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대법원장
1일 단행된 대법원 소폭 인사(8일 부임)가 향후 6년 '김명수 체제'의 향배를 가늠할 지표로 인식되는 양상이다. 내년 2월 정기인사로 본격화할 사법개혁을 앞두고 김명수 대법원장이 신호탄을 쏴올렸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인사의 핵심은 김영훈(43·사법연수원 30기) 서울고법 판사의 인사총괄심의관 발령이다. 실장급 고위간부는 아니지만, 총괄심의관은 실무 책임자급이다. 특히 인사총괄심의관은 전국 판사 3000명의 인사에 깊이 관여하게 된다. 이 자리에 국제인권법연구회 소속인 김 판사가 앉게 됐다.
인권법연구회는 법원행정처 중심의 관료화를 꾸준히 비판하며 사법개혁을 요구해왔다. 이 단체가 올초 추진하던 사법개혁 관련 학술대회를 법원행정처가 방해했다는 논란이 불거진 바 있고, 급기야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까지 불거지는 등 연구회와 행정처간 갈등은 지속됐다.
김 판사는 해당 학술대회 때 발표자로 나서서 법관들 대상의 사법개혁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한 바 있다.
김 대법원장이 자신이 회장을 역임한 단체, 인권법연구회에 소속된 판사를 요직에 기용한 것은 보수 야당에 정치적 논란거리로 활용될 수도 있다. 자유한국당은 인준 가결 뒤, 김 대법원장의 인권법연구회 경력을 들어 "정권의 입맛에 맞는 좌편향적인 코드는 사법부를 혼란스럽게 만들 것"이라고 반발한 바 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행정처 핵심인 이민걸(56·17기) 기획조정실장의 교체, 심준보(51·20기) 사법지원·사법정책실장 후임의 공석이라는 인사 내용에도 의미를 부여한다.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고위 간부로, 일각에서 '행정처 권한남용' 책임론이 제기된 인사들이 김 대법원장 취임 한달만에 교체된 점은 개혁의 사전정지 작업으로 해석된다. '블랙리스트' 의혹 추가조사 결정 임박 시점에 내부 잡음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로 보는 시각도 있다.
사법지원·사법정책실장에 후임자를 정하지 않은 점도 곧 확정될 행정처 조직개편에 장애요인을 남기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이해된다.
이미 김 대법원장은 행정처 조직개편을 비롯한 사법개혁 방안을 법관 정기인사가 있는 내년 2월까지 도출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인사와 개혁이 연동돼 있다고 분명히 밝힌 셈이다.
지난달 25일 기자간담회에서 김 대법원장은 "행정처 재정비는 반드시 필요하다. 내년 2월 전에 일부라도 가시적인 것을 보여드릴 것"이라면서 "재판부나 행정처 인사는 원칙적으로 내년 2월에 하겠지만, 인사수요가 생긴 부분은 법원행정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에서 소폭으로 하겠다"고 이번 인사를 예고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