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도, 비장애인도 아닌 아이들이 있다. 지능지수(IQ) 70에서 85 사이, 정상지능과 지적장애 사이에 놓인 '경계선지능'의 아이들이다. 일상생활에서 어려움을 겪지만 제대로 알려지지 않으면서 사회적인 관심과 배려에서도 경계에 서 있다. 대전CBS는 경계선지능 청소년의 실태를 6차례에 걸쳐 살펴보고 대책을 모색해본다. [편집자 주]
청소년쉼터에 머무르고 있는 희수(가명·19).
성인이 되면 쉼터를 떠나야 하는 희수의 가장 큰 걱정은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제가 뭘 잘하는 건지 모르겠어요. 어떻게 취업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희수는 그동안 제대로 '배워본 적이' 없다고 했다. 희수는 정상지능과 지적장애 사이에 놓인 '경계선지능'을 갖고 있다. 일반적인 교육은 버거웠고 특수교육은 장애인이 아니어서 받지 못했다.
희수는 청소년쉼터를 통해 소개받은 직업교육장에서 자립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다른 청소년들이 배우는 속도에 따라가지 못하다보니 좀처럼 손에는 익지 않고, 좌절감은 깊어진다.
희수는 "다른 언니들은 다 잘하는데 저만 못하니까 쪽팔렸어요(민망했어요)"라고 말했다.
일반 직업교육을 소화하는 데는 한계가 있지만, 그렇다고 장애인 시설로도 갈 수 없는 경우다.
청소년쉼터 관계자는 "장애인이 아니기 때문에 갈 수도 없지만, 중증장애인 중심의 시설이 많아 가더라도 적합한 교육을 받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취업성공패키지와 같은 일자리지원 프로그램에 참여시키면, 자격증을 따는 것부터 실패하는 경우가 참 많다. 용케 자격증을 딴다고 하더라도 취업까지는 난관이 적지 않다"며 이렇게 덧붙였다.
"그나마 그거라도 하지 않으면… 이 아이들은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하더라도 자기 권리를 찾기가 굉장히 어렵고 작은 실수를 이유로 잘리는 경우도 잦아요. 달라지는 건 없는데 아이들 나이는 들고… 나중에 어떡하지 하는 고민이 많이 되죠."취업과 함께 문제가 되는 것은 주거다. 장애인·고령자 등 주거약자의 경우 주거기본법 및 장애인·고령자 등 주거약자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가 및 지자체의 주거정책 마련 책무가 규정돼있지만, 경계선지능은 해당사항이 없다.
경계선지능의 남자 청소년들은 병역 문제와도 맞닥뜨리게 된다.
장애등급을 받은 상태는 아니다보니 현역으로 복무하는 경우가 종종 있고, 군 생활에서 문제가 생기는 사례도 더러 발생한다.
이성혁 대전남자단기청소년쉼터 팀장은 "군대를 가서 잘 정착하는 친구들도 있지만, 일부는 관심사병이 되거나 '죽고 싶다'는 말을 하면서 재판정을 받아 나오기도 한다"며 "지켜보는 입장에서는 늘 조마조마하다"고 털어놨다.
"이밖에 아이들에 대한 재정교육도 필요해요. 성인이기 때문에 의사결정 자체는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는 부분인데, 실제로는 힘 있는 친구들에게 휴대폰을 개통해 빼앗기거나 명의도용을 당하거나 해서 채무만 늘어나는 경우가 많습니다."이 같은 어려움들에 대한 뒷받침 없이 성인이 되면서 문제는 대물림되기도 한다.
이성혁 팀장은 "경계선지능 청소년의 경우 상당수가 정상적인 양육환경에서 성장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며 "이 친구들이 그대로 성장해 자녀를 낳으면, 그 자녀들 역시 실질적으로 돌봄이 안 된다. 그렇게 똑같은 현상들이 반복되는 사례가 너무 많다"며 안타까워했다.
"장애인과도, 비장애인과도 다른 특성을 갖고 있는 아이들이기 때문에 이 아이들에게 맞는 특화형 기관·시설이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지금보다는 한 단계 나은 삶을 기대할 수 있는데… 지금은 완전히 사각지대에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