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과열의 '주범'으로 손꼽혀온 서울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이 '불법의 온상'이었음을 보여주는 정황들이 속속 드러나면서, 솜방망이 수준의 처벌은 물론 시공사 선정 방식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재건축 사업은 엄연히 '공공사업'인데도, 천문학적 규모의 사업 수주를 놓고 금품 살포 등 민간 건설사들의 불법 행위가 횡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GS건설의 폭로와 일부 재건축 조합원의 고발로 경찰 수사에 들어간 롯데건설의 불법 정황은 그야말로 '빙산의 일각'이란 게 업계 주변의 얘기다.
수백만원의 현금이나 상품권, 명품가방 교환권이나 고급 가전제품을 공공연히 살포해왔다는 폭로 이전에도 "이사비만 7천만원을 무상 제공하겠다"거나 "분양가 상한제에 따른 손실분을 모두 떠안겠다"는 식의 수주 경쟁으로 논란이 된 지 오래다.
재건축 사업 한 곳만 따내도 사업비가 대략 1조원에서 많게는 2조원을 훌쩍 넘다보니, 경기 불황 속에 활로를 찾고 있는 건설사들은 그야말로 목숨 걸고 매달린 실정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불법 적발시 적용되는 5년 이하 징역 또는 최대 5천만원의 벌금은 수조원대 사업 앞에 '새발의 피'일 수밖에 없다. 솜방망이 처벌이란 비판이 끊이질 않는 이유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불법 적발시 시공권을 박탈하고 일정 기간 입찰을 제한하는 방안을 뒤늦게 검토하고 나섰다. 빠르면 다음주쯤 제도 개선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관련 처벌을 대폭 강화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시공사 선정 방식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전문성과 정보력이 없는 주민들에게 재건축 시공사 선정을 맡기다 보면, 눈앞의 이익만 좇는 부작용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도시개혁센터 남은경 국장은 "재개발 재건축은 노후한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공익적 목적을 위해 개인의 사유재산권을 제한하는 공공사업"이라며 "용적률을 부풀리는 현행 방식을 개선하고 '돈이 되어선 안되는 사업'으로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선 건설사들이 실제 사업비가 얼마나 들어가는지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재건축 조합원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관할 지방자치단체는 이를 제대로 검증하고, 금융권 역시 사업타당성 평가를 엄격하게 실시해 관련 정보를 주민들에게 알려야 한다는 것이다.
남 국장은 "재개발 재건축이 왜 필요한 사업인지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며 "정부는 개발이익을 철저하게 환수하고 공공성과 투명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거듭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