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IT 업계 거물들이 역대급으로 총출동한 30일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종합 국정감사는 사실상 네이버 청문회에 가까웠다.
이동통신사 CEO는 물론 삼성전자 고동진 무선사업부 사장과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전 이사회 의장 등 국내 IT 기업 수장이 출석한 것만으로도 이례적이었던데다, 구글코리아와 페이스북코리아 지사장까지 나오면서 이날 국감은 세간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그동안 구글과 페이스북 등 해외 IT기업은 정부의 각종 규제를 회피하고 국내에서 벌어들이는 막대한 수입에 비해 세금을 거의 내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국내 법인은 대부분 유한회사 형태인 탓에 재무정보를 공개하거나 우리 정부의 감사를 받을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날 국감에 글로벌 인터넷 기업 수장들이 모두 국감장에 서면서, 국내외 기업들 간 역차별 해소 논의가 마련될지 여부에 기대감이 고조됐다.
그간 네이버와 카카오는 "국내기업과 해외기업이 지불해야 하는 비용 차이가 막대하다"면서 "글로벌 IT기업들과 동등한 경쟁을 펼칠 수 있도록 해달라"고 공개적으로 호소해왔다.
하지만 실제 이날 감사에서는 네이버 이해진 전 의장에 대한 질의가 쏟아지면서 역차별 관련 논의는 뒷전으로 밀려났다. 네이버 뉴스 부당 배치 등 조작 의혹과 정치 개입, 광고 독점 등 불공정 거래에 대한 야당 의원들의 집중 포화에 질의 시간 대부분이 할애된 것이다.
이날 규제와 세금회피 등 각종 역차별 논란에 휩싸여있는 구글코리아와 페이스북코리아 지사장이 최초로 증인석에 나란히 섰지만 의원들은 이 전 의장에게만 질타에 가까운 질의공세를 펼쳤다. 약 5시간 동안의 릴레이 질의에서 구글과 페이스북에 대한 의원들의 관심은 전무하다시피 했다.
뉴스 조작 의혹으로 국감 내내 여러 의원의 질타를 받은 이 전 의장은 "한성숙 대표가 구체적인 내용을 파악해 해결책을 마련하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도 뉴스 알고리즘 공개 여부에 대해 소신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이 전 의장은 "어뷰징이나 외부 공격 위험 요소가 없으면 뉴스 알고리즘은 공개되는 게 개인적으로, 장기적으로 맞는 방향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네이버의 검색 시장 점유율 독점 논란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그는 "네이버가 국내에서는 점유율 70%를 갖고 있지만, 인터넷 시장은 국내 점유율이 아닌 글로벌 점유율을 보고 이야기해야 한다"며 "글로벌 검색 시장의 90%를 구글이 점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검색광고의 경쟁입찰 방식 논란에 "이는 구글이 처음 만들어낸 제도고 전 세계 기업들이 동일한 방식을 취하고 있다"면서 네이버만 뭇매를 맞는 것에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특히 "검색광고 하는 분들 중 절반 이상이 한 달에 10만원 이하의 광고비를 지출하고 있다"며 "네이버는 TV와 신문에 광고를 할 수 없는 소상공인들이 광고를 할 수 있는 유일한 플랫폼"이라고 자부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어 "구글은 전 세계 검색 점유율이 90%에 달하고 싸이월드가 페이스북한테 밀리거나 다음이 카카오한테 먹히는 시대"라며 "인터넷 사업은 절대 국내만 보면 안 된다. 전 세계로 놓고 시장 점유율을 봐달라"고 말했다. 역차별 문제를 함께 봐줄 것을 거듭 강조한 셈이다.
이 전 의장은 "저는 대표가 아니고 구글과 페이스북 등 해외 업체의 사업 동향을 파악하는 글로벌 사업 책임자"라며 역차별 문제를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야당은 "본론을 흐리지 말라"며 제지했다.
한편, 페이스북, 구글과 같은 해외사업자들이 국내 정보통신망사업자에게 사용료를 지불해야한다는 지적에 페이스북은 망사용료를 이미 지불하고 있다며 반박했다.
이날 유승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이 동영상 중심으로 알고리즘을 바꾸면서 트래픽이 4년 사이에 10배가량 늘었다. 트래픽만 하더라도 지속적으로 역차별이 증가하고 있다"며 "국내포털도 망사업자의 인터넷데이터 센터에 캐시서버를 제공해 둘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조용범 페이스북코리아 대표는 망사용료에 대해 "페이스북은 망사용료를 지불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망사용료는 본사가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은 "기술적으로 캐시서버를 두는 것은 가능하지만 무상설치 부분은 사업자간 협의가 필요하다"며 "국내기업이 역차별 당하면 안 된다는 공감대가 있다"고 답했다, 이어 "망사용료는 사업자간의 계약"이라며 "방송통신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가 그 각도에서 논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