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4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정부의 가계부채 종합대책에 이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예고 등으로 경제충격이 예상되는 가운데 금리인상의 속도 조절론이 제기되고 있다.
잇따른 긴축으로 경제사회 전반에 무차별적 충격이 예상되지만 한국 경제가 이를 감내할 정도로 기초여건이 튼튼한 지에 대해선 많은 의문이 따르기 때문이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이르면 11월 말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있다.
이날 오전 발표되는 한은의 3분기 경제성장률 속보치가 0.8% 이상으로 나와 연간 3% 성장률 달성에 근접하면 가능성이 더 커진다. '경기와 물가 흐름이 기조적일지 판단할' 근거 자료가 되기 때문이다.
한은은 기준금리 인상의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뚜렷한 경기회복세'를 들고 있지만, 경기회복이 더디더라도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12월 기준금리 인상 예고 등 글로벌 금리인상이 임박한 상황이다.
기준금리 인상은 10여년간 이어져온 저금리 유동성 잔치의 종언과 긴축 고통의 시작을 의미한다. 한번 통화정책의 방향이 전환되면 속도가 문제일 뿐 수년간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정부와 기업, 가계 등 모든 경제주체가 모두 긴축의 길고 어두운 터널 앞에 놓여 있는 셈이다. 2014년 최경환 경제부총리 시절 취해진 부동산 경기부양책과 저금리 정책의 대가다.
뚜렷한 회복기미를 보이지 않는 경기는 꺽일 가능성이 있다. 특히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도 타격이 예상된다. 가계부채가 처분가능소득의 1.5배를 넘어선 상황에서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지면 소비는 더 위축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 23일 국정감사에서 여당 의원들이 금융완화를 끝낼 정도로 "성장과 고용의 문제가 해결됐다고 보느냐"고 잇따라 우려를 나타낸 것도 이런 배경이다.
저금리로 버텨온 한계기업의 무더기 도산과 이에 따른 금융기관의 부실채권 증가도 예상된다.
1400조원 대의 빚을 짊어진 가계는 직격탄을 맞을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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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가계부채 연착륙을 위해 다주택자 돈줄 죄기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종합대책을 내놓았지만 지난 정권의 권유로 경쟁적으로 빚을 내서 집을 샀던 대출자들은 이제 고금리의 고통에 직면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가계부채의 54%는 주택담보대출이다.
특히 자산을 모두 팔아도 빚을 갚을 능력이 없는 고위험 31만5천 가구는 시한폭탄이다. 대출금리가 1%포인트 올라갈 때 이들 고위험가구가 2만 5천가구 늘어나는 것으로 한은은 추정하고 있다.
정부가 이 번 가계부채대책에서 취약차주 40만명의 채권 1조 9천억원 소각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취약차주의 부채는 지난 6월말 현재 80조 4천억원에 이른다.
정부 스스로도 지난해 말 기준 1천90만 가구가 보유한 가계부채 1천343조 원 가운데 100조원은 이미 부실화 정도가 심해 상환이 불가능하고 94조원은 부실화 우려가 있는 것으로 분류했다.
정부의 잇따른 부동산대책, 가계부채 종합대책에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은 불에 기름을 끼얹는 격이 될 전망이다. 정부 대책이 새로 빚을 내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라면 기준금리 인상은 이미 얻은 빚의 원리금 상환 부담을 키울 수 밖에 없다.
한국은행의 통화완화 정책이 경기부양 효과를 가져왔는지에 대해선 논란이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사진=박종민 기자)
이주열 총재는 국정감사에서 "워낙 경기가 안좋았으므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며 "작년 하반기 이후 경기회복세는 통화정책 완화기조가 상당부분 기여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조성훈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다섯 차례에 걸친 기준금리 인하로 경기가 크게 살아났다거나 하는 효과는 보지 못한 채 가계부채와 부동산시장 거품 등 부작용만 키워왔다"고 평가절하했다.
하지만 지난 정부의 경기 부양책에 따른 부작용 확산 방지와 글로벌 중앙은행들의 긴축 전환으로 통화정책 정상화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데 대해선 대체로 이견이 없다.
조 교수는 "기준금리를 한꺼번에 급격하게 올리면 충격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점진적인 조정이 필요하다"며 "3%대 초반이 적정 시중금리라고 본다면 기준금리는 점진적으로 2%대 수준이 돼야 정상"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금리인상의 폭 0.25% 포인트를 설명하면서 "금리 변동이 너무 급격해서 시장에 충격을 주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한은 출신의 박성욱 금융연구원 거시·국제금융연구실장도 "금리를 빠르게 올리면 경제 변동성을 높이고 경제 전반에 충격을 줄 수 있다"며 "한은도 북핵문제나 부동산정책의 영향등을 봐가면서 속도조절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