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겸 MBC 사장(가운데 고개 숙인 인물)이 지난 8일 자신에 대한 해임안에 대해 소명하기 위해 방송문화진흥회 회의가 열리는 서울 여의도 율촌빌딩에 들어선 모습 (사진=황진환 기자)
김장겸 MBC 사장의 해임안이 오는 13일 처리될 예정이다.
MBC 대주주이자 관리감독기구인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이완기, 이하 방문진)은 10일 오후 5시 18분, 서울 여의도 율촌빌딩에서 임시이사회를 열고 김 사장 해임안을 13일 오후 2시 회의를 열어 의결하기로 결정했다.
방문진은 김 사장에게 8일과 10일 직접 나와 소명할 기회를 두 차례 주었고, 국제방송세미나 참석 명목으로 태국으로 출장 간 야권 이사들에게도 출국 전부터 거듭 이사회 참석을 요구해 왔다.
하지만 이날 김 사장과 야권 이사 3인은 모두 참석하지 않았고, 방문진 이사들은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방문진 이사들은 13일 이사회에서는 김 사장과 야권 이사들의 참석 여부와 무관하게 해임안 표결 처리를 하기로 했다.
유기철 이사는 "(소명 기회를 줬음에도) 굳이 못 나온다면 소명의 기회를 스스로 포기했다는 일체의 확인서를 받고 지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최강욱 이사도 "사장님에게 소명 진행 혹은 포기 여부를 서면으로 받아 진행하는 게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완기 이사장은 "이 사안은 MBC 공적책임과 관련된 굉장히 중대한 사안이다. 사장 거취 문제와 관련돼 있기도 하고"라면서도 "김 사장도 이사 네 분(고영주 전 이사장 포함)도 안 나왔기 대문에 오늘 이 문제를 결정내리기에는 조금 미흡한 부분이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어, "가급적이면 김 사장이 나와서 그동안 있었던 일과 해임 관련 사유에 대해 다른 견해가 있으면 국민들 앞에서 이야기해 시시시비를 가릴 필요가 있다고 본다. 김 사장도 나오고 많은 이사들이 나와서 모양을 좀 갖춰야 한다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김 사장은 이날 오후 4시쯤 공문을 보내 불출석 의사를 밝혔다. 지난 8일 제출한 12쪽 분량의 문서로 대체한다는 것이었다. 김 사장은 8일 회의 때도 방문진에 왔다가 "회의 참가할 분위기가 아니다"라며 스스로 발길을 돌린 바 있다.
또한 야권 이사 3인(권혁철·김광동·이인철) 이사 역시 '한-태국 국제방송세미나' 해외출장을 이유로 이사회에 불참했다. 이들은 김 사장 해임안의 내용과 절차에 문제가 있다며 지난 6일 서울남부지법에 '임시이사회 소집 무효 가처분 신청'을 하기도 했다.
당초 방문진 여권 이사들은 야권 이사들에 출장 중 세미나 일정이 9일에 끝나는 만큼 조기귀국을 요청했다. 출국시간을 배려해 개최 시간도 늦은 오후인 5시로 잡았지만 야권 이사들은 응하지 않았다.
야권 이사들 중 권혁철·김광동 이사는 13일 이사회 참석이 가능하다고 했고, 이인철 이사는 어렵다고 전해 왔기에 13일 이사회는 야권 이사 2명만 참석한 채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
한편, 방문진은 김장겸 사장이 제출한 소명서의 진위를 확인하고 검증하기 위한 자료 일체를 MBC에 요청하기로 했다.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이효성, 이하 방통위)도 이르면 13일에 고영주 이사에게 면직 처분 통고를 내릴 전망이다. 방문진은 지난 2일 고영주 이사장 불신임을 가결하면서 방통위에 해임 건의의 안도 함께 보낸 바 있다.
김장겸 사장 퇴진과 방송 정상화를 내걸고 오늘로 68일째 파업 중인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는 김 사장 해임안이 방문진에서 처리된 후에는 파업을 풀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