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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가 현재 운용 중인 모든 컴퓨터(PC)에 특정회사의 CPU(중앙처리장치)가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돼 사실상 특혜에 가까운 불공정 계약 관행에 따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CPU는 컴퓨터에 빠짐없이 들어가는 핵심 부품으로서 전 세계적으로 A사와 B사가 경쟁 중이지만, 국방부는 컴퓨터 도입 사업 시 사실상 A사의 CPU만 쓰도록 '규격화' 해 입찰공고를 낸 것으로 파악됐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진영 의원이 23일 국방부로부터 제출 받은 '운영 PC CPU' 현황에 따르면 현재 국방부에서 운용 중인 PC 약 26만여 대 모두 A사의 CPU만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방부가 사용하는 PC는 다른 부처(행정안전부 약 2200대·통일부 약 1000대·고용노동부 약 1만2000대 등)에 비해 훨씬 많다.
군이 사실상 A사의 CPU만 지정해 납품받은 정황은 곳곳에서 드러났다. 육군은 지난 해 1차 PC 도입사업 과정에서 납품 받을 PC의 '부품 규격'에 A사의 CPU를 지정해 공고했고, 동일 성능의 타 회사 제품에는 별도의 성능증명서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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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당시 사업자들은 고가의 검사비를 지불하고 한국산업기술시험원에 별도의 성능검사를 의뢰해 관련 증명서를 두 차례나 제출했다. 하지만 육군 측에서는 뚜렷한 이유 없이 납품을 거부해 결국 A사 CPU 장착 PC가 납품됐다는 게 의원실 측의 설명이다.
특히 기획재정부는 이와 관련, 국방부와 방위사업청 및 조달청 등에 공문을 보내 CPU 규격을 특정회사 제품으로 한정해 발주하거나, 특정회사 제품이 아니라는 이유로 납품을 거부하는 등의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지만 시정되지 않았다.
육군은 나아가 올해 'PC 도입사업 제안요청서'에서는 CPU 체계 규격에 A사를 단독 지정하기도 했다. 의원실은 "최근 3년 간 각 군 PC 도입사업의 CPU 체계규격 공고를 살펴보면 모든 공고에서 B사 CPU에 대한 성능증명서를 요구했고, 육군의 경우에는 A사를 단독으로 공고한 사례도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A사가 국방부의 모든 PC 도입사업을 독점할 수 있었던 건 불공정한 입찰체계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다.
진 의원은 "A사는 CPU 시장에서 독과점적 지위를 행사하는 회사로, 타 회사 제품과 비교했을 때 30% 가량 비싼 가격에 유통된다. 동등한 조건에서 경쟁해서 A사가 아닌 B사 제품이 선택됐다면 상당한 수준의 예산 절감이 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정사업자의 독점적 지위를 인정하거나 입찰계약에 유리한 조건을 부여하는 것은 공정한 경쟁을 통해 소비자 후생과 국가예산 절감을 유도하도록 한 국가계약법의 정신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PC도입 사업의 입찰 체계 전반을 대대적으로 점검해 이를 시정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