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겸 MBC 사장(왼쪽에서 두 번째)이 지난 8일 자신의 해임사유를 소명하기 위해 방송문화진흥회 회의가 열리는 서울 여의도 율촌빌딩 안으로 입장하고 있다. 김 사장 뒤로 '김장겸 구속', '김장겸 퇴진' 등의 손팻말을 든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의 모습이 보인다. (사진=황진환 기자)
MBC 대주주이자 관리감독기구인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이완기, 이하 방문진)는 13일 오후 회의를 열어 김장겸 MBC 사장 해임안을 찬성 5표, 기권1표로 가결했다. 올해 2월 28일 취임한 김 사장은 259일 만에 사장 자리를 잃게 됐다. CBS노컷뉴스는 해임안이 방문진에 제출된 시점부터 가결되기까지 13일의 기록을 되짚어봤다.
◇ 11월 1일 : 김장겸 사장 해임안, 방문진에 제출돼
방문진 여권 이사 5명(김경환·유기철·이완기·이진순·최강욱)은 지난 1일 김 사장 해임안을 제출했다. 해임사유는 △방송법과 MBC 방송강령 위반, 헌법에 보장된 사상과 언론의 자유 무시, 방송의 공정성과 공익성 훼손 △MBC를 정권의 나팔수로 만듦 △부당전보·부당징계 등 부당노동행위 반복 △반민주적·분열주의적 리더십으로 MBC 경쟁력 소진 △정권 가이드라인에 충실 △공영방송 사장답지 못한 언행으로 MBC 신뢰 하락 △파업 장기화 방치 등 7가지였다.
이들은 "9월 초부터 공정방송을 위한 총파업으로 MBC가 마비상태에 이르렀음에도 김 사장은 여전히 오불관언(나는 그 일에 상관하지 않는다는 뜻)"이라며 "MBC를 조속히 정상화하고, 실추된 명예와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 '김장겸 사장 해임 결의의 건'을 제출한다"고 밝혔다.
지난 2일 열린 방송문화진흥회 회의 모습. 방문진에서 불신임당한 고영주 전 이사장을 제외한 8명이 모두 참석했다.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제공)
◇ 11월 6일 : 방문진 야권 이사들, '이사회 개최·결의 내용 효력정지' 가처분해임안이 올라간 다음날인 2일 방문진 회의가 열렸으나, 고영주 이사장 불신임 및 해임 건의안 때문에 김 사장 해임안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해임안을 제출한 여권 이사들은 김 사장에게 해임사유가 적시된 공문을 보내 소명의 기회를 주었고, 이사회 출석을 요구했다.
고영주 이사장 불신임안과 해임 건의안이 내용, 절차 모든 면에서 부적절하다며 항의하고 도중에 퇴장했던 야권 이사 3명(권혁철·김광동·이인철)은 김 사장 해임안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움직임을 취했다.
이들은 6일 서울남부지법에 '임시이사회 개최와 결의 내용 효력정지'를 요청하는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했다. 김 사장 해임을 논의하는 8일 이사회가 '한-태국 국제방송세미나' 참석차 해외로 나가는 야권 이사들의 의결권을 침해했다는 주장이었다.
지난 8일 열린 방문진 회의에는 여권 이사 5명만 참석했다.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제공)
◇ 11월 8일 : 김장겸 사장, 방문진 출석 않고 서면으로 소명김 사장은 8일 오전 10시로 예정됐던 회의에 출석하려 건물 안까지 들어왔다가 "회의에 출석할 분위기가 아니다"라며 돌아갔다. 당시 김장겸 사장 퇴진 및 방송 정상화를 내걸고 66일째 파업 중이던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본부장 김연국, 이하 MBC본부) 노조원들은 '김장겸 구속', '김장겸 해임'이라 쓰인 손팻말을 들고 김 사장에게 "자진사퇴할 생각 없나" 등의 질문을 했다.
MBC본부가 길을 열어주었는데도 스스로 발길을 돌린 김 사장은 MBC본부가 자신의 출입을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게 해 회의에 출석할 수 없다는 공문을 방문진에 보냈다.
또, 12쪽 분량의 소명서를 통해 △방송 공정성·공익성 훼손 △MBC를 정권의 방송으로 전락시킴 △노조 탄압과 인권 침해 △반민주적이고 분열적인 리더십 △방문진 경영지침 불이행 △신뢰와 품위의 추락 △무소신 무능력 무대책 등 7가지에 대해 반박했다. 그러면서 자신을 해임시키려는 시도를 "정권 입맛에 맞는 사장을 세우기 위해" 일어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 11월 10일 : 김장겸 사장, 야권 이사들 또 다시 불출석방문진 여권 이사들은 김 사장이 직접 이사들 앞에서 자신의 입장을 피력할 기회를 주기 위해 재출석을 요구했으나, 김 사장은 10일 이사회에도 나타나지 않았다. 야권 이사들 역시 5일 간의 출장 중 세미나 일정이 이미 끝났음에도 조기출국하지 않고 회의에 불참했다.
방문진 이완기 이사장은 "MBC 공적책임과 관련된 굉장히 중대한 사안"이라면서도 김 사장과 야권 이사들이 불참한 만큼 이날 결정을 내리기에는 미흡하다고 설명했다. 결국 여권 이사들은 13일 오후 임시이사회를 열어 표결 처리하기로 뜻을 모았다.
◇ 11월 13일 : 김장겸 사장 해임안 가결
김 사장 해임 결의안은 두 차례의 연기 끝에 13일 회의에서 가결됐다. 13일 오후 2시 회의가 시작됐고, 3시 50분 무기명 비밀투표로 표결에 들어갔다. 찬성 5표, 기권 1표로 김 사장 해임안은 가결됐다. 이로써 김 사장은 김재철 사장에 이어 방문진에서 해임된 두 번째 MBC 사장이 됐다. 한편, 이날 유일하게 참석한 야권 측 김광동 이사는 논의 과정에는 참여했으나 표결은 하지 않아 기권 처리됐다.
13일 오후, 방송문화진흥회가 김장겸 사장에 대한 해임안을 찬성 5표로 가결했다. 이완기 이사장이 의사봉을 두드리는 모습 (사진=박종민 기자)
김 사장은 해임안 가결 직후, '문화방송 대표이사 사장 김장겸' 명의로 "정권이 방송 장악을 위해 취임한지 몇 개월 되지도 않은 공영방송 사장을 끌어내려고 온갖 권력기관과 수단을 동원하는 게 정말 나라다운 나라입니까?"라며 "권력으로부터 MBC의 독립을 끝까지 지켜내지 못해 송구하다"고 밝혔다.
김 사장의 해임은 이날(13일) 저녁으로 예정된 주주총회 결의를 통해 최종 확정된다. MBC 지분은 방문진 70%, 정수장학회가 30%를 보유하고 있다. 보통 MBC 주주총회는 상법에 따라 MBC 대표이사가 소집해야 한다.
이때 김 사장이 주총 소집을 거부한다 해도, "법령 및 정관상 요구되는 이사회 결의 및 소집절차 없이 이루어졌으나 주주 전원이 참석하여 만장일치로 행한 주주총회 결의의 효력은 유효하다"는 대법원 판례에 따라 대주주인 방문진과 정수장학회가 협의해 해임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