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방송법 개정안 처리에 미온적이던 자유한국당‧바른정당 등 보수야당과 국민의당이 방송법 개정안의 조속한 처리를 주장하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방송문화진흥원 이사진 교체와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에 대한 불신임안이 가결되자 야당은 현재 법안보다 야당에 유리하다고 평가받는 방송법 개정안 처리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반면 방송법 개정안을 마련한 당사자인 더불어민주당은 한국당의 방송법 개정안 처리 주장에 진정성이 없다며 속도조절을 하는 등 서로의 주장이 뒤바뀐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 야3당 '방송법 개정' 한 목소리 주장하지만, 셈법은 달라자유한국당 등 야 3당은 2일 방송법 개정안을 조속히 추진하기로 합의하는 등 여당을 압박하고 나섰다. 야당은 민주당이 정권을 잡으면서 방송 장악 수순을 밟고 있다며 방송법 개정안을 주장하고 있다.
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2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야3당 원내대표가 전날 만난 사실을 공개하며 방송법 개정안의 조속한 처리에 공감대를 이뤘다고 밝혔다.
정 원내대표는 방송법 개정을 주장하면서 "방송법 개정을 조속히 하고, 그 전까지 방송 장악의 시도를 하지 않게 하겠다는 게 원내대표들의 합의사항 중 하나"라고 말했다. 방송법을 개정할 때까지 MBC 김장겸, KBS 고대영 사장 체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도 같은날 "여당은 자신들이 야당일 때 방송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 내놓은 법안에 대해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회피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3일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와 방송법 개정안을 촉구하는 기자간담회를 하기로 한 사실을 공개했다.
야3당이 방송법 개정안을 주장하고 있지만 온도차는 있다. 고 이사장 불신임 결정에 대해 한국당과 바른정당은 '참담'·숙청' 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방송장악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국민의당은 고 이사장 불신임안을 통과에 대해 당연한 결정이라면서 "고영주는 박근혜 정권이 방송 장악을 위해 방문진이 내리꽂은 원초적 부적격자"라고 평가했다.
◇'방송법' 개정안 당사자인 민주당, 침묵 왜?
방송법 개정안을 발의한 민주당이 한국당 등의 주장에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자, 야당은 여당이 되자 입장이 바뀌었다며 비판하고 나섰다.
민주당은 한국당이 방문진 이사가 교체되는 시점에 법 개정을 요구하는 것을 김장겸 사장과 고대영 사장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시간끌기를 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민주당 박홍근 원내수석부대표는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공영방송 정상화에 찬물을 끼얹고 시간을 벌어보려는 의도가 있다고 보여진다. 법안 처리와 공영방송 정상화는 별개의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마치 이 법안을 처리해서 방송 정상화 과정을 가로막겠다는 의도가 있는 걸로 보여지기 때문에 우리로서는 한국당의 방송법 추진이 순수하지가 않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현재 KBS와 MBC 이사는 각각 11명과 9명이다. KBS 사장을 선출하는 KBS 이사회는 여당이 추천한 이사 7명, 야당 추천 이사 4명으로 구성되고 MBC 사장을 뽑는 방송문화진흥회는 정부여당 추천 이사 6명(대통령 3명, 여당 3명), 야당 추천 이사 3명으로 이뤄진다. 여당 중심의 인사가 사장으로 임명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민주당이 야당 시절인 지난해, 국민의당 정의당과 공동으로 발의한 방송법 개정안에는 이사회 구성을 7대 6으로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공영방송의 중립성을 담보하기 위해 야당 추천 이사도 찬성해야 사장을 선출할 수 있는 특별다수제(재적 이사의 3분의 2 찬성) 도입을 포함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어느 한쪽, 특히 야당이 반대하는 인사는 사장에 선출될 수 없게 된다. 현재 법안과 비교할 때 야당에 유리한 법안이 되는 것이다.
민주당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지난 9월 상임위에서 한국당 강효상 의원과 정의당 추혜선 의원이 새로운 법안을 내겠다고 해서 기다리고 있다"며 "우리는 방송법 개정안을 추진하는 데 입장 변화가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