다고 느낄 수 있었다"면서도 "놓치지 않고 하시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시간이 지날수록 개혁의 '골든타임'이 지나고 추진동력이 약화할 수 있어 우려가 되는 것도 사실"이라며 "올 11월부터 논의를 본격화하고 내년에는 실행에 옮길 수 있도록 로드맵을 치밀하게 세울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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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선 현장에서 근무하는 경찰관들도 대체로 반기는 분위기다.
수도권의 한 경찰서 A 경정은 "대통령께서 구체적인 방법까지 언급하셨으니 기대가 크다"며 "단지 '잘해달라'고 요구만 했던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과는 달리 잘 하실 거라 믿는다"고 말했다.
서울 지역 B 경장은 "설마 진짜 수사권 독립이 될 수 있을까 싶으면서도 기대가 된다"며 "중립적인 기구로 결론을 빨리 내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밝혔다. C 순경 역시 "대통령도 의지가 있고 앞서 우병우 사건도 있었고 하니까 분위기는 이미 무르익은 게 아닌가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앞으로 수사권 관련 논의에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되는 만큼 우려가 된다는 반응도 나왔다. D 경위는 "아직 수사권 조정을 '추진한다'는 수준일 뿐이지 않느냐"며 "요즘 이영학 수사나 '물대포' 말단직원 기소, 성추문 등으로 내부의 어려움이 많은 상황이라 감흥이 크지 않다"고 토로했다.
경찰은 최근 수사권 조정의 선결조건으로 지목된 '인권경찰'로의 탈바꿈을 위한 내부개혁을 준비하고 있다. 법무부와 검찰 역시 내부 위원회를 통해 수사권 조정에 대한 외부 의견을 수렴하는 중이다.
한편 문 대통령은 이날 기념식에서 "경찰의 눈과 귀가 향할 곳은 청와대나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아니다"라며 "경찰의 정치적 중립과 독립성을 보장할 것이니 오직 국민을 위해 복무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