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이 계열사인 삼성증권과 우리은행에 불법차명좌 1000여개를 개설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차명계좌에 대한 소득세나 증여세 과세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의원은 금융감독원으로 받은 자료를 인용해 이 회장이 금융실명제의 실명 확인 의무를 위반해 금감원으로부터 제재를 받은 계좌는 모두 1021개였다고 30일 밝혔다.
이 중 20개 계좌는 금융실명제 전에 개설된 것이었으며 나머지 1001개는 금융실명제 실시 뒤 개설된 차명계좌라는 것이 박 의원의 설명이다.
1021개 차명계좌를 금융기관별로 보면 은행계좌가 64개, 증권계좌가 957개였다. 은행계좌에서는 우리은행 계좌가 53개로 가장 많았고, 증권계좌에서는 삼성증권이 756개였다.
박 의원에 따르면 1021개의 계좌가 금융실명제 위반으로 금감원 제재조치의 대상이 된 이유는 실명확인 의무 위반이었다. 따라서 이들 계좌는 계좌 개설이나 거래에서 본인 확인이 되지 않은 비실명계좌일 뿐 아니라 서류상의 명의인과 실제 소유주가 일치하지 않는 차명계좌라는 것이 박 의원의 주장이다.
박 의원은 그러면서 비실명자산에 대한 과세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금융실명제법에 의하면 금융실명제 실시 이후의 비실명자산에 대해서는 그 이자와 배당소득에 대해 90%의 세율로 소득세를 과세하도록 하고 있다.
또 금융실명제 실시 전의 비실명자산에 대해서는 이자와 배당소득에 대한 90%의 소득세 차등과세와 함께 금융실명제 실시일 당시 가액의 50%를 과징금으로 징수하도록 하고 있다.
아울러 상속세와 증여세법에 의하면 주식처럼 등기나 명의개서가 필요한 재산의 실제 소유자와 명의자가 다른 경우 명의자가 그 재산을 실제 소유자로부터 증여받은 것으로 간주해 증여세를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
자신이 소유한 주식을 다른 사람 이름으로 등기해 재산을 은닉하고 세금을 포탈하려는 행위를 규제하려는 취지로 신설돼 지난 2004년 1월 1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조항에 따른 것이다.
이와 관련해 박 의원은 "사기 등 부정한 행위가 있었을 경우 증여세 부과는 최장 15년까지 가능하다"며 "여기에 해당하는 차명계좌는 삼성증권 315개를 포함해 모두 316개에 이른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이 회장 차명계좌의 경우 소득세 차등과세나 과징금 징수 또는 증여세 부과 등이 전혀 없었다"며 "이 회장 차명재산 은닉이 금융회사를 악용해 오랫동안 치밀하게 이루어져왔다"고 지적했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이 회장이 차명계좌에 있던 4조4000억원을 세금을 내지 않고 찾아간 것으로 밝혀지자 과세가 가능한 쪽으로 관련 법의 유권해석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