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마천세계로교회에서 예장통합 서울동남노회가 열렸다. 명성교회의 세습을 반대하는 노회원들이 회의장을 퇴장한 가운데 명성교회 김하나 목사 청빙안이 노회를 통과했다.
“명성교회의 김하나 목사 청빙은 가한 줄 아오며,”
“허락이요”
명성교회의 목회세습안이 지난 24일 열린 예장통합총회 서울동남노회 제73회정기회에서 통과됐다. 일사천리였다. 임원을 바꾸고 새롭게 구성된 헌의위원회는 반려했던 명성교회 위임목사 청빙안을 부활시켰다. 그리고 새로 구성된 정치부를 거쳐 노회의 허락을 받았다. 어떤 반대도, 어떤 이견도 없이 통과됐다.
명성교회는 오랜 숙원을 이루게 됐지만 서울동남노회는 파행이었다. 노회원들은 사실상 명성파와 비명성파로 나뉘었고, 스스로 서울동남노회를 ‘명성노회’라고 말하며 자괴감을 드러냈다.
그동안 목회 세습에 대해 어떤 입장도 밝히지 않았던 김하나 목사는 이제 어떤 입장을 취할지, 또 여러 차례 세습금지법이 유효하다는 입장을 내비친 총회는 어떤 대응을 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 24일 마천세계로교회에서 예장통합 서울동남노회 정기회가 열렸다. 교회세습반대운동연대 회원들이 명성교회의 세습 반대를 촉구하는 피켓시위를 벌였다. 그러나 이날 명성교회 김하나 목사 청빙안은 통과됐다. (사진=교회개혁실천연대 페이스북)
◇ 명성 측 “청빙안 거부한 김수원 목사, 노회장 안 돼“명성교회의 세습통과 여부로 관심을 모은 서울동남노회가 지난 24일 제 73회 정기회를 개회했다.
차기 노회장을 승계할 김수원 목사부노회장은 개회예배 설교에서 노회의 바른 결의를 강조했다. 김수원 목사는 “세상 사람들이 아무리 반대해도 그 안에 하나님의 영광과 진정한 평화, 십자가 영성이 있다면 우리는 다 찬성해야 하지만, 아무리 좋아보여도 그것이 하나님의 영광을 가리고, 공교회의 참된 평화를 상실하게 하고, 십자가의 영광이 보이지 않는다면 겸손하게 그것을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회의가 열린 마천세계로교회 밖에서는 목회세습을 반대하는 피켓시위가 진행됐다. 헌의위원회가 청빙안을 반려한 것으로 알려진 상태에서 이때까지만 해도 명성교회가 김하나 목사 청빙안을 어떻게 노회에서 다루게 할 것인지에 관심이 쏠렸다. 그러나 회의는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명성교회 측이 명성교회의 김하나 목사 청빙안을 법적요건에 맞지 않는다며 반려한 김수원 목사(헌의위원장, 목사부노회장)에 대해 직권남용 등을 들어 고소하면서 노회장 승계를 반대하고 나섰다.
이 때부터 노회원들은 사실상 명성 측과 비명성측으로 나뉘어 자동승계냐 표결이냐를 놓고 공방을 벌였다. 고성이 오가는 광경 속에 광성교회 김창인 원로목사는 “노회에서 이렇게 극단적으로 싸우는 모습은 처음 본다”면서 헌의위와 명성교회가 각각 한발씩 양보할 것을 제안했지만, 논쟁은 계속 이어졌다.
그러던 중 오후 5시 무렵 노회장인 고대근 목사가 끝내 표결을 강행하겠다고 하자, 비명성 측 노회원들이 반발하며 회의장에서 퇴장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명성교회 세습을 반대하는 노회원들이 회의장 밖으로 나와 "세습은 불법"이라고 외쳤다. 100여명이 회의장을 빠져나오면서 노회는 정족수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들은 회의장 밖에서 더 이상 회의를 할 수 없다면서 “김하나 목사 세습, 명성교회 세습은 불법”이라고 외쳤다. 일부 노회원은 “우리노회가 왜 명성의 입장만 다루어야 하느냐”며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결국 100여명의 노회원이 회의에 복귀하지 않은 가운데, 남아있는 노회원들은 김수원 목사의 노회장 승계여부를 표결에 부쳐 173표 가운데 반대 138표로 승계를 부결시켰다. 그리고 새로운 노회장으로 최관섭 목사(진광교회)를 선출했다.
새 노회장 체제에서 새로 구성된 헌의위원회는 전 헌의위가 교회로 돌려보낸 명성교회의 청빙안을 다시 정치부로 배정했다. 정치부는 김하나 목사의 청빙이 가하다고 허락했고, 노회원들도 ‘허락’을 외치면서 명성교회는 김하나 목사 청빙에 필요한 법적 절차를 사실상 모두 마무리했다.
