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KBS 국정감사에 출석한 고대영 KBS 사장이 눈을 감고 있는 모습 (사진=윤창원 기자)
지난 9월 7일(지명파업은 8월 31일)부터 고대영 사장 퇴진 및 방송법 개정을 걸고 파업을 진행해 온 KBS노동조합(위원장 이현진, 이하 KBS노조)이 오는 10일 오전 0시부로 파업을 접는다.
KBS노조 이현진 위원장을 비롯한 집행부는 8일 고대영 사장을 직접 만나 "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해 사장직에서 용퇴하라"고 요구했다.
KBS노조에 따르면 고 사장은 "KBS 정상화를 누구보다 바란다. 여야 정치권이 방송독립을 보장할 방송법 개정안을 처리하면 임기에 연연하지 않고 사퇴하겠다"고 말했다.
KBS노조는 '사퇴'라는 고 사장의 거취 표명은 노조 파업 투쟁 이후 처음으로 나온 것이라고 강조하며 "미흡하지만 방송법 개정을 통한 사장 퇴진과 공영방송 정상화의 실마리를 제공한 것이라 평가한다"고 밝혔다.
KBS노조는 파업을 중단한 후, 정치권을 상대로 방송법 개정안 처리를 강력히 압박하는 투쟁을 비대위원 중심으로 전개할 예정이다.
그러면서 "만약 고대영 KBS 사장이 이 같은 거취 표명을 번복하거나 정치권이 현재 국회 계류 중인 방송법 개정안 처리를 미룰 경우 파업 투쟁을 재개해 강력한 투쟁을 벌일 것"이라고 전했다.
KBS노조 박희봉 공정방송실장은 이날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파업 투쟁 시작부터 지금까지 고대영 퇴진과 특별다수제 도입을 포함한 방송법 개정을 외쳐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 사장 퇴진을 포기하는 게 아니다. 내부에서 장기간 파업을 했지만 퇴진은 진전이 없는 데 반해 방송법은 야3당이 입장 선회를 해 진전이 있지 않았나. 2가지 다 쟁취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사진설명 : KBS노동조합(1노조) 조합원들이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신관 앞에서 총파업 출정식을 갖고 ‘고대영 사장 퇴진’ 촉구 구호를 외치고 있다. (jordanh@cbs.co.kr)
앞서 경영·기자·방송그래픽·방송기술인·아나운서·전국기자·전국촬영기자·촬영감독·카메라감독·PD협회 등 KBS 10개 직능협회는 6일 성명을 내어 "KBS노조가 6일 비대위에서 고대영 사장과 단체협상을 체결하는 조건으로 파업 철회를 논의한다는 소식이 들린다"며 끝까지 파업에 동참할 것을 호소하는 성명을 낸 바 있다.
이에 대해 KBS노조는 7일 "사실무근"이라며 협회 측이 예단한 것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단협 체결을 조건으로 한 것은 아니지만, '방송법 개정 통과'라는 전제 하에서 고대영 사장 자진사퇴 언급이 나온 것을 이유로 파업을 접는 수순을 밟는 것이다.
지난달 4일부터 고대영 사장 퇴진 및 방송 정상화를 내걸고 66일째 파업 중인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이하 새노조)는 KBS노조와 무관하게 파업을 지속할 예정이다.
새노조 성재호 본부장은 같은 날 통화에서 "현재 방송법 개정안을 통한 경영진 교체를 누가 말하고 있나. 야3당을 빼다박은 주장"이라며 "고 사장의 운명을 왜 국회에 떠미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고 사장은 즉각 사퇴해야 할 인물이다. 고대영 같은 사람을 (KBS 사장으로) 통과시켜 준 국회에 (그의 거취를) 다시 맡긴다? 방송법 개정은 되어야 하지만, 우리 KBS인 스스로 싸움을 통해 적폐 사장을 쫓아내야 한다. 그러지도 못하면서 무슨 개혁을 할 수 있나"라며 파업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자유한국당·국민의당·바른정당은 지난 2일 방송법 개정안을 조속히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방송법 개정안은 △공영방송 이사회 여야 비율 7:6 완화 △중립적인 사장추천위원회 마련 △사장 선임 시 특별다수제(전체의 2/3 이사들의 찬성이 있을 때 가결하도록 하는 제도) 도입 △노사 동수 편성위원회 구성 등을 골자로 한 법이다. 지난해 7월 발의된 안이다.
당시 여당이었던 자유한국당(구 새누리당)의 방해로 처리되지 못했으나, 정권교체 후 보수야당 쪽에서 입장을 바꾸어 '방송법 개정'을 주장하고 나선 상황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야3당의 '선 방송법 처리, 후 인사' 주장에 대해 " 눈에 뻔히 보이는 당리당략 정치 야합"이라며 "공영방송 정상화를 지연시키기 위한 정치적 술수에 불과하다"고 강도 높게 비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