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바른정당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지명대회에서 당 대표에 선출된 유승민 의원이 꽃다발을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바른정당 신임 당 대표에 당선된 유승민(4선‧대구 동을) 의원은 13일 선출 직후 "죽음의 계곡에 들어섰다"고 소감을 피력했다. 9명 의원의 집단 탈당 사태로 원내교섭단체 지위(20석)를 상실했고, 내년 6월 지방선거까지 당의 소멸을 막아야 하는 위기감이 반영된 발언으로 풀이된다.
스스로 창당 정신으로 규정한 '개혁보수'를 정치 브랜드로 차별화하는 것이 바른정당의 '생존'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원내교섭 붕괴로 1차 실험이 실패했고, 마지막 기회만 남은 절박한 입장이 됐다.
지난 5월 대선 패배 뒤 6개월만의 재(再)등판인 유 의원 입장에선 일단 안보 이슈에서 여권과 대립하면서도 경제‧사회‧복지‧노동 등의 분야에서 자유한국당보다 '좌(左)클릭'하는 기존 전략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원내교섭 지위의 복원도 시급한 사정이 됐기 때문에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등 중도 쪽으로 외연을 확장하는 새로운 전략 마련도 불가피하게 됐다. 당 대표 당선 직후 한국당과 국민의당 양쪽으로 통합을 위한 대화의 창구를 만들겠다고 밝힌 이유다.
유 의원은 당선 소감을 밝히는 과정에서 영화 '위워솔져스(We were soldiers)'에 등장하는 "우리는 죽음의 계곡에 들어간다"는 대사를 소개했다. 이 구절은 전당대회 출마 선언에서 "죽음의 계곡으로 들어가겠다"고 인용한 바 있다.
이어 "원내교섭단체가 무너져 춥고 배고픈 겨울이 시작됐다"며 "우리가 똘똘 뭉쳐 서로의 체온을 나누면서 강철 같은 의지로 이 죽음의 계곡을 건넌다면 따뜻한 새봄이 와 있을 것"이라고 당원들을 독려했다.
개혁보수를 내건 당의 정책적 지향으로는 사드 배치, 미군과의 전술 핵 공유, 중(中)부담‧중(中)복지, 혁신성장, 비정규직‧청년‧여성 노동자 차별 시정과 노동시장 유연화의 동시 추진 등을 제시했다.
그러나 1~2차 탈당의 여파로 원내 33석에서 20석, 다시 11석으로 의원 수가 줄은 데 이어 3차 탈당을 준비 중인 의원이 2~3명 더 있는 것으로 알려지는 등 당내 상황이 녹록치 않다. 이에 대해 유 의원은 "최대한 (당에 남도록) 설득하고 있다. 많이 안정을 찾은 분도 있고, 설득이 더 필요한 분도 있다"고 설명했다.
당내 상황을 정상화하는 데 있어 1차 분수령은 원내대표 합의 추대 문제다. 이날 만찬 회동을 통해 주호영 전 원내대표의 탈당에 따른 후임자 문제를 논의한다.
한때 자강파로 분류됐던 유 의원은 중도-보수 통합 문제에 있어서 기존보다 유연해진 입장을 드러냈다. 그는 당선 뒤 기자간담회에서 "만약 3당이 중도‧보수 통합, 건전한 보수 세력의 결집, 그런 결집을 위해 같이 논의할 수 없다면 바른정당에서 한국당에 대해서도 창구를 만들고 국민의당에 대해서도 창구를 만들어서 논의를 진행해 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유 의원의 간담회 내용이 알려진 직후 한국당 장제원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당 지도부는 더 이상 바른정당 의원들을 받을 의지가 없음을 피력했다"며 중도‧보수 통합론을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