◇ 명성 대 비명성으로 나뉜 노회... '명성노회' 자괴감 명성측이 표결을 주장하는 이유는 표결로 갈 경우 명성 측이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는 다른 노회원들도 대부분 인지하고 있다.
현재 명성교회 소속 노회원은 80명에 이른다. 여기에 명성교회 부목사 출신들과 명성교회의 지원을 받는 미자립교회들을 포함하면 친명성 측의 비율이 절반이 훌쩍 넘는다는 거다. 게다가 “노회 예산의 절반 이상을 명성교회가 감당하고 있으니 그 입김이 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한 노회원은 “특정교회 세력이 절반이 넘는 현실에서 이같은 일을 막아보자고 부노회장의 노회장 승계를 법적으로 명시한 것인데, 이 조차 무너지게 됐다"며 허탈해 했다.
또 다른 노회원은 반대진영이 빠져나간 가운데 빠르게 진행되는 회의를 보며 “‘명성노회’나 다름 없다. 이미 명성노회였다“고 말했다.
서울동남노회 취재진들이 회의장에 들어가지 못하고 로비에 있는 TV 화면으로 회의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노회는 사전에 취재를 허락하지 않았다며 취재진을 모두 회의장 밖으로 내보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로비의 TV마저 꺼졌다.
◇ 명성 “이번엔 반드시 이뤄낸다” ..꼼수도 엿보여 명성교회 측이 이번에 반드시 김하나 목사 청빙건을 통과시키겠다는 의지는 곳곳에서 읽혔다. 한 노회원은 “이번에 청빙안 처리 못하면 명성 장로들 다 사퇴해야 한다고 명성교회 장로가 직접 말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꼼수도 드러났다. 헌의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명성 측에서 김하나 목사 청빙안을 스스로 반려시켜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헌의위에 보류되느니 청빙안이 반려될 경우 부전지를 붙여 정치부로 바로 올려 보낼 계획이었던 것이다. 이같은 내용이 알려지면서 김수원 목사는 이런 사유로 반려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며 명성교회 측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오해를 살 만한 부적절한 행위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노회를 앞두고 미자립교회 목회자들을 불러 식사대접을 하면서 금전적 지원을 약속하기도 했다는 거다.
한 미자립교회 목회자는 “명성에서 미자립교회들에 다달이 선교지원금을 보내주긴 하지만 만나서 식사를 하는 경우는 처음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식사기도에서 김하나 목사 청빙이 이뤄지게 해달라고 기도하고, 김하나 목사 청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기도 했다”며 부담과 불편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 목회자는 “미자립교회로서 명성교회의 지원 받기 때문에 말하고 싶어도 말하지 못하는 게 있다”면서, “노회를 앞둔 상황에서 이런 물질 공세는 순수한 도움이라기 보다는 저의가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부적절한 처사를 꼬집었다.
◇ 노회장 투표 적법성 논란일 듯... 김하나 목사, 총회 입장 관심하지만 이번 서울동남노회 정기노회와 관련해 회의 진행의 적법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노회장 관련 투표 당시 정족수가 미달된다는 거다.
회의규칙 8조 2항에 따르면 ‘개회와 속회의 정족수는 재적과반수이고, 표결시에는 재석을 파악할 것을 명기하고 있다. 41조에서도 재적 과반수 출석으로 개회하고 출석 과반수로 의결하도록 돼 있다.
서울동남노회의 노회원은 모두 450명, 개회 때 출석은 300명이었다. 하지만 투표 당시에는 173명으로 재적과반수(225명)에 미달했다.
투표를 진행한 이들은 퇴장한 사람들은 기권한 것이라며 재석으로 인정된다는 입장이지만, 비명성 측은 일반적으로는 표결 전 재석을 다시 계수해야 한다며, 투표부터 이후의 결의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어 향후 표결 등의 효력을 놓고 법적 다툼이 예상된다.
명성교회 청빙안이 노회를 통과하면서 김하나 목사의 행보가 어떻게 진행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하나 목사는 지난 3월 명성교회가 공동의회에서 합병안과 청빙안을 모두 통과시켰지만 어떤 응답도 하지 않은 상태다.
새노래명성교회에 애정이 깊은 것으로 알려진 김하나 목사가 노회 허락까지 받은 지금은 어떤 입장을 취할지 관심이다. 또 새노래명성교회 교인들의 반응도 주목된다.
예장통합총회도 어떤 입장을 취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최기학 총회장은 이미 세습금지법이 유효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고, 세습금지법에 대한 노회 질의에 대해 총회 헌법위원회 역시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아 세습금지법은 아직 살아있다’는 유권해석을 총회 임원회에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총회 임원회는 다음 달 초 회의를 소집해 헌법위 해석을 다루기로 해, 앞으로 노회에 어떤 답변을 보낼지, 또 유권해석에 위배되는 노회 결의에 어떤 조치로 법질서를 잡아갈지 고민이 깊어지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