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은정 검사. (사진=임은정 검사 페이스북 캡처)
과거사 재심 사건에서 ‘백지구형’을 하라는 상부 지시를 어기고 무죄를 구형했다는 이유로 징계를 받은 임은정 검사에 대한 징계는 취소돼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징계 처분 4년 8개월 만이다.
대법원 3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31일 임 검사가 법무부장관을 상대로 정직 4개월의 징계를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임 검사는 2012년 윤중길 진보당 간사의 유족이 청구한 재심 사건에서 '법원이 알아서 선고해 달라'는 상부의 백지구형 지시를 거부하고, 재판 당일 다른 검사가 들어오지 못하게 법정 문을 잠근 뒤 무죄를 구형해 징계를 받았다.
대법원은 "공판관여 업무를 다른 검사가 담당하게 하라는 부장검사의 지시는 검사장의 구체적 위임이나 구체적이고 명확한 위임 규정에 근거지 않아 위법하다"고 밝혔다.
이어 "검찰 내부게시판에 글을 올린 행위도 검사의 체면이나 위신을 손상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어 징계 사유로 삼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대법원이 이같은 판단을 한 근거는 2004년 개정된 검찰청법의 '이의 제기' 규정이었다.
대법원은 임 검사가 소속됐던 중앙지검 공판부 부장검사가 재심사건을 다른 검사에게 맡기는 직무이전명령을 할 권한을 위임받았다고 할 수는 있다고 봤다.
다만, 개정된 검찰청법에는 '검사동일체원칙에 따른 상명하복’이 '검찰사무에 관한 지휘‧감독'으로 완화됐고, 검사가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다는 점에 대법원은 주목했다.
대법원은 "검사가 구체적 사건과 관련된 상급자의 지휘‧감독의 적법성이나 정당성에 대해 이의한 상황에서 검사장이나 지청장이 아닌 상급자(부장검사)가 직무를 다른 검사에게 이전하기 위해서는 검사장의 구체적‧개별적 위임이나 명확한 위임규정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결국 임 검사가 백지구형 지시와 직무이전명령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이상, 부장검사의 직무이전명령은 권한 없는 사람에 의한 위법한 것이라 징계사유가 될 수 없다는 게 대법원 판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