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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군 1만 시대' 여전히 성범죄에 취약한 여군

사건/사고

    '여군 1만 시대' 여전히 성범죄에 취약한 여군

    [침묵의 카르텔 군내 성범죄④] 군 여성범죄 최근 4년간 3배 ↑

    여군 1만 명 시대가 열렸지만 여군을 대상으로 한 군내 성범죄는 끊이지 않고 있다. CBS노컷뉴스는 갓 입대한 여군 하사가 수년간 부대 내에서 겪어야 했던 성폭력의 실태를 따라가보면서 군내 성범죄와 인권침해의 현주소를 짚어보는 연속 기획을 마련했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① [단독] 18살 '미성년' 여군 하사에게 일상화된 성범죄
    ② [단독] 軍성범죄 폭로 뒤 "女화장실 못써 탄약통에 용변"
    ③ [단독] 軍인권침해 신고, 돌아온 대답은 "상관이 널 싫어해"
    ④ '여군 1만 시대' 여전히 성범죄에 취약한 여군

    (사진=자료사진)

     

    미성년 여군 A 씨의 삶이 나락으로 떨어진 원인에는 상관이었던 성폭력 가해자만 있던 것이 아니었다.

    폐쇄적인 군대 문화는 문제를 축소·은폐하려고만 했고 고충처리시스템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군 내에는 현재에도 수많은 A 씨가 고통을 받고 있다.

    ◇ 성범죄에 노출된 여군들…방치하는 군대

    만 18세, 미성년의 나이에 여군 부사관이 된 A(18) 씨는 지난 2012년 9월 상관인 이모(당시 32) 중사에 의해 수십회에 걸쳐 성추행을 당했다. 이듬해 9월에는 다른 상관이 A 씨가 포함된 SNS 단체 채팅방에 음란 영상을 게시하기도 했다.

    참다못한 A 씨는 상부에 고충을 털어놨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외부에 발설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라"는 압박과 '부대 망치는 문제아'라는 낙인이었다.

    군내 여성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설립된 양성평등상담센터에는 담당 전문상담관이 공석이거나 자격 없는 현역 부사관이 상담을 맡는 등 무용지물에 가까웠다.

    결국 성범죄와 각종 인권침해로 망가진 A 씨는 불안장애와 우울장애를 앓으며 군 생활을 계속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여군이 성범죄에 노출돼 피해를 입고 군대가 이를 제대로 해결하지 않고 축소.은폐를 시도한 경우는 A 씨에게만 해당하는 게 아니다.

    올해 5월에는 여성 해군 장교가 방에서 스스로 목숨 끊은 채 발견됐다. 헌병대 조사 결과 B 대위는 상관인 C 대령과 함께 올해 2월 진해로 출장을 떠났다가 회식자리에서 성폭행을 당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군당국은 유족에게 '자살'이라는 사인만 밝혔을뿐 성폭행 사실을 숨기기에 급급했고 이후 B 대위 아버지가 발로뛰며 딸의 자살이 C 대령 때문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지난해 6월에는 3군사령부 소속 D 하사가 회식 자리에서 상급자인 E 상사로부터 성희롱 및 성추행을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충격을 받은 D 하사는 다음 날 소속 대대장에게 보고했지만 같은 여성인 대대장은 "나도 그런 경험이 있었다"며 "대대를 위해 사과를 받고 끝내는 게 좋다"고 무마하기만 했다.

    ◇ 군내 성범죄 1/3 이상 불기소 처분…"의식개선 필요해"

    국방부 등에 따르면 2013년부터 올해 6월까지 최근 5년간 총 3,108 건의 성범죄가 발생했다.

    특히, A 씨나 B 대위의 경우처럼 성범죄 피해를 당하고도 신고하지 못하고 한참동안 혼자 끙끙 앓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실제 성범죄 발생 건수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성범죄를 처리하는 군의 후속조치 실적이 저조한 것으로 드러나 군이 문제를 방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최근 5년간 전체 성범죄 가운데 36.5%(1136건)가 불기소 처분을 받아 재판에 넘겨지지도 않았다.

    군이 성범죄를 인지하더라도 적극적으로 증거를 찾거나 관련자를 처벌하는 등 문제를 드러내는 데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전문가는 군내 고충처리제도를 개선하는 것과 함께 성 문제에 대한 의식 개선도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성문제 상담제도가 군의 수직적인 위계질서와 남성 중심주의 문화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

    김미순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상임대표는 "군에서 성 문제가 발생하면 고충처리제도를 활용하더라도 내부에서 소문이 퍼져 2차 피해가 발생하곤 한다"며 "제도에 대한 보완뿐 아니라 근본적으로 지휘관을 중심으로 성에 대한 인식부터 개선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미성년 여군 하사 성추행 기사 관련 추후보도문〕

    주식회사 씨비에스아이는 2017. 11. 1. 인터넷신문 '노컷뉴스'에 "[단독] 18살 '미성년' 여군 하사에게 일상화된 성범죄", "'여군 1만 시대' 여전히 성범죄에 취약한 여군", "18살 여군 성추행, 꿈 다 잃었는데 겨우 징역 1년?"이라는 제목으로 각 기사를 게재하였습니다.

    위 각 기사의 취지는 '육군 중사(현 상사) 이모씨가 2012년 9월부터 세 달간 같은 부대에서 근무하던 미성년 여군 후임 부사관인 A씨의 가슴과 하반신 등 신체 주요부위를 수십 회에 걸쳐 만지거나 끌어안았고, 심지어는 노래방에서 A씨를 강제로 껴안고 속옷 안으로 손을 집어넣는 등의 성추행을 했다. 이에 대해 2017. 6. 군사법원이 이모씨의 성추행 사실을 인정하여 징역 1년의 판결을 내렸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제1심 판결과 달리 항소심인 고등군사법원은 2017. 12. 6. 유죄를 뒷받침하는 유일한 증거인 A씨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어 이모씨의 성추행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로 무죄 판결을 선고하였고, 상고심인 대법원 역시 2018. 6. 12. 이모씨에 대하여 무죄 판결을 선고·확정하였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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