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애슬론의 왕(The King of Biathlon)' 올레 에이나르 비에른달렌(43·노르웨이)은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 남자 스프린트 10㎞에서 사상 첫 40대 개인종목 금메달을 목에 건 뒤 이렇게 말했다.
"내가 40세라는 사실은 잊고 있었다. 인생은 뭔가를 포기하기엔 너무 짧다. 만약 오슬로가 2022년 동계올림픽 유치해도 그때는 올림픽에 나서지 않을 것이다."
비에른달렌이 48세가 되는 2022년에는 동계올림픽의 '살아있는 역사'를 볼 수 없다. 대신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는 영웅의 마지막 도전을 지켜볼 수 있다.
비에른달렌은 동계올림픽에서 통산 14개의 메달(금메달 8개, 은메달 4개, 동메달 2개)을 목에 걸어 이 부문 최다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금메달 8개는 크로스컨트리 선수인 비외른 댈리(노르웨이)와 공동 1위다.
1974년 노르웨이 드라멘에서 태어난 비에른달렌은 겨울이면 온통 눈밭이 되는 환경 덕분에 일찌감치 스키와 친해졌다.
우리가 자전거로 통학하는 것처럼 비에른달렌은 겨울이면 크로스컨트리 스키를 타고 학교를 다녔고, 일찌감치 스키에 두각을 드러내며 9세 때인 1983년부터 본격적으로 바이애슬론을 시작했다.
비에른달렌의 첫 번째 올림픽은 고국에서 열린 1994년 릴레함메르동계올림픽이다.
당시에는 계주 7위, 개인전 36위로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지만, 1997-1998시즌 국제바이애슬론연맹(IBU) 월드컵에서 처음으로 우승을 차지해 세계적인 선수로 도약했다.
그리고 비에른달렌은 1998년 나가노동계올림픽 남자 스프린트에서 우승해 첫 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했다.
비에른달렌의 최고 전성기는 2002년이었다. 솔트레이크동계올림픽에서 그는 개인전과 스프린트, 추적, 계주까지 출전한 4개 종목에서 모두 금메달을 획득해 대회 4관왕에 올랐다.
2006년 토리노동계올림픽에서 은메달 2개와 동메달 1개에 그친 비에른달렌은 2010년 밴쿠버동계올림픽에서도 계주에서만 금메달을 얻어 '이제 그의 시대도 저물어 간다'는 소리를 들었다.
그러나 비에른달렌은 소치에서 남자 스프린트 10㎞와 혼성 계주에서 금메달 2개를 따내 화려하게 부활했다.
비에른달렌의 마음은 벌써 평창에 있다. 소치동계올림픽이 끝난 직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에 당선된 그는 2016년 "평창동계올림픽 출전을 준비해야 한다"며 영광스러운 자리에서 스스로 물러났다.
올 초에는 평창에서 테스트이벤트로 열린 IBU 월드컵에 출전, 미리 코스를 경험해보기까지 했다.
비에른달렌이 내년 평창에서도 금메달을 목에 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시즌 비에른달렌은 월드컵 랭킹 9위로 노익장을 과시했지만, 단체전 금메달 2개와 개인전 동메달 1개를 얻는 데 그쳤다.
현시대의 '바이애슬론의 왕'은 마르탱 푸르카드(29·프랑스)다.
푸르카드는 바이애슬론 월드컵 6년 연속 우승으로 비에른달렌이 보유한 6회 우승과 어깨를 나란히 한 선수다. 평창동계올림픽에서도 가장 강력한 다관왕 후보다.
대신 비에른달렌에게는 단체전이 있다.
바이애슬론 강국인 노르웨이는 출전하는 모든 계주 경기마다 금메달이 목표다.
이미 비에른달렌은 올림픽 최다 메달 기록을 보유했다. 평창에서 그가 시상대에 올라갈 때마다 올림픽은 새 역사를 맞이한다.
비에른달렌의 아내 다르야 돔라체바(31·벨라루스) 역시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다.
소치동계올림픽 여자 바이애슬론 3관왕을 차지한 돔라체바와 비에른달렌은 지난해 4월 결혼했고, 그해 10월 딸 제니아를 낳았다.
이들 부부는 2016-2017시즌부터 함께 전 세계를 다니며 바이애슬론 월드컵에 출전했다. 3월 평창 월드컵에도 둘은 함께 한국을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