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27일 오전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방송장악 STOP' 피켓과 엑스(X)자 표시의 마스크를 하고 항의 시위를 하고 있다. 한국당은 전날 방송통신위원회가 MBC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의 보궐이사 2명을 선임한 데 대해 공영방송 장악이라며 국정감사 일정 전면 보이콧을 결의했다. (사진=윤창원 기자)
자유한국당이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문화진흥회 보권이사 선임을 빌미로 '공영방송 장악 중단'을 주장하며 국정감사 거부라는 강수를 뒀다.
하지만 명분도 약하고 실익도 없다는 비판과 함께 정기국회 개회 얼마 지나지 않아서 국회를 보이콧 했을 때처럼 빈손 복귀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서청원·최경환 의원이 해외 일정을 마치고 귀국하고 홍준표 대표도 방미 일정 후 28일 귀국하면서, 친박 청산을 둘러싼 한국당의 내분도 또 다시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6일 한국당은 "자유민주주의와 언론을 수호하기 위한 결정을 한다"며 국정감사를 돌연 거부했다. 한국당은 이날 이른 아침부터 이효성 방통위원장을 찾아간 자리에서 방문진 보궐 이사 선임 문제를 두고 강하게 반발했고 이 자리에서 정우택 원내대표는 의원들에게 국정감사를 일시 중단시켰다. 이후 국감 대신 긴급 의총을 연 한국당은 국감 '전면' 보이콧 결정을 내렸다.
한국당은 이튿날에도 국감에 참석하지 않고 문재인 정부에 성토에 열을 올렸다. 27일 오전 10시부터 열린 이날 의총은 약 오후 4시까지 장시간 이어졌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방문진에 대한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나온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을 의총장으로 부르기까지 했다. 이효성 위원장에 대해서는 해임촉구결의안을 제출했다.
지난 9월 국회 로텐더홀에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방송저지 피켓시위를 펼치는 것을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이 휴대전화로 촬영을 하자 자유한국당 김광림 정책위의장이 막아서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한국당의 국회 의사 일정 보이콧은 정기국회 들어서만 벌써 두번째다. 지난달 초 법원이 MBC 김장겸 대한 체포영장 발부을 발부한 데 반발해 국회를 뛰쳐나갔다. 하지만 북한의 6차 핵실험 등으로 여론의 주목을 받지 못하면서 일주일 만에 아무 성과없이 복귀했다.
이번에도 한국당의 복귀는 시간 문제로 보인다. 지난 번과 마찬가지로 보이콧을 이어갈 명분이 약하고, 한국당이 보이콧을 통해 무언가를 얻을 수 있는 상황도 아니기 때문이다. 당장 한국당의 불참에도 불구하고 국정감사는 큰 차질 없이 진행됐다.
한국당 권성동 의원이 위원장인 법사위 국정감사는 금태섭 민주당 간사의 진행으로 열렸고, 이진복·신상진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무위·과방위 국정감사도 열렸다. 한국당이 스스로 국감장에서 빠지는 이른바 '셀프 패싱'을 당한 것이다.
이같은 명분 약한 보이콧을 두고서는 한국당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서청원·최경환 의원의 당적 정리 문제로 분열된 당내 상황을 봉합하기 위해 외부의 적을 만들어 당력을 결집하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있다. 또 국정감사 내내 존재감이 약해 별 부담 없이 보이콧을 선택할 수 있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당내 분열은 더욱 심화되는 양상이다. 방미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홍 대표는 자신을 비난한 서청원 의원에게 "깜냥도 안 되면서 덤비고 있다"고 자극적인 표현을 써가며 비판했다. 그러면서 "정치를 더럽게 배워서 수 낮은 협박이나 한다"고 같은 당 의원으로서 금도를 넘어선 듯한 표현까지 썼다.
친박계는 '홍준표 사퇴' 시나리오를 짜며 홍 대표와의 전면전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다음달 3일 열릴 예정인 최고위원회의에서 박 전 대통령 제명안 처리가 부결될 경우 홍 대표가 책임을 지고 당 대표직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주장이 친박계에서 나오고 있다. 친박계는 홍 대표 사퇴 이후 친박 인사가 중심이 된 비대위 체제로의 전환 전략까지 짜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