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현의 덩크슛. (사진=KBL 제공)
"신경을 안 쓰려고 하는데…."
이종현(현대모비스)은 지난 시즌 최준용(SK), 강상재(전자랜드)와 함께 슈퍼루키 3인방 중 하나였다. 정확히 말하면 3인방 가운데 최고 유망주였다. 부상으로 출전 경기가 적어 신인왕은 놓쳤지만, 22경기 평균 10.55점 8리바운드 2블록을 기록했다. 평균 기록으로는 최고였다.
그런데 올 시즌 이종현이 주춤하다. 개막 후 4경기에서 평균 6,25점에 그쳤다. 리바운드는 7.75개로 지난 시즌과 비슷하지만, 장기인 블록이 4경기 3개에 그쳤다.
현대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블록이 한 경기에 하나도 안 나온다. 더 근성있게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유는 있었다.
모비스는 외국인 선수를 단신-단신 조합으로 뽑았다. 애리조나 리드를 장신 외국인 선수 레이션 테리로 교체했지만, 이종현의 수비 부담이 크다. 가장 큰 문제는 도움 수비를 들어갈 때 자신의 수비 선수가 비는 것을 두려워 한다는 점.
유재학 감독은 "수비를 적극적으로 하라고 했다. 연습 때부터 자꾸 도움 수비를 들어오라고 이야기했다"면서 "그런데 뒤가 불안해서 못 들어오는 것 같다. 더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대학과 프로의 차이다. 대학 때는 도움 수비를 가고 나서 자신의 매치업 상대를 쫓아가도 승부가 됐다. 하지만 프로는 다르다. 외국인 선수를 맡을 경우 그 격차는 더 클 수밖에 없다.
이종현은 "내가 놓치는 것이다. 알면서도 안 가게 된다. 내가 도움을 가면 내 공격자에게 쉽게 골을 줘 못 가는 부분이 있다. 감독님도 갈 때는 가라고 하는데 잘 안 된다"면서 "대학 때는 줘도 블록을 하면 됐다. 지금은 뚫리면 바로 외국인 선수가 덩크를 한다. 그런 부분이 많이 신경이 쓰인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24일 LG전에서 유재학 감독에게 수비를 지적받았다. LG 가드 김시래의 돌파를 저지하지 못한 탓이다.
이종현은 "수비적인 부분에서 지적을 많이 받는다"면서 "내가 가장 뒷선이기에 다른 수비수들을 도와줘야 한다. 그런데 못 들어와서 시래 형에게 레이업도 주고 그런 부분에 대해 지적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공격은 반대다. 욕심이 앞선다. 유재학 감독이 원하는 이종현의 공격 역할은 간단하다. 물론 미드레인지 점퍼 등 다양한 공격 옵션이 있으면 최선이겠지만, 센터답게 받아먹는 공격만 해도 괜찮다는 생각이다.
유재학 감독은 "공격 움직임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물은 적이 있다"면서 "복잡한 이야기다. 우리가 슛을 쏘면 리바운드 들어가고, 또 스크린을 해주면 된다. 그리고 패스가 오는 것을 받아먹으면 된다. 그럼 10점 이상 나온다.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센터는 그걸 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이종현은 LG전 4쿼터에서만 8점을 올렸다. 파울 트러블에 걸린 김종규를 적극 공략한 덕분이다. 유재학 감독이 원했던 공격이다.
이종현은 "앞선 경기들은 너무 욕심을 냈다. 내가 가진 슛 능력에 비해 너무 과한 자신감을 가졌다. 그래서 슛이 안 들어갔다. 잘 하는 골밑 플레이는 시도도 못하고, 골밑 근처에도 못 들어갔다"면서 "오늘은 골밑으로 들어가려 노력했다. 초반부터 마음 먹고 들어갔다. 몇 개 안 들어갔지만, 자신감을 가졌다. 마침 상대 파울이 많아서 더 공략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