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KT&G 제공
국내 담배업체인 KT&G가 유해성을 줄인 궐련형 전자담배를 내놓으면서 미국 등에서 금지한 '가향 캡슐'을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향을 내는 캡슐은 거부감을 줄여 강한 흡입을 유도해 암 발병 위험을 높이고, 흡연자를 늘리는 부작용이 있어 세계보건기구도 규제를 권고하고 있다.
8일 CBS노컷뉴스 취재결과, KT&G가 오는 13일부터 시범 판매할 궐련형 전자담배 기기인 '릴'의 전용 담배 '핏'에는 멘톨(박하) 맛을 내는 캡슐이 필터에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필터에 있는 캡슐이 터지면서 향이 입안으로 빨려 들어오는 방식이다.
KT&G 관계자는 "제품 차별화와 소비자 만족도를 높이고, 찐내향 등에 대한 불편함이 줄이기 위해 캡슐을 넣었다"고 설명했다.
캡슐은 담배 고유의 냄새를 순화시키는 역할을 하지만 건강에는 더 해로운 것으로 나타나 미국, 유럽연합(EU), 캐나다 등에서는 캡슐이 들어간 담배의 제조.판매를 금지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도 담배규제기본협약(FTCT) 가입국을 대상으로 가향 물질 첨가를 제한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산하 질병관리본부 역시 지난 1월 담배맛을 순화시킨 캡슐담배는 담배 연기를 깊게 빨아들이기 때문에 담배 속 유해물질을 더 많이 흡수하도록 해 중독성 및 암발병 위험을 높인다고 발표했다.
또 지난 9월에는 여성․청소년 등을 흡연자로 유인한다는 연구결과도 내놨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 국회에도 가향물질 캡슐을 사용한 제조, 수입판매를 금지하는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다.
우리나라는 아직 아무런 규제가 없어 국내에서 제조되는 상당수의 국내.외국 브랜드 담배에는 캡슐이 들어가 있다.
KT&G가 신상품인 '릴'에 유해성 캡슐을 사용하고도 '유해성 저감 담배'로 홍보해 빈축을 사고 있다.
임왕섭 KT&G 상무는 지난 7일 기자 간담회에서 "유해성에 대해서는 자체 분석에 따르면 일반 궐련 담배와 비교해 상당 부분 저감된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임상시험은 현재 진행중이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말씀드릴 순 없다"고 밝혔다.
법안을 발의한 자유한국당 김명연 의원실은 "전자담배라고 해서 캡슐이 덜 유해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캡슐담배 금지 법안에 대해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여야 의원들은 대체로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법안 통과 시기는 장담할수 없어 캡슐 담배는 앞으로도 상당기간 팔릴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KT&G 측은 이미 상품 설계가 끝났기 때문에 캡슐이 들어간 전용 담배를 계속 팔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KT&G 관계자는 "향후 법제화가 이뤄지면 기업시민으로서 법을 철저히 준수할 것"이라고 했다.
필립모리스와 BAT 역시 법안이 개정된 이후에야 캡슐이 들어간 일반 담배에 대한 판매를 중단한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