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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지 인민재판"… 김장겸 MBC 사장 해임사유 소명서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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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억지 인민재판"… 김장겸 MBC 사장 해임사유 소명서 보니

    방문진, 10일 오후 5시 회의 열어 해임안 논의 예정

    8일 오전, 본인의 해임 결의안 관련 소명을 위해 방문진으로 입장하고 있는 김장겸 MBC 사장 (사진=황진환 기자)

     

    본인의 해임 결의 건을 논의하는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이완기, 이하 방문진) 회의에 출석하려다가 이내 발길을 돌린 김장겸 MBC 사장이 방문진에 "겁박적인 분위기 때문"에 출석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또한 해임사유 소명서에서 "그동안 헌법과 방송법, MBC 방송강령을 포함한 사규에 어긋남이 없도록 법과 절차에 따라 회사를 경영해왔다"고 반박했다.

    김 사장은 방문진 회의 개최 직전인 오전 9시 57분쯤 회의가 열리는 서울 여의도 율촌빌딩에 도착했다. "김장겸을 해임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는 노조원들이 곁에 붙어 잠시 이동이 어려웠으나, 나중에는 노조가 길을 열어주었음에도 "회의 참석할 분위기가 아니다"라며 퇴장했다.

    김 사장은 방문진에 보낸 소명서를 통해 노조의 저지를 불출석 이유로 들었다. 그는 "언론노조 MBC본부 노조원들이 집단으로 회의장 출입구를 가로막은 채 팔을 붙들고 욕설과 반말 등으로 출입을 막았다. 회의장 출입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한데다, 겁박적인 분위기가 10여 분 이상 계속돼 출석 소명이 불가능했다"고 설명했다.

    김 사장은 "방문진 회의장 출입이 불가능해 일단 돌아 나오기로 한 뒤에는 언론노조원들이 승강기를 강제로 잡고 있어서 4~5분간 감금당하다시피 하다 1층으로 내려왔고, 다른 곳으로 잠깐 이동하기 위해 차량에 탑승했지만 차량에도 언론노조원이 한동안 옆 자리에 탑승해 가지 못하도록 하는 행패를 부렸다. 이 때문에 잠시 자리를 피했다 다시 회의실로 되돌아 올라가기도 어려웠다"고 밝혔다.

    김 사장은 "방문진 임시이사회 회의장 출입 통제가 전혀 되지 않는 물리적 겁박의 상황에서, 더 이상 정상적으로 출석해 소명하는 것이 불가능함에 따라, 해임결의안에 대한 소명 절차는 방문진 이사회에 제출하는 소명서로 대신하겠다"고 전했다.

    ◇ "방송 중립 지키고 권력에 대한 감시·비판에도 충실했다"

    김장겸 MBC 사장 뒤로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노조원들이 '김장겸 구속' 손팻말을 들고 있는 모습 (사진=황진환 기자)

     

    김 사장은 11쪽 분량의 소명서를 통해 "MBC 사장으로 취임한 뒤 이미 사장 공모시 밝혔듯이 '품격 있는 젊은 방송'을 목표로 MBC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경영상의 책무를 수행해 왔다"며 "방송의 중립과 독립을 지키고 언론의 정보 전달 기능과 권력에 대한 감시와 비판 기능에 충실하면서도 공정성과 객관성을 확보하도록 제작자율성을 부여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고 주장했다.

    앞서 방문진 이사 5명(김경환·유기철·이완기·이진순·최강욱)은 지난 1일 '김장겸 사장 해임 결의의 건'을 내며 △방송법과 MBC 방송강령 위반, 헌법에 보장된 사상과 언론의 자유 무시, 방송의 공정성과 공익성 훼손 △MBC를 정권의 나팔수로 만듦 △부당전보·부당징계 등 부당노동행위 반복 △반민주적·분열주의적 리더십으로 MBC 경쟁력 소진 △정권 가이드라인에 충실 △공영방송 사장답지 못한 언행으로 MBC 신뢰 하락 △파업 장기화 방치 등 7가지를 해임사유로 제시했다.

    김 사장은 이와 관련해 항목별로 반박에 나섰다. 헌법에 보장된 사상과 언론의 자유를 짓밟고, 자신의 이념과 다르다는 이유로 유능한 방송인 상당수를 취재와 제작에서 철저하게 격리시켰다는 지적에 대해 "30여 년 동안 기자로서 본분을 다해왔다고 자부하며, 사장으로 취임한 후에도 방송법이 규정한 방송 공정성과 공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노력해 왔을 뿐 이를 훼손하고 말살했다는 주장은 근거 없는 비방"이라고 주장했다.

    MBC를 정권의 방송으로 만들었다는 문제제기를 두고는 "취재 현장에서 MBC 취재팀이 특정 정파적 성향의 시위대로부터 협박을 당한 것은 사실이나 이는 폭력을 행사한 시위대 문제이지 MBC 보도가 잘못되어서 그렇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CBS노컷뉴스 16. 11. 21. 촛불집회 현장에서 '굴욕' 당한 YTN·MBC)

    노조 탄압과 인권침해 지적에는 "165명을 비제작부서에 강제전보했다는 것은 전임사장들의 임기 중에 일어난 일"이라고, '카메라기자 성향분석표' 의혹에는 "문건을 본 사실도 없고 문건 존재조차 모르는 사안"이라고 답했다. (관련기사 CBS노컷뉴스 17. 8. 8. "회색분자", "보도국 방출 필요"… MBC 블랙리스트 파문)

    김장겸 MBC 사장이 언론노조 MBC본부 노조원들과 취재진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김 사장은 '극단적 정파성'을 보였다는 데에 대해서도 "동의할 수 없다"며 "오히려 MBC 출신 민주당 국회의원과 긴밀한 연락을 주고받고 있는 언론노조가 극단적 정파성을 보이고 있다고 해야 사실에 가깝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대업 병풍 보도', 'BBK 릴레이 보도', '광우병 보도' 등을 정파성이 심각한 보도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본부장 김연국, 이하 MBC본부)가 김장겸 사장 퇴진과 방송 정상화를 내걸고 66일째 진행 중인 파업에 대해서도 "공영방송 경영진을 강제로 끌어내리려는 정권에 동조한 언론노조가 주도한 것이지 제 책임이라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언론학자 467명이 본인의 자진사퇴를 요구한 성명을 낸 것을 두고도 "정파적 성향이 강한 진보 언론학자"라며 "언론노조 총파업과 진보 언론학자들의 성명서는 '민주당 문건'에서 적시된 내용으로 정권의 공영방송 장악을 위해 사전에 기획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사장은 "방문진 이사 5명이 제시한 저의 해임사유는 어느 것 하나도 객관적 사실에 기초한 것이 없다"며 "과거 인민재판이나 마녀사냥이 이렇지 않았을까 개탄하게 된다"고 밝혔다.

    이어, "이렇게 무리하게 진행될 수밖에 없는 것은 단지 공영방송 MBC의 현 사장을 강제로 해임하고 정권의 입맛에 맞는 사장을 세우기 위해 구실을 갖다 붙이기 때문에 기인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방문진은 오는 10일 오후 5시 다시 회의를 열 예정이다. 일방적인 소명서만으로는 충분치 않다고 판단해, 김 사장에게 재출석해 직접 소명할 것을 요구할 예정이다. 현재 태국 출장 중인 야권 이사들도 참석할 수 있게 공식 세미나 일정이 모두 끝난 날짜로 잡았다는 게 방문진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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