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김기남 사장 59세, 김현석 사장과 고동진 사장 56세.
31일 삼성전자가 단행한 CEO 인사의 대상자들이다.
이미 용퇴의사를 밝혔던 권오현 부회장외에 생활가전과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던 윤부근 사장과 신종균 사장 등 삼성전자의 대표이사 CEO 3명을 한꺼번에 모두 교체하면서 인사폭이 커졌다.
이번 인사로 65세였던 권오현 부회장과 64세였던 윤부근 사장, 61세였던 신종균 사장 등 60대 CEO 시대에서 50대 CEO시대로 넘어가면서 삼성전자 CEO가 젊어진 것이다.
이번 인사에 대해 한양대 전자공학부 송용호 교수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60대에서 50대로 세대를 교체했지만 내용을 보면 경영진의 안정을 추구한 최소한의 인사로 보여진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스스로도 김기남,김현석,고동진 사장이 "일찍부터 해당 사업 영역에서 폭넓게 경험을 쌓아온 역량 있고 검증된 인물들"이라고 밝혔다.
깜짝 발탁 등의 놀랄만한 인사는 아니라는 얘기다.
실제로 김기남 사장은 권오현 부회장을 보좌해 지난 2014년부터 현재의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을 총괄해온 인물로 국내외 언론들로부터 포스트 권오현 1순위에 꼽혀 왔다.
윤부근 CE사업부 CEO를 대신해 소비자 가전을 맡을 김현석 사장 역시 삼성전자 TV사업을 총괄하면서 이른바 ‘생가’ 내에서는 윤부근 사장과는 형제와도 같은 존재였다.
고동진 사장 역시 지난해 여름 갤럭시 노트7의 발화사태에도 불구하고 침체된 조직을 추슬러 갤럭시 S8과 올 여름 갤럭시 노트8까지 스마트폰 사업을 회복시킨 인물로 일찌감치 신종균 사장의 후임으로 꼽혀 왔다.
SK증권 김영우 수석연구원은 CBS노컷뉴스에 “김기남 사장의 DS부문장 임명은 LSI와 파운드리 비지니스를 강화하고 메모리 사업은 수익성 위주로 재편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읽힌다”면서 “TV의 경우 QLED를 주창하고 있는 김현석 사장을 사업부장에 기용하면서 8K와 QLED를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본 것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재계 한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이제 전자에 신사업 및 M&A를 주도하는 조직이 생길 것 같다”면서 “이는 이재용 부회장이 복귀하는 경우 그 업무를 맡으면서 자연스럽게 삼성전자의 전략이나 일반업무를 조율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미국의 삼성전자 전략혁신센터(SSIC)를 총괄하고 있는 손영권 사장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면서 “최고전략책임자로 사물인터넷과 전장부품 사업을 지휘하면서 지난해말 하만인수에도 직접 관여했던 그가 본사로 들어온다면 역할이 더 확대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그는 이재용 부회장의 최대 경영성과의 하나로 일컷어지는 하만 인수합병에서 원활한 협상을 주도했고 이 부회장이 미국출장에서 가장 가깝게 만나는 차세대 경영인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편 삼성전자의 대표이사 CEO들이 50대로 채워지면서 삼성전자 내부의 다른 사장급 인사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재계 고위관계자는 “CEO 인사에 이어 삼성전자의 나머지 사장급 전보와 승진인사도 이번주 중에 이뤄질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우선은 권오현 부회장이 겸직했던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자리를 채워야 하고 김기남 사장이 자리를 비우게 된 반도체 총괄사장이나 김현석 VD사업부장 자리, 고동진 무선사업부장 자리를 채워야 한다.
이 자리들 역시 세대교체 흐름에 맞춰 부사장급에서 승진하면서 채워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게 재계의 중론이다.
여기다 재계에서는 이상훈 사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면서 대신 이사회 의장으로 추천된 것에 대해서도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이재용 부회장이 등기이사로 취임하기 전까지 CEO 3명과 함께 삼성전자 등기이사 였다가 이 부회장에게 자리를 내줬던 그가 다시 이사가 되면서 이사회 의장에 취임할 겨우 ‘본격적인 이재용 시대’를 보좌할 ‘포스트 권오현’ 역할을 할 것이라는 뜻이다.
이상훈 사장은 지난해 10월까지 사내이사였다가 이재용 부회장이 사내이사로 선임되면서 물러났지만 내년 3월 주주총회부터 이사가 되면서 추가 선임될 것으로 보이는 사외이사와 함게 확대된 이사회를 이끌게 된다.
특이 이 사장은 해외근무시절 이재용 부회장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온 것으로 알려져 그가 이사회 의장이 되는 것은 삼성전자 이사회 내부가 이재용 부회장의 친정체제에 한걸음 더 다가가는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