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국가정보원이 청와대에 특수활동비를 상납한 의혹과 관련해 이병기 전 국정원장이 13일 오전 서울 서초동 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박근혜정부 국가정보원의 특수활동비 상납 사건과 관련해 이병기(70) 전 국정원장이 13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됐다.
이 전 원장은 이날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양석조 부장검사)에 출석해 오전 9시30분부터 특활비 상납 혐의(뇌물공여 등) 전반에 관한 조사를 받기 시작했다.
검찰은 이 전 원장을 상대로 해마다 청와대에 수십억원의 돈이 상납된 경위, 박 전 대통령의 상납 지시 여부, 당시 청와대로부터 상납 대가가 제공됐는지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특히 이 전 원장 시절 월 상납액이 1억원대로 전보다 2배가량 늘어난 정황을 포착한 검찰은 이 같은 변화가 발생한 배경도 집중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이 전 원장은 국정원장을 거쳐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영전한 바 있어 검찰은 이 과정에서 상납의 대가성은 없었는지 따져볼 예정이다.
이날 서초동 검찰청사에 출석한 이 전 원장은 "국정원 자금이 청와대에 지원된 문제로 인해 국민 여러분들께 실망과 심려를 끼쳐드린데 대해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조사에 임하는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지금 안 그래도 위상이 추락한 우리 국정원 직원들에 대해서도 이 문제로 인해 여러 가지로 제가 부담을 준 것 같아 개인적으로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 오늘 (검찰에) 들어가서 있는 대로, 제가 아는 대로 소상하게 진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청와대에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상납 의혹을 받고 있는 남재준 전 국정원장이 8일 오후 서울 서초동 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황진환기자
검찰은 이 전 원장의 전임자인 남재준(73) 전 원장을 지난 8일, 후임자인 이병호(77) 전 원장을 지난 10일 각각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이들은 청와대 요구에 따라 정기적으로 상납이 이뤄졌다는 취지로 혐의를 일부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이 전 원장까지 박근혜정부 국정원장 3명에 대한 조사를 모두 마치면 다음 수사 대상은 박 전 대통령이 될 전망이다.
다만 박 전 대통령이 본인 재판마저 불출석하는 등 수사 협조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검찰은 직접 소환조사를 비롯해 구치소 방문조사 형식 등의 방식을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