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김병관 의원실 제공)
한전이 밀양송전탑 갈등해소 특별지원협의회(이하 '특별지원협의회')의 자료를 파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밀양송전탑은 2014년 9월말에 완공돼 가동되고 있지만 여전히 주민들이 반대활동을 계속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료파기로 실상을 은폐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더불어민주당 김병관 의원이 한전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특별지원협의회는 지난 2013년 8월에 발족한 이후 본협의회 30회, 실무협의회 60회로 총 90회의 회의를 비공개로 진행했다.
또한, 2016년 1월 26일 마지막 30차 협의회에서 특별지원협의회에서 생성한 회의록과 회의자료, 속기록 전부를 폐기하기로 의결했다.
특별지원협의회는 밀양송전탑 갈등 해결을 위해 한전과 밀양시가 발족했으며, 13개 특별지원안과 지역특수지원사업비, 공동시설지원 및 태양광 사업 등과 논란이 되었던 마을별 지원금의 최대 40%까지 세대별로 균등 배분하는 개별보상 등 여러 사항을 합의한 회의체였다.
밀양송전탑은 2014년 9월말 완공됐지만 현재에도 30개 마을 중 1개 마을과 아직도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150여 세대의 주민이 여전히 개별보상 수령을 거부하며 반대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특별지원협의회에서 합의한 개별보상과 마을지원금 등으로 주민간 갈등이 지속되어 공동체가 분열되고 있어 협의회 회의에서 어떤 결정을 어떻게 했는지가 향후 갈등관리에 있어 매우 중요한 자료이다. 그런데 특별지원협의회는 합의서, 운영규정, 의결사항을 제외하고 모두 다 파기했으며, 이 조차도 10년간 비공개로 묶어뒀다.
현재에도 공공갈등을 주제로 밀양송전탑 사건을 다룬 석·박사 논문이 다수 발표되고 있고, 한전도 밀양사례를 통해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정작 연구를 위해 가장 중요한 기본자료인 회의록 등이 이미 폐기된 것이다.
김병관 의원은 "정부와 한전은 갈등예방과 사후관리를 위해 밀양송전탑 자료를 유지·보관하는 것이 너무도 당연한데, 정부가 추진한 사업이고 한전의 예산으로 집행·관리되었기 때문에 관련 자료는 넓은 의미의 공공기록물"이라며 "산업부와 한전, 밀양시 관계자까지 참여한 협의회에서 어떻게 자료 폐기가 가능했는지 철저하게 조사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밀양송전탑 갈등은 2005년 주민설명회를 계기로 사업을 알게 된 주민들의 반대가 시작된 이후 2009년 국민권익위원회 주관 밀양지역 송전탑 갈등조정위원회, 2010년 경실련 주관 밀양 송전탑 보상제도 개선추진위원회, 2013년에는 국회의 중재로 전문가협의체가 구성되었으나 합의에 실패하고 파행됐다. 결국 2014년 6월 행정대집행 이후 공사가 완공됐다.
밀양송전탑 사건은 인명피해도 심각했다. 2012년 1월에 이치우(당시 74세)씨가 분신자살 했고, 2013년 12월에는 유한숙(71)씨가 농약을 마시고 음독자살을 했다. 같은 달 권모(53)씨가 자살 기도를 했으며, 밀양주민과 경찰 등이 부상을 입었다. 밀양송전탑 공사 9개월간 38만명의 경찰력이 투입됐으며, 100억원의 경비가 지출되는 등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소요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