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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영상 빼라"… MBC의 세월호·백남기 사건 '보도지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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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정 영상 빼라"… MBC의 세월호·백남기 사건 '보도지침'

    언론노조 MBC본부, 김장겸 보도국 간부 시절 지시 폭로

    김장겸 MBC 사장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규제가 새로 생겨서 공지합니다. 실종자 학생이 찍은 '핸드폰 영상'은 사용 금지… 보도국장"
    "우리회사 원본만 사용할 것. 노컷뉴스나 민중의소리 등 외부자료 사용 금지"
    "일요일 아침뉴스에 백남기 관련 단신 중 아래와 같은 화면이 연속 두 커트 방송됨. (중략) 이 정권이 살인정권인지 아닌지 편집자 본인의 생각을 보편화해서 영상편집하지 말 것"

    현 김장겸 MBC 사장이 보도국장·본부장이었을 당시 MBC 영상기자들에게 내려진 이른바 '보도지침'이다. 김장겸 사장 퇴진과 방송 정상화를 내걸고 58일째 파업 중인 노조가 '김장겸 체제 보도국' 안에서 있었던 구체적인 지시사항을 폭로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본부장 김연국, 이하 MBC본부)는 31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MBC본부는 김 사장이 보도국장·본부장이었을 당시 보도국에서 있었던 '보도영상지침' 물증을 확보해 공개했다. 권태일 영상편집부장이 부서원들에게 메일과 문자메시지를 통해 영상편집지침을 전했다.

    2014년 5월 12일 영상편집부에 전달된 내용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제공)

     

    세월호 참사, 백남기 농민 사망사건 등 사회적으로 민감한 이슈를 다룰 때 주로 이런 지침이 내려온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세월호 참사 직후였던 2014년 4월 30일, 권 부장은 "보편적인 사실들을 나열하면서 이념이 들어간 그림은 자제해 주셔야 됨을 알립니다"라며 "장례식장에 붙여진 글귀들 중에 '미안해', '사랑해' 등등을 편집하다가 '세상을 바꾸겠습니다' 등 색채가 뚜렷한 영상은 사용하면 안 됩니다"라고 전달했다.

    같은 해 5월 2일에는 김장겸 보도국장 지시라며 세월호 실종자 학생이 찍은 '핸드폰 영상' 사용 금지를 내렸다.

    5월 12일에는 "고의적이든 몰라서 그랬든 정치적인 행동을 해서 논란의 중심에 서지 마십시오. 추모 집회와 정치적인 집회를 잘 판단해서 '팻말, 리본의 글 내용' 등 편집 시 참고하시기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세월호 1주기였던 2015년 4월 16일에는 "오늘 세월호 1년. 이념은 모두 다를 수 있으나 보도(영상편집)는 항상 중립적인 자세로 임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권 부장은 △사고 여객선에 얼굴을 판다거나 △슬픈 음악으로 시청자를 억지로 유도하면 안 된다며 "있는 그대로 더하지도 빼지도 말고 영상편집에 임해 달라"고 말했다.

    백남기 농민 사망사건 직후인 2015년 11월 16일 영상편집부에 전달된 내용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제공)

     

    2015년 11월 중순 일어난 백남기 농민 사망사건 당시에는 경찰의 살수차 물대포에 맞아 백 씨가 쓰러지는 장면이 담긴 외부 언론의 영상을 쓰지 말라는 지침이 내려왔다.

    권 부장은 '백남기 농민 국가폭력 책임자 처벌! 살인정권 규탄!'이라고 쓰여 있는 시민단체 현수막이 일요일 아침뉴스에 나온 것을 두고 "아직 정확한 사인이 확인이 안 된다. 어느 한쪽의 일방적 주장을 그대로 방송하는 건 안 된다고 누차에 걸쳐 경고했다"고 말했다.

    또한 MBC본부는 올해 2월 18일 '뉴스데스크' 리포트 화면을 예로 들어 '촛불집회'를 축소하고 '태극기집회'를 키우려는 시도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MBC본부는 "전체 참가자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없다. 하지만 태극기집회 화면은 집회 규모를 극대화하는 부감이 대부분이다. 심지어 출처도 불분명한 유튜브 영상이 쓰였다. 권태일 영상편집부장이 직접 구해온 것이었는데, 방송불가급 화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영상은 리포트에 15초 동안이나 사용됐다"고 설명했다.

    올해 2월 18일 MBC '뉴스데스크'에 나온 태극기집회와 촛불집회 화면. 태극기집회는 사람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는 화면이 주를 이뤘으나, 촛불집회는 전체 샷뿐 아니라 참가자 일부만을 비춘 화면도 자주 등장했다. (사진='뉴스데스크' 캡처)

     

    MBC본부는 "촛불집회 리포트를 보면 탄핵과 무관한 구호도 나온다며 '이석기 석방' 문구가 적힌 현수막 영상이 사용됐다. 촛불집회를 특정 세력과 연결시키려는 의도가 엿보이는 대목"이라며 "태극기집회 리포트에는 유모차를 끌고 나온 사람이 등장한다"고 말했다.

    이어, "모두 당시 허무호 사회2부장의 영상취재 지시에 따른 것이었다. 애초 현장에 나갈 때 이런 영상을 찍어오라고 콕 집어 지시한 것이다. 이 때문에 태극기집회 취재 현장에서는 몇 대 없는 유모차를 찾아 촬영하느라 애를 먹어야 했다"고 전했다.

    MBC본부는 영상편집부서에서 이런 보도지침이 실행될 수 있었던 원인으로, 불안정한 고용형태와 부서의 편제 변경 두 가지를 꼽았다.

    보도영상 편집을 주로 영상취재부가 맡아왔으나 파업에 적극 참여했다는 이유로 영상취재부가 해체됐고, 영상편집부가 보도국 소속이 되면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설명이다. 영상편집부 30여 명 중 대다수가 연봉직·업무직·계약직·파견직 등이라는 점도 한 축이었다.

    MBC본부는 '김장겸 보도국 체제' 때 내려진 '영상보도지침'을 두고 "부당하고 강압적이었다. 편파적이고 악의적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행동대장은 영상편집부장으로 장기집권하고 있는 권태일 부장, 우두머리는 정치부장부터 보도국장, 보도본부장을 거친 김장겸 사장"이라고 꼬집었다.

    MBC본부는 '보도영상지침'과 관련해 김장겸 사장과 권태일 영상편집부장에게 법적 대응을 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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