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방 직후 6.25 겪으며 공부 제대로 못해
- 학교 다니는 친구들 보며 눈물 흘리기도
- 어려운 문제? 친해지는 과정으로 생각
- 동아리 활동도 하고 즐겁게 다니고파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장일성 (82세 수험생, 일성여중고)
오는 11월 16일 수요일이면 2018 대입 수능이 치러집니다. 한 보름여가 남았는데요.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는 아주 특별한 수험생을 한 분 만나보겠습니다. 올해 나이 여든 둘. 82세의 고3 할머니세요. 수능시험을 앞두고 계시는데 이 할머님의 담임선생님 말씀을 들어보니까 그냥 재미삼아 시험삼아 한번 보시는 게 아니고 정말 작심하고 대학입학을 위해서 여느 수험생처럼 준비하고 계신답니다. 여든이 넘은 만학도의 수능은 어떤 풍경일지. 오늘 화제의 인터뷰, 일성여중고의 장일성 할머님 연결을 해 보죠. 장 어르신, 안녕하세요.
◆ 장일성> 안녕하십니까?
◇ 김현정> 올해 여든둘. 그럼 몇 년생이신 거죠?
◆ 장일성> 36년생이예요.
◇ 김현정> 1936년생. 시험까지 보름 정도 남았는데 지금 떨리지는 않으세요?
◆ 장일성> 그냥 평소 때 하는 것 같이 하고 있어요. (웃음)
◇ 김현정> 평소에 하는 것 같은 평정심을 유지하면서? 어제 밤에는 몇 시까지 공부하셨어요?
◆ 장일성> 저는 잠을 많이 잘 만큼 자야 되기 때문에 하고 싶을 때 한두 시간 하고 잡니다.
◇ 김현정> 한두 시간. (웃음) 그런데 제가 듣기로는 우리 할머님은 그냥 추억거리 삼아서 고등학교 졸업했으니까 한번 보자 하고 보시는 게 아니고 정말로 대학 진학을 목표로 진지하게 준비하고 계시는 거라면서요.
◆ 장일성> 네. 내가 그게 한이 됐던 계기가 있기 때문에 그래서 공부를 시작하게 됐어요.
올해 2018 대학 수능을 치루는 82세 장일성 할머니 (사진=일성여중고 제공)
◇ 김현정> 어떤 한이 있으셔서요?
◆ 장일성> 공부를 못 했으니까 제가 여태까지 살아오면서 어려움이 많았어요. 공부를 못 해 어려움이 뭔가 하면 자식들 키울 때 뒷바라지 할 때 엄마가 아는 게 많지 않으니까 좀 그런 저것도 있었고 많이 내가 불편하게 살았어요.
◇ 김현정> 한이 돼서.
◆ 장일성> 그래서 내가 시작을 했으니까 내 꿈을 이루어보자, 이런 목표가 있었어요.
◇ 김현정> 그러면 전에는 어디까지 배우셨던 거예요?
◆ 장일성> 초등학교 2학년 1학기 때 해방이 됐거든요. 그러다가 6.25사변 나고서는 공부를 못했어요.
◇ 김현정> 초등학교도 제대로 못 다니신 거네요, 워낙 난리통에. 그러다가 74세 8년 전에 다시 공부를 시작하셔서 지금 8년 만에 대입까지 보게 되신. 이야, 정말 대단하십니다. 어떤 전공하고 싶으세요, 할머님. 대학에서는?
◆ 장일성> 식품영양학과를 전공하고 싶거든요.
◇ 김현정> 식품영양학과? 평소에 그러면 가족들한테 밥지어주시면서 이걸 좀 학문적으로 연구해 보고 싶다 이런 생각을 하신 거예요?
◆ 장일성> 아, 그렇죠. 하고 싶은데 잘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요. (웃음)
◇ 김현정> 대학도 정하셨어요? 목표로 하는 대학도?
◆ 장일성> 지금은 한 군데 수시 넣은 데 있는데 지금 면접도 보고 했는데 대기상태입니다.
