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4학년 가드 허훈(사진 오른쪽) [사진 제공=KBL]
"우리에게 이런 날도 있네요"
23일 오전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진행된 2017 KBL 프로농구 국내신인선수 드래프트 신인 추첨 행사. 특별 게스트로 초청된 방송인 이휘재 씨가 추첨 버튼을 눌렀고 온라인 농구 게임 '판타지볼'의 공식 리포터 안혜령 씨는 200개의 추첨볼 중 가장 먼저 튀어나온 공 1개를 잡아들었다.
그 공에는 '부산 KT'라고 적혀있었다. 전체 1순위 지명권 당첨. 평소 표정 변화가 많지 않은 조동현 KT 감독은 마음 속 깊은 속에서 올라오는 기쁨을 참지 못하고 환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2순위 지명권 추첨 순서에서 장내가 크게 술렁였다. '창원 LG'가 적혀있는 공이 나온 것이다. LG는 지난 시즌 조성민을 영입하는 조건으로 1라운드 지명권을 KT에 넘겨줬다. KT가 1순위에 이어 2순위 지명권까지 확보한 것이다.
테이블에 착석한 조동현 감독과 송영진 코치와 구단 프런트 관계자들은 서로 손뼉을 마주 치며 크게 기뻐했다. 타 구단 관계자들은 부러움이 가득 담긴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봤다. KT 앞에 앉아있었던 현주엽 LG 감독은 아예 뒤돌아 레이저 눈빛을 발사(?)하기도.
2순위 추첨이 끝나고 현주엽 감독이 잠시 자리를 비우려고 하자 이휘재 씨가 "가시면 어떡합니까?"라고 농담을 건네며 말렸다. 현주엽 감독도 웃으며 다시 자리에 앉았다.
KT가 드래프트 추첨 행사의 진정한 승자로 우뚝 섰다. 한 구단 관계자는 "우리에게 이런 날도 있네요"라고 말하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KT는 최근 드래프트에서 운이 없었다. 2013년 신인드래프트에서 1~4순위 지명권에 당첨될 확률이 23.5%로 높았지만 불과 1.5%의 확률을 보유한 서울 삼성에게 4순위를 내주고 5순위로 밀려났다. 이종현(울산 현대모비스), 최준용(서울 SK), 강상재(인천 전자랜드) 등 신인 '빅3'의 등장으로 기대가 컸던 지난해에는 6순위 확보에 그쳤다.
부산 KT 조동현 감독(사진 가운데)이 23일 오전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신인드래프트 지명순서 추첨 행사에서 전체 1순위 지명권을 확보한 뒤 구단 관계자들과 기뻐하고 있다 (사진 제공=KBL)
조동현 감독은 "담담한 마음으로 왔다. 작년에 너무 기대를 해서…"라고 말한 뒤 "그래도 상위 지명권이 나오기를 기대하기는 했다. 왠지 올해는 나올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뜻하지 않게 1-2위 지명권이 나와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행사를 앞두고 한 LG 관계자는 조동현 감독에게 "오늘 KT 추첨공 색깔의 느낌이 안 좋다"고 농담을 건넸다. 이에 조동현 감독은 "왠지 1순위로 LG 지명권이 나올 것 같은데"라는 농담으로 받아쳤다. 1순위는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 KT는 최상의 결과를 얻었다.
오는 30일 오후 3시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리는 신인드래프트에서는 공교롭게도 '2강' 체제다. 허재 감독의 둘째 아들인 연세대 가드 허훈과 중앙대 1학년을 마치고 프로 진출을 선언한 중앙대 포워드 양홍석이 1-2순위 지명 후보로 손꼽힌다.
허훈은 기량과 스타성을 두루 갖춘 가드. 양홍석은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누가 1순위 지명을 받을지에 대한 의견은 스카우트들마다 다 다르다.
하지만 KT는 그런 고민을 할 필요가 없다. 조동현 감독은 1-2순위 지명자가 이미 결정된 것 아니냐는 질문에 "남은 일주일동안 부상과 기량 등 여러 부분을 체크하면서 고민할 것"이라면서도 "누구부터 뽑아야 할지"라고 말하며 웃었다.
허훈의 지명 순서는 아직 알 수 없지만 그가 입을 유니폼은 이미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다.
허훈은 "지명 순서에 연연하지 않고 프로에서 내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빨리 팀에 적응해야 한다. 최선을 다하겠다. 프로에 가서 판도를 뒤집어보는 게 목표다. 나의 농구는 이제 시작인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