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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으나마나' 무인텔 나이확인 의무화



사건/사고

    '있으나마나' 무인텔 나이확인 의무화

    종사자 없는 경우에만 해당…"실효성 없다"

    경기도의 한 무인텔 주차장. (사진=고무성 기자)

     

    경기도 외곽의 한 무인텔.

    차량을 이용해 입구에 들어서자 한 대씩만 세울 수 있도록 주차장이 나뉘어 있었다. 한 곳을 택해 주차를 마치자 셔터가 자동으로 내려와 차량을 가렸다.

    계단을 통해 한 층을 올라가니 성인 3명이 겨우 서 있을 수 있는 공간에서는 프런트 대신 무인정산기가 맞이했다. 대실 또는 숙박을 선택한 뒤 1만 원권을 투입하면 반대편 객실 출입문이 열리는 구조였다.

    신분증을 확인하는 과정은 없었다. 단, 정산기에는 '미성년자의 출입을 엄금합니다'라는 글씨가 빨갛게 새겨져 있을 뿐이었다. 복도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 외에는 지켜보는 눈은 없었다.

    인근 무인텔도 같은 방식. 미성년자의 출입을 금지한다고만 고지할 뿐 신분증은 필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들 모두 카드 결제는 프런트에서 직원을 통해서만 가능했다. 자동화 방식이지만 프런트와 직원이 있었던 것이다.

    무인텔은 이 같은 사업의 특성상 CCTV로 밖에 감시할 수 없어 청소년들의 성매매나 이성 혼숙 장소로 이용되는 등 탈선 사각지대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여성가족부는 지난 6월 무인텔에 종사자가 없는 경우 청소년 이성 혼숙을 방지할 수 있도록 이용자의 나이를 확인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추도록 했다.

    청소년보호법도 개정됐다. 무인텔은 청소년의 이성 혼숙 장소로 이용됐어도 투숙객의 신분증·인상착의 등을 확인할 설비나 종사자를 마련하라는 특별한 규정이 없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 성매매에 나선 청소년의 출입을 막지 못한 무인텔 업주에게 무죄를 선고한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개선된 것이다.

    ◇ 미성년자 확인설비 설치? 실효성에 '의문'

    경기도의 한 무인텔 무인정산기. (사진=고무성 기자)

     

    하지만, 정부 정책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설비는 신분증으로 출입자의 나이를 확인하고 신분증의 진위를 지문 대조, 안면 대조 등의 전자식별 방식으로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무인텔들은 대부분 종사자를 두고 있다는 이유로 아직까지 이러한 고가의 설비를 갖추지 않고 있다.

    10년간 무인텔을 운영한 A 씨는 "직원들에게 CCTV로 봤을 때 손님이 어려 보이면 정산기의 프로그램을 정지시킨 뒤 신분증을 확인하도록 하고 있지만 분별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면서도 "나이 확인 설비 또한 피할 방법은 많기 때문에 설치하나 마나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기도 외곽의 한 무인텔 입구. (사진=고무성 기자)

     

    단속 공무원조차도 정부의 대책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시청 위생과 직원 B 씨는 "성인이 먼저 들어가서 정산기로 나이를 확인한 뒤 미성년자에게 문을 열어주면 어떻게 막을 것이냐"며 "미성년자들이 의도적으로 들어오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지적했다.

    단속도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 지자체의 경우 1만 4천 개의 위생업소를 담당하는 직원이 2명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실제로 무인텔이라도 종업원이 있기 때문에 설비를 안 갖춰도 아무 문제가 없고, 사실은 처벌조항도 없다"면서도 "설비가 꼭 있어야 하는 규제가 아니라 입법 취지는 유해행위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근본적인 원인을 차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무인텔로 청소년이 갈 때까지 기다리면 이미 때는 늦기 때문에 가는 통로를 막아야 한다"며 "앱이나 인터넷 랜덤 채팅 등을 통해 청소년을 유인하는 행위 자체를 처벌하고 현재 불법으로 규정된 함정 수사를 제한적으로 허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나이 확인 설비는 실효성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구색 맞추기 정책밖에 되지 않는다"면서도 "무인텔에 대한 처벌은 과도하지 않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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