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기부로 이웃 돕는 마을변호사
서울 성수역 인근에 오래된 2층 집을 소유중이던 A씨는 올해 초 길 건너 15층 높이의 대형 아파트형 공장 신축공사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공사로 집 벽면에 금이 가고, 문짝도 잘 닫히지 않게 됐다. 소음과 분진은 말할 것도 없었다.
시행사와 시공사에 대책을 요구했으나 턱없이 작은 보상액만 제시할 뿐이었다. 억울함과 굴욕감이 밀려들었다.
그러던 중 동 주민센터에서 ‘무료’ 법률 상담을 해 준다는 이야기를 접하게 됐다. 반신반의 하며 신청을 했더니 곧바로 변호사 상담 날짜가 잡혔다.
이 변호사는 피해 상담을 듣더니 공사 현장에까지 달려가 조사까지 진행했다. 변호사가 사건을 맡기 시작한지 5개월이 지나서 거짓말처럼 보상 협상은 완료됐다.
500만원의 보상액을 받아낸 것이다.
A씨에게 도움을 준 변호사는 장명훈 변호사로, 서울시가 시민들의 법 문턱을 낮추기 위해 도입한 이른바 ‘마을변호사’ 가운데 한 명이다.
2014년 서울시에 처음 도입된 ‘마을변호사’는 올해 7월 현재 서울의 424개 모든 동 주민센터에서 803명이 활동중이다.
장명훈 변호사는 “개업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지역에서 활동할 계기가 없을까 고민하다가 동네 마을변호사가 공석이 돼서 참여하게 됐다”며 “민원인들이 사건 해결에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마을변호사’는 변호사들의 재능기부를 통해 시작된 서비스다.
서울시 이영기 정책기획관은 “변호사 2만명 시대에 변호사들의 사회참여와 시민들의 무료 법률 서비스를 매칭해주는 효과적인 정책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마을변호사’ 말고 서울에만 있는 변호사는 또 있다. ‘안심변호사’다.
열정페이로 내부 고발 돕는 안심변호사
서울시 안심변호사. (대한변협신문)
‘마을변호사’가 시민들의 고민을 해소해주는 변호사라면, ‘안심변호사’는 공무원이나 공공기관 직원 등 조직 내부의 비리에 직면한 사람의 고민 해결사다.
불이익이 두려워 내부의 비리나 비위를 눈감으면서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내부자들을 도와 비리를 척결하기 위해 역시 2014년에 도입된 제도다.
서울시 산하 시설의 직원 B씨도 안심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고질적인 내부 문제를 해결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B씨는 팀장들이 지인을 직원으로 허위로 등록해 서울시가 보조해주는 인건비를 가로채는 한편 그 가운데 일부를 관장에게 상납하는 관행을 목격하게 됐다.
뿐만 아니라 관장의 개인차량 주유비를 공금으로 결재하거나, 비품을 살 때도 가격을 부풀리는 수법으로 비자금을 챙기는 일도 알게 됐다.
하지만 B씨는 내부고발을 할 수가 없었다.
내부 고발 과정에서 신분이 노출될 경우 어렵게 얻은 직장을 그만둘 수도 있다는 걱정 때문이었다.
불면의 나날을 보내던 중 그는 서울시에서 운영중인 ‘안심변호사’를 통하면 대리 신고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는 ‘안심변호사’로 위촉된 10명의 변호사 가운데 이상희 변호사에게 이메일로 고민을 상담했다. 그리고는 대리 신고까지 하기에 이르렀다.
제보 내용은 서울시 조사담당관의 조사 결과 모두 사실로 드러났다.
관장과 팀장들은 직원들을 허위로 등록해 1억 9천 여 만원의 인건비를 횡령했고, 개인 차량 주유비로도 288만원을 착복했다.
또 과다 비품 구매를 통해서도 1,200만원을 횡령한 사실도 밝혀졌다.
서울시는 이들에게 모두 2억원의 환수 결정을 내린 한편, 비위자 5명을 수사기관에 넘겼다.
B씨를 대리해 서울시에 비위를 신고한 이상희 변호사는 “변호사 대리신고 사건의 경우에는 조사관들조차 원래 제보자를 직접 접촉하지 못하고 변호사를 통해야 하기 때문에 그 만큼 안전하게 제보자가 보호 된다”며 “서울시의 입장에서도 변호사를 통해 제보 내용이 한 차례 걸러지기 때문에 추후 조사를 수행하는데도 도움이 되기 때문에 여러모로 좋은 제도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안심변호사’ 제도가 공익제보 활성화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8월 이후 ‘안심변호사’들의 활동으로만 총 3억 1,794만원을 환수조치하고, 9건의 사건은 수사의뢰하고, 8명에 대해서는 징계 처분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