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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부러지고 찢어졌는데…교내사고에도 대학은 '나몰라라'



사건/사고

    [단독] 부러지고 찢어졌는데…교내사고에도 대학은 '나몰라라'

    피해학생측 "교내 공사현장 부실 관리로 부상, 학교측 소극 대처"

    강원대 춘천캠퍼스에 재학 중인 지모 씨가 교내 공사현장을 지나다 다친 사고로 윗니가 빠지고 뒤틀리는 등 큰 부상을 입었다. 사진은 사고 직후 응급치료과정에서 촬영한 장면.(사진=피해학생 제공)

     

    "안전관리를 제대로 안해 다친 것도 문제지만 교내에서 발생한 사고에 학교가 나몰라라하고 있는 모습이 더 큰 상처죠"

    강원대 춘천캠퍼스에 재학 중인 지 모(22·여) 씨에게 지난 4월 25일은 '잔인한 하루'가 됐다.

    학과학생회 임원을 맡고 있는 지 씨는 학교 대운동장에서 단과대 체육행사를 마치고 이날 오후 8시쯤 전동킥보드를 타고 학과 학생회실로 이동하던 중이었다.

    완만한 경사로를 오르던 중 갑자기 킥보드가 내려 앉은 도로 턱에 걸려 넘어졌다. 충격은 지 씨가 포장 도로에 안면 부위를 부딪히는 사고로 이어졌다.

    얼굴과 입에 큰 부상을 입은 지 씨는 근처를 지나던 행인의 신고로 119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옮겨져 응급 치료를 받았다.

    응급치료 후 촬영한 부상 부위.(사진=피해학생 제공)

     

    사고는 얼굴에 심한 찰과상과 윗니 1개가 부러져 빠지고 나머지 윗니, 아랫니 10개가 뒤틀리는 심각한 상처를 남겼다. 입술은 심하게 찢어져있었다.

    소식을 듣고 달려온 지 씨의 가족들은 환자 상태를 살펴본 뒤 확인한 사고현장에 또 한번 분노했다.

    배수로 확장공사를 하면서 도로를 가로질러 굴착한 현장을 포장은 커녕 흔한 철제덮개조차 설치하지 않은 채 흙으로만 간이 포장을 해놓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지 씨가 사고를 입은 부분은 토사가 유실 돼 언제라도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위험성이 높았다는 게 가족들의 주장이다.

    실제 같은 단과대를 다니는 학생 1명은 지 씨가 피해를 입기 1주일 전 오토바이를 타고 공사현장을 지나다 도로 위에 방치된 토사에 미끄러지는 사고를 당했다고 전했다.

    2일 기자와 함께 사고현장을 다시 찾은 지 모씨. 사고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사진=박정민 기자)

     

    가족들이 현장을 살펴본 다음 날 사고 장소는 아스팔트 콘크리트로 포장처리 됐다.

    또 한번의 상처는 공사업체와 학교가 안겼다.

    다음 날 사고소식을 듣고 병원을 찾은 공사업체 대표는 손해배상 보험 가입이 안 돼 있고 영세한 사정을 토로하며 뒤로 물러섰다. 학교는 공사업체 책임이라며 당사자 간 합의만을 유도했다.

    결국 학우들의 도움으로 학교에서 교내 사고에 대비해 가입한 1백만 원 한도의 학교경영자 배상책임보험을 신청할 수 있었다.

    하지만 수개월 이어진 병원 치료비와 정신적인 피해는 물론 사고로 인해 중간고사를 보지 못하고 학교를 다니지 못했던 부분, 후유장애까지 감안하면 턱없이 부족한 비용이었다.

    다시 수소문 끝에 학교가 한도액이 높은 별도 보험이 가입돼 있다는 사실을 알고 지원을 요청했지만 확답을 받지 못했다.

    참다못한 가족들이 최근 공사업체 대표를 상대로 법적 대응을 준비하던 중 학교 측에도 관리감독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자문을 얻어 문제를 제기하자 그제서야 학교는 추가 보험 보상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려왔다. 사고 발생 6개월이 다 된 시점이었다.

    지 씨의 어머니 함 모(49)씨는 "보상을 떠나 교내에서, 그것도 공사현장 관리 잘못으로 발생한 사고에 공사업체나 이를 선정하고 관리감독하는 학교가 뒷짐만 지고 피해자가 나서 해결책을 찾아야 하는 처지가 속상했다"고 말했다.

    함 씨는 "공사업체를 선정할 때 비용도 중요하지만 안전관리 대책과 능력을 철저히 검증했어야 한다"며 "학생 수가 만 명이 넘는 강원대에서 안전관리를 이처럼 소홀히 여긴다면 어느 부모와 학생이 믿음을 갖고 학교에 아이들을 보내겠냐"고 반문했다.

    함 씨는 같은 사고가 재발돼서는 안된다는 생각에 지난주 총장 면담을 요청했지만 아직까지 확답을 듣지 못했다.

    강원대 대학본부 전경. (사진=박정민 기자)

     

    취재가 시작되자 학교 측은 "다음 날 포장을 할 예정이었는데 전날 사고가 발생한 것"이라면서도 "안전관리 감독에 미흡한 측면이 있었던 것 같다"며 개선을 약속했다.

    강원대 총학생회는 다음 주 중 피해학생과 함께 학교를 상대로 사고원인을 규명하고 책임 소재를 가려내 대응책을 요구할 예정이다.

    지난해 6월 취임한 김헌영 강원대 총장은 취임사를 통해 "학생, 교수, 교직원 모두가 자랑스러워하는 대학, 자유와 행복을 나누고 즐기는 강원대를 만들어가자"고 공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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