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정당 통합파 의원들이 6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통합성명서를 발표하며 바른정당 탈당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좌측부터 홍철호, 김용태, 강길부, 이종구, 김영우, 황영철, 김무성, 정양석 의원) (사진=윤창원 기자)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 등 통합파 의원 9명이 6일 바른정당을 전격 탈당하면서 이들과 통합을 염두해 뒀던 국민의당은 허탈한 상황이 됐다.
정책연대를 시작으로 내년 지방선거에서 선거 연대까지 진행하려 했던 국민의당의 '청사진'은 통합파의 탈당으로 물거품이 된 셈이다.
이날 오전 바른정당 9명 의원들의 탈당이 공식화되자 국민의당은 "명분 없는 철새정치이고 시대정신에 역행하는 보따리 정치"라고 비판했다.
김철근 대변인은 "정치적 명분 없는 철새정치의 전형을 보여주는 옳지 않는 나쁜 정치의 답습에 불과하다"며 "명분도 실익도 없는 정치적 보따리 장사는 국민들의 준엄한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당제 시대정신을 강조하며 바른정당과 통합을 추진했던 안철수 대표 역시 머쓱한 상황이 됐다.
이스라엘을 방문중은 안 대표는 현지에서 자신의 SNS에 "바른정당이 겪고 있는 진통이 특별하게 다가온다"며 "지난 10개월이 의미있는 길이라고 공감하기 때문"이라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자유한국당으로 복당하는 의원들에게는 "명분이 없다"고 날을 세웠다. 그는 "나온 정당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에 대해 명분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도대체 한국당이 뭐가 바뀌었는지 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도 바른정당과의 연대 불씨는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바른정당의 분당 사태가 어느정도 예견된 만큼 크게 달라질 상황은 없다는 게 안 대표의 생각이다.
안 대표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기득권 양당을 견제하고 민생을 챙기는 문제 해결 정당으로 노력하며 우리가 가려고 했던 길을 계속 가겠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 3일 국민의당과 정책연대 기자간담회를 열었던 주호영 원내대표가 이번 탈당파 명단에 포함된 데 대해서도 "당대당 정책 연대인 만큼 그건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당 일각에서는 무르익지 않은 통합론이 바른정당은 물론이고 당 내부 반발까지 가져왔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달 국민의당에서 통합론이 불거지자 바른정당 내부에서는 "지금 국민의당의 통합 제안은 썸도 아니고 썸 타기 직전 사이에 아이를 몇 명 낳을까 가족계획을 세우는 것과 같다"며 "논의가 전혀 무르익지 않았다"고 섣부른 통합 논의를 경계한 바 있다.
원내 교섭단체가 무너진 바른정당과의 연대가 얼마나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당내에서는 쓴소리가 쏟아졌다. 박지원 전 대표는 바른정당 집단 탈당에 대해 "올 것이 왔다"며 "국민의당이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신세가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은 연정 개혁벨트 구성하지 않음으로써 국회선진화법을 극복하지 못해 법과 제도에 의한 개혁도 어려워지고 가장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며 "통합, 연합, 연대를 주장하던 국민의당 어떻게 되겠냐"고 지적했다.
국민의당 당 핵심 관계자는 "내년도 예산이나 법안같이 낮은 수준의 정책연대에 우선 집중했어야 하는데 너무 섣불리 나간 감이 있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