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미국 대통령의 국회연설은 1993년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이후 24년 만이다. (사진=국회사진취재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8일 아시아 순방 중 유일하게 한국 국회에서 행한 연설에서 북한의 반인권적, 호전적 행태를 민주주의를 향한 한국 국민들의 열정과 대비시키며 북한에 대한 강도높은 비난에 방점을 찍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먼저 6·25 전쟁에서 한국군과 미군이 서울을 탈환하고 함께 피흘리며 맺어진 동맹이 70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며 한미 동맹의 굳건함을 여야 의원들 앞에서 강조했다.
또 전쟁의 상흔을 딛고 일어선 한국이 이제는 전세계에 모범이 되는 국가로 발돋움했고, 반면 독재정권 체제의 북한은 갈수록 국제사회와 멀어지면서 스스로 고립을 자초했다고 비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6·25 전쟁으로 한국의 많은 지역에 전쟁에 상흔이 남았고 경제는 큰 타격을 받았지만 전세계가 알다시피 두 세대에 걸쳐 기적과 같은 일이 한반도 남쪽에서 일어났다"며 "한국민들은 이 나라를 오늘의 모습으로 바꾸어놓았다. 전세계에서 훌륭한 국가로 발돋움했다"고 극찬했다.
또 "우리는 한국이 그 어떤 나라보다도 더 잘 되길 원하고 돕고 있다"며 "나는 한국이 신뢰할 수 있는 동맹국이라는 것을 믿고 미래에도 그렇게 될 것 역시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을 듣고 있던 여야 의원들 사이에서는 큰 박수가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6·25 전쟁 이후 문민정부 출범과 금융위기 극복, 전세계 최고 수준의 대학졸업율 등 한국의 역사를 꼼꼼이 짚으며 오늘날의 한국이 전세계 강국의 반열에 오른 것을 축하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눈부신 성공을 6·25 전쟁 이후 독재체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북한의 현상황에 견주면서 북한 체제를 맹비난했다.
그는 "북한 주민들은 배관도 갖춰지지 않은 집에서 생활하고 전기를 쓰는 가정은 절반에도 못미친다"며 "교사에게 촌지를 주면서 아이들을 강제 노역에서 빼내려 노력하고 1990년대 이후 많은 사람이 기아로 목숨을 잃은 국가"라고 규정했다.
또 "5세 미만 영유아 중 30%가 영양실조로 발육 부진에 시달린다"며 "북한 정권은 많은 돈을 동상을 건립해서 독재자를 우상하는데 썼다"고 비판했다.
이어 "북한경제가 걷어들이는 미미한 수확은 비뚤어진 체제에 대한 충성도에 따라 배분된다"며 "주민들을 동등한 시민으로 여기기는커녕 잔혹한 독재자는 주민들을 저울질하고 국가에 대한 충성도를 자의적으로 평가해 등급을 매긴다"고 지적했다.
6·25 전쟁 이후 출발점은 똑같았지만 민주주의를 갈망하는 한국과 독재체체에 고립된 북한을 정면으로 비교하면서 북한에 대한 비판의 정당성을 끌어온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늘 우리는 한반도에서 벌어지는 비극적 시험 결과를 목도하고 있다"며 "하나의 민족, 두 개의 한국에 대한 이야기"라고 규정했다.
그는 "한국 전쟁 발발 시 남한과 북한의 1인당 GDP는 거의 동일했지만 오늘날 한국 경제는 북한에 비해 40배 이상에 달한다"며 "동일선상에서 출발한 지 얼마되지 않았지만 이제는 한국이 크게 성장했다"고 지적했다.
한미 동맹을 바탕으로 북한의 도발에 대한 강력한 힘의 제압도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체제는 핵탄두 미사일 프로그램을 고도화하면서 지금까지 미국, 동맹국과 했던 모든 약속을 어겼다"며 "북한은 미국을 유약하다고 해석했는데 이것은 치명적인 오산이 될 것"이라고 강력 경고하기도 했다.
또 "우리 정부는 과거의 (미국) 행정부와 비교했을 때 다른 행정부"라며 "오늘 나는 미국과 한국뿐 아니라 모든 문명국가들을 대신해 북한에 말한다. 우리를 과소평가하지 말고 시험도 하지 말라"고 언급했다.
동맹국으로서 한국을 위협하는 일을 용납치 않겠다는 기존 입장도 재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역사상 최악의 잔혹한 전쟁이 이곳(한국)에서 반복되도록 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이 땅을 지키기 위해 싸우고 생명을 걸었다. 그런 이유로, 한국의 평화를 사랑하는 국가들을 위한 메시지를 주러 제가 이곳에 왔다"고 힘줘 말했다.
또 "변명의 시대는 끝났고 이제는 힘의 시대가 왔다. 평화를 원한다면 우리는 강력해야 한다"며 북한의 추가 도발에 대한 만반의 준비가 돼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반도 주변에 배치된 핵추진 항공모함과 F-35 등 미군의 최신예 전력 자산을 언급하기는 했지만, 미사일 기지 예방공격 등 북한을 자극할 수 있는 말은 최대한 삼갔다.
'죽음의 백조'로 불리는 미 전략폭격기 B-1B가 한반도 상공에 수시로 전개되고 이후 북한이 이렇다할 도발을 벌이지 않는 것을 의식한 듯 상황을 추가로 악화시키지는 않겠다는 톤조절을 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은 김정은 당신의 할아버지가 그리던 낙원이 아니고 누구도 가서는 안 되는 지옥"이라며 맹비난했지만, "당신이 지은 하나님과 인간에 대한 범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나은 미래를 위한 길을 제공할 준비가 돼있다"며 북한을 향한 유화적 모습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