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에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상납 의혹을 받고 있는 남재준 전 국정원장이 8일 오후 서울 서초동 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를 박근혜정권 청와대에 상납한 의혹을 받는 남재준(73) 전 국정원장이 8일 오후 검찰에 소환됐다.
검찰은 당시 청와대가 매달 1억원씩 4년 동안 40억원가량의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상납 받아 비자금을 조성하는 데 남 전 국정원장의 승인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검찰은 남 전 원장을 상대로 2013년 국정원 댓글사건의 수사 방해 의혹도 조사할 계획이다.
2013년 당시 국정원은 댓글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에 맞설 '현안TF'를 꾸린 뒤, 압수수색에 대비해 위장 사무실을 마련하고, 수사·재판 과정에서 직원들에게 허위 내용을 외워 진술하게 한 의혹을 받고 있다.
남 전 원장은 국정원 수사방해가 있던 당시인 2013년 3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국정원장을 지냈다. 현재 남 전 원장은 출국금지 조치된 상태다.
이날 오후 1시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한 남 전 원장은 "(당시) 국정원 직원들은 우리나라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는 마지막 보루이자 최고의 전사"라고 말했다. 그는 긴장한 듯 말하는 내내 손과 입이 떨렸다.
그러면서 국정원 소속 정모 변호사, 변창훈 검사의 사망 사실을 거론했다. 그는 "헌신과 희생에 대해 찬사는 받지 못할망정, 수사를 받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참담한 현실에 가슴이 찢어지는 고통을 느낀다. 이 자리 빌려 고인들의 명목을 빈다"며 카메라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그는 '현안 TF 보고를 받았는지' 등을 묻는 질문에는 "검찰에서 말하겠다"고 했다. '억울하느냐'는 질문에는 고개만 끄덕였다.
검찰은 이날 남 전 원장에 대한 조사를 마치는 대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