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유연석 기자/노컷뉴스)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이 사실상 ‘조건부 허가’를 받았다.
문화재위원회는 25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 천연기념물분과 회의에서 '설악산 천연보호구역(천연기념물 제171호) 내 오색삭도(케이블카) 설치와 관련한 문화재 현상 변경 안건에 대해 심의한 결과 '부결' 결론을 냈다.
문화재위원회는 “심의 결과 2016년 제12차 문화재위원회(12.28.)의 부결사유와 마찬가지로 오색삭도 설치와 운영이 문화재에 영향이 크다는 것을 재확인하였다”고 했다.
하지만 "중앙행정심판위원회의 행정심판 재결의 기속력에 따라 동일한 사유로 같은 내용의 처분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문화재청에서 행정심판법에 따라 행정처분 시 저감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덧붙였다.
이는 문화재위원회는 케이블카 사업 허가 안건을 부결시키지만, 문화재청은 행심위 결정을 따라야 하므로 '문화재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조건으로 케이블카 사업을 허가할 수 밖에 없다는 의미이다.
지난 6월 국민권익위원회 소속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케이블카 사업을 승인하라고 결정한 바 있다.
결국 문화재청은 자문기구인 문화재위원회의 '부결' 결정과는 달리 현상변경을 허가해줄 것으로 보인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문화재위의 결론은 부결이지만, 문화재청이 행정기관이다 보니 행심위 결정을 따라야 한다"고 했다.
이어 “ "결론적으로는 조건부로 문화재 현상 변경 허가를 해줄 수 밖에 없을 것 같다"면서 "다만 사업 허가를 내기 위해서는 산양 보호 대책과 문화재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할 방안을 마련하라는 게 문화재위원회의 의견"이라고 덧붙였다.
문화재청이 현상변경을 허가하면 문화재위원회 심의 결과를 수용하지 않는 첫 번째 사례가 된다. 자문위원회인 문화재위원회의 결정은 구속력이 없지만, 문화재청은 이를 거부한 전례가 없다.
(사진=유연석 기자/노컷뉴스)
한편, 설악산 케이블카는 강원도 양양군이 추진하고 있는 사업으로, 양양군 서면 오색리 466번지와 설악산 산 위 끝청 사이에 길이 3.5㎞의 케이블카를 놓는 내용이다.
국립공원 훼손 우려 등으로 문화재 관계자 및 환경단체들과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의 정인철 사무국장은 "부결이라고 하지만 사실살 조건부 허가이다"며 "부결은 결정의 과정이고, 최종 결정은 저감 방안을 강구해서 (케이블카 설치사업을) 하겠다는 입장"이다고 했다.
이어 "오늘 결정사항이 애매한 부분이 있어, 명확한 해석 필요하다"면서 "(문화재청이) 조건부 허가 처분으로 진행할 시에는 이에 대한 책임을 물을 방안을 모색할 것이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