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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방관한 인천공항 자회사 추진, PB 사태로 '부메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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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 방관한 인천공항 자회사 추진, PB 사태로 '부메랑'

    "'정규직화 모범사례'부터 본사 직접고용 늘리도록 정부가 힘 실어야"

     

    불법파견된 제빵기사 고용 방식을 놓고 정부와 사측이 법정 공방까지 벌이고 있는 파리바게뜨(PB) 사태의 단초를 다름 아닌 정부 스스로 제공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정부가 민간부문에 정규직 전환의 선례로 제시하려던 인천국제공항부터 자회사 간접고용 방식을 선택하면서 노사 간 갈등이 장기화되고 있다.

    지난 9월 정부가 파리바게뜨 협력업체 소속 제빵기사들이 무허가 불법 파견됐다고 판정하면서 막이 오른 파리바게뜨 사태.

    정부는 파리바게뜨 본사가 제빵기사들을 직접 고용하도록 시정 명령을 내렸지만, 사측은 대신 가맹점·파견업체와 합작법인을 세워 간접고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급기야 파리바게뜨가 법원에 정부의 직접고용 시정지시를 취소해달라고 소송까지 제기하면서 파리바게뜨 사태는 정부와 사기업 간의 법정공방으로까지 비화됐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직후 첫 외부일정으로 찾아가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직접 선포했던 인천공항 노사조차 파리바게뜨 사태와 유사한 갈등을 벌이고 있다.

    공공부문은 물론, 향후 민간부문에까지 정규직 전환 방식의 모범이 되리라 기대받았던 인천공항이 선택한 정규직화 방식부터가 자회사를 통한 간접고용이다.

    인천공항은 정부가 지난 7월 발표한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추진계획' 등에서 반복해서 강조했던 원칙 중 하나가 '생명·안전 업무'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직접고용해야 한다는 것.

    그런데 인천공항은 '생명·안전 업무'의 범위를 ‘항공기 항행·운항’으로 한정짓고, 공항 내 소방·구급업무나 보안·검색업무 등에서 일하는 나머지 인력은 자회사를 통해 고용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노조는 사측 기준대로라면 1만 2천여명에 달하는 비정규직 가운데 겨우 800여명만 본사에 고용될 뿐인데다 이들을 나눈 근거도 불분명해 정규직 전환 의미가 퇴색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급기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비정규직 노조)는 지난달 30일 정규직 전환 방법을 논의하는 노사전협의회 불참을 선언하고, 지난 8일부터 여객터미널에서 피켓시위를 진행 중이다.

    인천공항 비정규직노조 신철 정책기획국장은 "인천공항 모든 업무가 공항 안전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직접고용을 원칙으로 하되, 자회사 고용이 불가피한 분야가 있다면 근거를 제시해달라는 입장"이라며 "반대로 공항은 자회사 고용을 원칙으로 얘기하고 있어 의견접근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더 나아가 "자회사로 노동자를 고용할 때 '이 정도면 자회사도 괜찮다'라고 만족할 사례가 아직 없다"며 "(자회사 고용으로는) 간접고용 형태가 계속 유지된다는 노동자들의 불안에 정부가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동 전문가도 정부가 적극 나서서 자회사 간접고용을 최소화하려던 정규직화 정책 취지를 되살려야 민간부문에도 본사 직접고용 방식을 퍼뜨릴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김유선 선임연구위원은 "정부 가이드라인을 살펴보면 모기업 고용을 원칙으로 하되 부득이한 사유가 있는 경우 자회사로 고용하도록 한 것"이라며 본사 직접고용 원칙을 강조했다.

    이어 "정부가 당사자들에 맡겨두고 애매한 태도를 취하는 사이에 기업들이 자회사 간접고용을 선호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회사들도 (정규직 전환 방식에 대해) 눈치를 보고 있지 않았겠느냐"면서 정규직 전환에 관한 정부의 적극적 역할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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