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문화진흥회 구 여권 이사 3인이 오는 7일부터 11일까지 '국제방송 세미나' 명목으로 태국으로 떠날 예정이다. (사진=김수정 기자/자료사진)
MBC 대주주이자 관리감독기구인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고영주, 이하 방문진) 일부 이사들이 내달 초 해외출장을 떠난다. 노조의 파업이 2달 가까이 지속돼 곳곳에서 파행이 일어나고 있고, 새 이사가 선임돼 과거 여야 구도가 역전된 상황에서 부적절한 외유성 출장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방문진 구 여권 이사 3인(권혁철·김광동·이인철)은 태국 방콕에서 열리는 '2017 한-태국 국제방송 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 내달 7일 출국할 예정이다.
이번 세미나는 "태국에서 한국 방송·문화 확산을 촉진하고 협력을 제고하기 위한" 것으로, △태국-한국간 프로그램 교류 활성화 △방송 공동제작 △방송인 양성 등 구체적인 협력을 증대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고 명시돼 있다. 연 단위 사업으로 사업비는 1억 원 정도다.
2013년 미얀마, 2014년 캄보디아, 2015년 인도네시아, 2016년 베트남에서 개최됐고, 올해 행사에도 방문진 이사들과 관계자뿐 아니라 방송·학계 전문가 60여 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 "중차대한 시기에 출장?… 관광 일정 다수 포함돼"지난달 4일부터 김장겸 사장 퇴진 및 방송 정상화를 내걸고 파업 중인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본부장 김연국, 이하 MBC본부)는 27일 노보를 내어 이번 출장의 시기와 내용 모두를 비판했다.
특히 방송통신위원회가 그동안 공석이었던 보궐이사를 선임해 현 여권 이사들이 다수를 점하게 됐고, 고영주 이사장 불신임안까지 올라가 있는 시기라는 점을 강조했다.
MBC본부는 "고영주 이사장 불신임안은 물론 김장겸 사장 해임안을 논의하고 처리해야할 중차대한 시기에, 유독 구 여권 이사들만 출장을 가겠다는 것도 수상하지만 4박 5일간의 태국 일정에 관광 일정들도 다수 포함돼 있는 점도 논란이 됐다"고 지적했다.
24일 오전 서울 상암동 MBC 사옥에서 열린 언론노조 MBC본부 파업 51일차 집회에 참석한 노조원들이 손피켓을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이번 출장 일정표를 보면 첫 날인 11월 7일에는 만찬 외엔 별다른 일정이 없고 8일에는 주태국 한국문화원, 쑈디씨 한류타운를 방문한다. 출장의 본 목적인 '국제방송 세미나'는 3일째인 9일에 열리며, 마지막날인 11일에는 방파인 궁전, 세계문화유산인 아유타야, 방사이 예술센터 등 관광 일정이 몰려 있다.
MBC본부는 이를 두고 "MBC 관리감독기관인 방문진의 설립 취지나 고유 업무와 긴밀한 연관성이 있는지, 적지 않은 예산을 들여 해외에서 개최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방송 교류 활성화라는 목적에 부합하는 성과는 내고 있는지 의심스러운 구석이 한두 가지가 아니"라고 꼬집었다.
이어, "방문진 검사감독을 진행하고 있는 방통위는 당초 사업을 벌인 목적부터 실제 사업 내역과 경비 지출 등에 대해서도 꼼꼼하게 따져봐야 할 것"이라며 "경영평가보고서는 폐기하면 그만인 식이었고, 방통위의 검사감독과 현장점검도 나 몰라라 하던 이들 이사진들이 해외 사업 개최와 외유성 출장만큼은 참으로 열심인 까닭을 MBC본부도 상세히 추적해 볼 것"이라고 밝혔다.
◇ "예정된 일정 취소하는 것도 무책임"MBC를 둘러싼 환경이 급변 중인 상황에서 해외출장을 가는 것에 대한 비판은 방문진 내부에서도 제기됐다. 지난달 19일 열린 회의에서 '외유성'이라는 지적이 나온 것이다.
이에 권혁철 이사는 27일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예정돼 있던 것이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가겠다고 하는 것"이라며 "안 간다고 할 수도 있지만 태국 현지 관계자들하고도 협의가 돼 있기 때문에… 노조가 그걸 갖고 문제 삼아 난감하다"고 말했다.
권 이사는 "MBC의 글로벌 콘텐츠를 알리는 데 방문진이 하나의 역할을 하자 해서, 방송 관계자들하고의 유대를 넓히고 교류를 확장하는 행사"라며 "행사로만 끝나는 게 아니라 (해외 관계자들을) 저희(방문진)가 연수시켜주기도 한다. 이사들도 (행사에서) 나름의 역할이 있다"고 설명했다.
민감한 시기에 해외출장을 가는 것에 대한 비판이 나온다는 질문에는 "물론 저희들도 생각하고 있다. 좀 고민이다"라면서도 "계획 세우고 일정이 다 짜여있는데 취소할 건지 이행을 할지에 대해서는 서로 관점의 차이가 있다고 본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매년 이 시기에 갔다. 갑자기 생긴 일정이 아니라 작년 연말~올해 초에 1년 계획 짤 때 이미 세운 것"이라며 "지난번 회의에서 다른 이사들이 갑자기 생긴 외유 일정인 것처럼 말했는데 그건 아니다"라고 밝혔다
당초 이번 출장은 고영주 이사장까지 4인이 함께 갈 예정이었다. 하지만 고 이사장은 지난 20일 불참 의사를 밝혔다. 본인 거취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던 시점이었다. 취소 사유를 묻고자 연락을 취했으나, 고 이사장은 국감 출석 일정 때문인지 닿지 않았다.
고 이사장의 불참에 대해 권 이사는 "방문진 행사이니 사실 이사장님은 가셨어야 했다. 하지만 본인 상황(거취)이 너무나 불확실하니까 취소하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나머지 이사들도 다 취소한다면 이것도 무책임한 일"이라고 말했다.
한편, 방통위는 구 여권 이사 유의선·김원배 이사가 사퇴해 생긴 공석에 김경환 상지대 언론학부 교수와 이진순 민주언론시민연합 정책위원을 방문진 보궐이사로 선임했다. 방문진은 내달 2일 오후 2시 정기이사회를 연다. 이날 회의에서는 '고영주 이사장 불신임안'을 논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