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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 파업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KBS 새노조 "고대영 사장 운명을 왜 정치권에 맡기나" 파업 계속

    고대영 KBS 사장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저는 파업 중단하지 않습니다. KBS에는 노조가 두 개 이상 있습니다."

    "왜 파업하던 기자들 전체가 파업을 관두는 것처럼 오해하게끔 보도가 되었는가, 이 점에 노림수가 있는 것입니다."

    8일 저녁 박대기 KBS 기자가 트위터에 올린 내용이다. 눈을 맞으며 리포팅하는 장면으로 널리 알려진 박 기자뿐 아니라 이광용 아나운서, 정윤섭 기자, 이병도 기자 등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본부장 성재호, 이하 새노조) 소속 노조원들이 줄줄이 SNS에 "파업은 끝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혔다. 무슨 일일까.

    ◇ 'KBS노조'와 '언론노조 KBS본부'(새노조) 복수노조 체제

    앞서 KBS노동조합(위원장 이현진, 이하 KBS노조)은 8일 저녁 긴급 보도자료를 내어 오는 10일 0시부로 파업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고대영 사장이 "KBS 정상화를 누구보다 바란다"며 "여야 정치권이 방송독립을 보장할 방송법 개정안을 처리하면 사퇴하겠다"고 거취 표명을 했다는 이유다.

    이후, 두 달 넘게 지속된 파업 과정에서 고 사장이 처음으로 '사퇴'를 언급한 데 의미를 부여하면서도 복수노조 체제인 KBS 상황이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기사가 적지 않게 나왔다. 마치 '고대영 사장이 조만간 사퇴'하고 그에 따라 'KBS 파업도 끝나게 됐다'는 식으로 읽히는 기사도 있었다. 그러나 KBS 파업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 상황을 보다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KBS가 노조를 여러 개 둔 복수노조 체제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KBS에는 기업노조인 KBS노조와 산별노조인 새노조가 있다.

    다른 소수노조도 있으나 앞의 두 노조가 가장 규모와 영향력이 크고, 공정방송위원회 등 '단체협약'에 따른 노조로서의 권한을 행사하고 의무를 요구받기에 '양대 노조'로 불린다.

    지난 9월 7일 열린 KBS노동조합의 파업 출정식 당시 모습 (사진=황진환 기자)

     

    당초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였던 통합노조는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2008년 정연주 사장 불법해임과 관련한 입장차 때문에 쪼개졌다.

    KBS본부는 이후 상급단체인 언론노조를 탈퇴해 지금의 KBS노조가 됐다. 기술직군 대다수가 가입돼 있을 만큼 비중이 높고, 현재 교섭대표노조를 맡고 있다.

    새노조는 2009년 설립됐다. 정연주 사장 불법해임에 가장 비판적이었던 기자·PD들이 중심이 된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KBS 사원행동'(이하 사원행동)이 새노조의 전신이다. 새노조는 최근 노조원 2천 명을 넘겼다고 밝힌 바 있다.

    ◇ KBS노조만 '방송법 개정' 이유로 파업 중단, 새노조는 "끝까지 갈 것"

    어제 '방송법 개정'을 이유로 파업 중단을 시사한 곳이 바로 KBS노조다. KBS노조는 고대영 사장의 거취 표명에 대해 "미흡하지만 방송법 개정을 통한 사장 퇴진과 공영방송 정상화의 실마리를 제공한 것이라 평가한다"고 설명했다.

    KBS노조는 지난 8월 31일부터 특정 직군만 파업에 참여하는 부분파업인 '지명파업'을 벌였고, 9월 7일에 총파업에 나섰다. 10월 추석 연휴를 지나면서 다시 기자·PD·아나운서 직군에 한정하는 지명파업으로 전환한 상태다. 파업이 장기화됨에 따라 사실상 파업의 규모를 줄여온 추세였다.

    하지만 지난 9월 4일부터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본부장 김연국, 이하 MBC본부)와 동시 파업에 들어간 새노조는 오늘(9일)까지 67일째 '파업 중'이다. 오히려 정치권의 손에 고대영 사장 운명을 맡기면 안 된다며 KBS노조에 '파업 동참'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 9월 4일 열린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새노조)의 파업 출정식 당시 모습 (사진=황진환 기자)

     

    새노조는 KBS노조 파업 중단 의사가 전해진 직후인 8일 오후 성명을 내어 "지금의 방송법은 개정돼야 한다.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방향으로 법을 뜯어 고쳐야 한다. 그런데 그것이 적폐 사장 고대영의 퇴진과 무슨 관계가 있는가. 이미 투쟁의 9부 능선을 넘고 있고, 식물사장으로 전락한 고대영 사장의 퇴진을 방송법 개정안 통과를 연계시키는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새노조는 "KBS를 망친 적폐 사장은 반드시 구성원의 힘으로 물러나게 해야 한다. 세월호 보도 참사를 불러온 길환영 당시 사장을 KBS 전 직원이 단결해 해임시킨 것과 같은 이치"라며 "KBS 구성원들의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고대영을 KBS 사장으로 임명하는 청문회를 통과시켜준 국회"에 고 사장의 운명을 맡겨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또한 "KBS노조의 결정이 자유한국당 등 야당들의 입장과 너무나 판박이라는 점이다. 더구나 이인호 이사장 등도 최근 들어 똑같은 주장을 하면서 자신에 대한 퇴진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할 점"이라고 밝혔다.

    새노조는 "정치권에서 이런 저런 이유로 방송법 논의가 지지부진할 것이 너무나 뻔하다. 결국 고대영 사장은 퇴진 요구에 대한 방패막이로 삼아 자신의 임기를 모두 채우려 할 것이다. 방송법에 사장 퇴진을 연계하는 것은 결국 고대영의 적폐 체제 수명을 늘려주자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새노조는 "파업은 조금도 흔들림없이 계속된다"며 KBS노조에 "정치권에 기대 좌고우면하지 말자. 사실상 운명이 다해가는 고대영이다. 말뿐인 전략과 전술에 연연하지 말자. 적폐 사장의 퇴진을 위해서는 KBS 구성원의 강고한 실천과 행동뿐이다. 다시 돌아와 고대영 퇴진과 KBS 정상화의 길에 함께하자"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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