◇ 김현정> 면접도 보고 했는데 합격은 못하시고 그 밑에 누가 빠져나가면 들어갈 수 있는 그 대기상태? 조마조마하시겠네요. 그래요. 이렇게 여든이 넘어서 공부하시려니까 뭐가 제일 힘드세요, 할머님?
◆ 장일성> 다 재미있어요.
◇ 김현정> 재미있어요?
◆ 장일성> 학교 가는 것 자체도 재미있고요. 배운다는 게 너무 행복하고 좋습니다.
◇ 김현정> 그렇게 공부가 너무 행복하기만 하지는 않을 텐데, 어려운 문제도 나오고 이렇게.
◆ 장일성> 어려운 문제는 어렵다고 생각하면 머리가 터지죠. 그런데 그걸 즐기면서 해야죠. 내가 즐기면서 해야지 좋은 거지 즐기지 않고는 안 좋거든요?
◇ 김현정> 즐기면서 되세요, 할머님?
◆ 장일성> 네.
◇ 김현정> 딱 잘라서 된다고 하시니까 제가 할 말이 없네요. (웃음)
◆ 장일성> 어려운 건 이건, 얘하고 나하고 친해져야 되니까. (웃음)
◇ 김현정> 얘하고 나하고 친해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세요?
◆ 장일성> 네.
◇ 김현정> 이 문제하고.
◆ 장일성> 친해져야 되니까 그것을 한 번 더 읽어보고 써보고 해야죠.
◇ 김현정> 그럼 요즘 손주뻘들 너무너무너무 하기 싫어하면서 억지로 끌려서 하는 모습들 보면 무슨 생각 드세요?
◆ 장일성> 저럴 때가 나도 있었을 텐데... 그럴 때 나는 학생들 학교 갔다 오는 것 보면 부러워서 울고 있을 때거든요. 나는 왜 못 갈까하고 울고 있을 때고 가끔 울기도 하고 그랬거든요. 언젠가는 안 했다는 후회가 될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죠. (웃음)
◇ 김현정> 그래요, 할머님. 할머님 이렇게 열심히 사시는 모습 보니까 정말 부럽고 존경스럽고요.
◆ 장일성> 감사합니다.
◇ 김현정> 시험 잘 보셔서 원하는 식품영양학과 꼭 진학하시기를 바라고요. 대학에 가면 공부도 공부지만 공부 말고도 해 보고 싶은 게 있으실 것 같아요.
◆ 장일성> 그룹에 들어가서 재미있게 대학 생활 했으면 좋겠습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동아리 같은 거 가입해서? 무슨 동아리 해 보고 싶으세요?
◆ 장일성> 연극 같은 건 대사를 다 외워서 머릿속에 넣어야 되잖아요. 그래서 노래 같은 건 괜찮을 것 같은데.
◇ 김현정> 노래 부르는 동아리? (웃음) 멋질 것 같아요. 그리고 미팅은 좀 무리수라면 MT라고 그래서 1박 2일 놀러가고 그러는 것 있어요. 그런 것도 꼭 참여해서 대학생활 마음껏 즐기시기 바랍니다.
◆ 장일성> 네. 감사합니다.
올해 2018 대학 수능을 치루는 82세 장일성 할머니(가운데)와, 담임선생님 그리고 같은 반 학생들 (사진=일성여중고 제공)
◇ 김현정> 감사합니다. 끝으로 우리 할머님처럼 지금 전국에서 준비하고 있는 우리 수험생들에게 ‘우리 같이 잘하자.’ 힘이 되는 한마디 해 주시죠.
◆ 장일성> 힘이 되는 한마디는, 내 건강을 잘 지키면서 내가 어떤 목표를 세우든 간에 목표에 도달할 수 있는 힘을 가지셨으면 좋겠습니다. 만학도들의 진학을 위하여 파이팅.
◇ 김현정> 진학을 위하여 파이팅. 우리 수험생들이 다 힘을 얻었으리라 생각하고요. 대학 입학하시면 저희 팀에 꼭 좀 알려주세요. 제가 청취자들한테 대신 소식 전하겠습니다. 오늘 고맙습니다. 잘 치르세요.
◆ 장일성> 감사합니다. {RELNEWS:right}
◇ 김현정> 82세의 수험생입니다. 장일성 할머님 만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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