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3일 제55회 소방의 날 기념식을 맞아 "소방관은 삶과 죽음의 기로에 선 국민의 손을 가장 먼저 잡아주는 '국가의 손'"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충남 천안 소방학교에서 열린 기념식에 참석해 "재난의 형태가 복잡해지고 규모가 커진 지금, 소방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졌다. 독립기관으로 승격한 소방청은 육상재난을 총괄하는 막중한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기념사에 앞서 문 대통령은 소방충혼탑을 참배하고 국민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화마와 수해 등 각종 재난사고와 싸우다 순직한 소방공무원들의 넋을 위로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방화복도 없이 화마와 맞섰던 시절이 있었고 사다리차도 없이 대형화재를 상대했던 때도 있었다"며 "소방이 국민의 든든한 이웃이 되기까지 선배 소방관들의 무한한 책임감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소방공무원들의 고질적인 인력부족에 대한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도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지금 화재 진압과 구급‧구조 임무를 맡은 현장 인력은 법이 정한 기준에 비해 1만9000여 명이나 부족하다"며 "정부는 올해 1500명을 시작으로 2022년까지 부족한 소방인력을 차질 없이 확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소방관들은 하루 평균 120여건의 화재를 진압했고 매일 2000회의 구조출동으로 화재와 사고를 당한 368명의 국민을 구조해냈다"며 "이런 눈부신 활약 뒤에는 소방관들의 가슴 아픈 희생이 있었다"고 되돌아봤다.
또 "화재와 구조 현장에서 하루 1명꼴로 공상자가 발생하고 있다. 보이는 부상만이 아니라 위험한 작업과 참혹한 사고현장, 불규칙한 교대근무 등으로 (소방관) 10명 중 7명이 건강 이상 판정을 받았다"며 "정신적 트라우마로 인한 자살자가 순직자보다 더 많은 실정"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더 이상 사명감과 희생만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며 "소방관들에 대한 처우개선을 위해 국가가 나서겠다"고 약속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6월 취임 후 처음으로 서울 용산소방서를 방문한 자리에서도 소방공무원들의 자살자 수를 언급하며 트라우마 센터 건립을 약속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도 "소방관의 건강과 공무상 재해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강화하겠다"며 "소방관들의 신체적, 정신적 피해를 예방하고 치유할 수 있는 복합치유센터의 설립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대형 사건사고에 대한 소방당국의 철저한 대응과 국가 안전 서비스의 사각지대 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국민이 소방을 신뢰하는 만큼 미흡한 점이 있다면 과감히 드러내고 개선해야 한다"며 "갈수록 복잡해지고 대형화하는 재난에 대비하고 대응하는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난과 원전, 산업단지, 화학물질로 인한 화재 등 특수화재에 대한 대응역량을 길러나가야 한다"며 "지난해 9월 경주에서 발생한 지진은 대한민국도 지진으로부터 안전하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줬다"고 상기했다.
문 대통령은 또 "거주지역이나 연령, 장애로 인해 안전에서 소외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며 "주택 밀집 지역과 전통시장 등 안전에 취약한 지역의 소방시설을 특별히 살피고, 구급차가 배치되지 않은 농어촌 등 안전 사각지대를 해소해주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이어 "임산부와 어린이, 장애인 등 위험에 특히 취약한 분들에 대한 안전 대책을 더욱 체계적이고 꼼꼼하게 마련해야 한다"며 "현재 병력등록자 일부에게만 제공되는 119안심콜서비스를 몸이 아픈 65세 이상 어르신들께 확대하는 계획도 차질 없이 수행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