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이번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잇달아 만나면서 북핵 문제 해결과 한반도 긴장완화를 위한 '슈퍼 위크'(Super Week)에 돌입한다.
미·일과 미·중, 미·러 회담도 연쇄적으로 개최되는 등 북핵 문제를 둘러싼 주변 열강들의 대(對) 한반도 정책의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각국 정상들의 만남에서 무슨 얘기들이 나올지, 그리고 한·미, 미·일 동맹을 기반으로 미·중간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통큰 결단이 나올지 등을 두고 전세계도 주목하고 있다.
◇ '위대한 동맹' 확인하며 북핵 공조 강조…한미FTA·방위비도 논의할 듯
먼저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7일부터 8일까지 한국을 처음으로 찾아 문 대통령과 세 번째 한미 정상회담에 나선다.
문 대통령 취임 6개월만에 세 번째 만남인 동시에 서울에서 열리는 첫 정상회담이라는 점에서 '한반도 운전자론'을 강조하는 새 정부와 미국이 강력한 동맹을 확인하고, 제재와 압박을 통한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이라는 대원칙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5일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열고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을 국빈으로 예우해 따뜻하게 맞아 한미 관계를 포괄적 동맹을 넘어 '위대한 동맹'으로 가는 결정적 계기로 만들고자 한다"고 말했다.
지난 6월10일 양국 정상간 전화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동맹관계는 단순히 좋은 관계가 아니라 '위대한 동맹 관계'(not just good ally but great ally)"라고 언급했고, 같은 달 말 워싱턴에서 열린 첫 정상회담 공동 성명에도 '위대한 동맹'이란 표현이 담겼다.
북한이 중거리탄도미사일(IRBM)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실험을 잇따라 벌이고, 6차 핵실험까지 단행한 상태에서 이뤄지는 이번 세 번째 한미 정상회담은 북핵 문제에 대한 양국간 '위대한 동맹' 관계를 재차 확인하는 자리가 될 수 밖에 없다.
이에 따라 북한의 '이상행동'에 대한 물샐틈없는 한·미 동맹의 굳건함을 과시하고 이를 토대로 북한을 향해 최고 강도의 제재와 압박을 통한 핵·미사일 포기를 종용하는 두 정상간 합의가 다시 한 번 나올 수 있다.
실제로 미국측은 최근 "실효성과 상관없이 상징성이 크다"며 북한에 대한 한국 정부의 독자제재 방안을 권유했고, 우리 정부는 6일 자정을 기해 미사일 개발 자금 조달에 관여한 것으로 보이는 북한 개인 18명에 대한 금융제재에 나섰다.
두 정상은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이라는 대원칙을 기반으로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 군사옵션 문제에 대해서도 얘기를 나눌 것으로 보인다.
허버트 맥매스터 미국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은 지난 주 아시아 순방 출발 직전 "북한의 위협이 매우 중대한 만큼 군사력은 고려해야만 하는 옵션"이라고 밝힌 데 이어, 5일 일본에 도착한 트럼프 대통령 역시 전용기 내 간담회에서 "북한의 평화 정착 문제가 한·중·일 회담에서 중요한 부분이 될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미국은 '한국 정부의 동의 없는 군사적 행동은 없다'는 기본 명제에는 동의하지만, 미국 본토를 위협하는 북한의 추가 도발이 발생하면 B-1B 전략폭격기 전진 배치 등 기존의 군사적 압박을 더욱 가할 태세여서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군사옵션에 대한 논의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최근 우리 정부가 중국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에 대한 합의를 진행하면서 천명한 △사드 추가 배치를 검토하지 않고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MD)에 가입하지 않으며 △한·미·일 안보협력을 군사동맹으로 발전시키지 않는다는 일명 '3불(不) 원칙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도 주목된다.
맥매스터 보좌관이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3불 원칙) 발언이 확정적(definitive)인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한국이 그 세 가지 영역에서 주권을 포기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등 한·미간 이견이 노출될 가능성이 상존하기 때문이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균형외교와 북핵 위기 타결에 대한 한국 주도론에 어떻게 대응하는지가 향후 우리 외교의 운신의 폭은 물론 한반도 주변 정세의 향방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함께 두 정상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문제에 대해서도 상당 부분 논의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월 말 첫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개정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이후, 양국은 개정 협상을 진행하기로 하면서 팽팽한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이번 아시아 순방 의제의 상당 부분은 무역이 될 것이며, 아시아 각국 정상과 이 문제를 둘러싼 해결책에 대해서도 논의할 것"이라고 밝힌 만큼, 청와대도 이 부분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 중이다.
박수현 대변인도 "한미 FTA와 관련해서는 이미 국내 통상절차에 따라 성실하게 경과를 진행하고 있다"며 "그 부분에 대해 미측에 충분하게 설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문제와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순환 배치에 대한 진전된 합의가 나올 가능성도 열려있다.
◇ 미·중 정상회담 직후 열리는 시진핑과의 만남에서 대북 역할론 강조될 듯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직후 오는 10∼11일 베트남 다낭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에 시진핑 주석과 정상회담을 연다.
지난 7월 독일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당시 가졌던 양자회담에 이어 석 달여 만이다.
특히 북한의 잇단 핵실험과 중장거리탄도미사일 발사에도 유일하게 문 대통령과의 전화통화를 거부했던 시 주석이 '사드 합의' 이후 전격적인 한·중 관계 복원 국면에서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도 관전포인트다.
한·중 사드 갈등 봉합 과정에서 성주 기지에 배치된 사드를 '봉인'하는 '구동존이(求同存異)' 방식의 중국 전통적인 외교정책이 작동했고, 안보·경제·문화 등 전 부문의 관계 회복을 최고위층의 정치적 결정으로 타결한 만큼, 두 정상간 만남에서 향후 '3불 원칙'에 대한 암묵적 지지와 경제 보복 재발 방지에 대한 부분이 합의문에 담길 수도 있다.
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안 시행 이후에도 여전히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중국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실효적 대북 압박 필요성에 공감하고 추가 제재안을 내놓을 지도 관심사다.
특히 한·미, 한·중 정상회담 사이에 열리는 미·중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의 보다 적극적인 대북 압박 동참을 촉구할 것으로 보여, 한·중 회담에서도 미·중 회담 결과를 토대로 한 대북 제재안 마련이 강조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