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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자랑은 기본…성심병원 간호사들 '수시 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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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기자랑은 기본…성심병원 간호사들 '수시 동원'

    서류상 '안녕' 확인이 관행인 고용노동부, 뒤늦은 조사

    장기자랑이 전부가 아니었다. 성심병원 간호사들은 휴일도 없이 재단 차원의 '화상회의' 준비 등에 동원되면서 수당도 없는 초과근무로 과로까지 떠안았다.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고용노동부는 뒤늦은 조사에 나섰다.

    성심병원의 화상회의. 간호사들을 동원해 만들어진 자료를 바탕으로 이른 시간부터 시작된다. (사진=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의원실 제공)

     

    ◇ 화상회의에 힐링프로그램에…휴일에도 이어지는 동원

    매주 화요일 치러지는 '화상회의'는 성심병원 간호사들이 지적하는 병원 내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다.

    일종의 성과 보고이자 계획 발표인 화상회의는 그 취지와 달리 간호사들에게 엄청난 '규정 밖 노동'을 부여하고 있다.

    일송재단 산하 모든 병원들은 매주 화상회의에 참여하는데, 각 병원에 속한 부서들이 돌아가면서 이를 준비하게 돼 있다. 한 부서에 속한 간호사들의 입장에선 1년에 한두 회 꼴이다.

    그러나 이를 준비하기 위해선 이미 두세 달 전부터 노동 '착취'가 시작된다는 것이 간호사들의 증언이다. 밤 11시부터 아침 7시까지 이어진 나이트근무 후의 '오프'는 물론, 주말이나 연휴 등에도 병원에 나와 이를 준비해야 한다.

    특히 발표 일주일 전부터는 오전 6시에 출근해 자정까지 해당 준비만 계속한다는 것이 이들의 증언이다. 간호 실무에서 빠진 이들의 공백을 채우기 위해 다른 동료들이 수당도 따로 주어지지 않는 추가 근무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중견간호사 A 씨는 "올해 환자 수와 수술이 건 수가 몇이었고 비급여 항목을 어떻게 개발했더니 얼마의 수익이 올랐는지 등을 설명하는 식"이라며 "한 달 전부턴 간호부장을 포함한 모든 부서원들이 모인 데서 '그런 식으로 밖에 발표를 못 하냐'며 콘텐츠를 '난도질' 당하고 다시 준비하는 일이 반복된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다. 병원에서 간호사들을 위해 진행한다는 '힐링 프로그램'은 간호사들을 오히려 피로로 멍들게 한다. 간호사들은 비정기적으로 진행되는 해당 프로그램의 참여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관리자급에 의해 참여를 강요받고 있다고 밝혔다.

    간호사 B 씨는 "휴일이나 근무가 끝난 직후에도 사비를 들여 타 지역에 열리는 프로그램에 참여했다"며 "병원이 간호사들을 상대로 이만한 복지를 제공했다는 걸 보여주려 하는 게 아니냐"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재단 측은 "할 말 없다"며 관련 사실 확인과 답변을 거부했다.

    재단 체육대회에 동원된 간호사들. '장기자랑'이란 명목 아래 원치 않는 옷을 입고 춤을 추고 있다는 호소가 이어지고 있다. (사진=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 제공)

     

    ◇ 고용노동부의 '서류상 관리', 사태를 키우다

    한편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고용노동부는 이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강동성심병원에서 240억 원대의 임금체불 문제가 불거지고 나서야 뒤늦은 조사에 나섰다. 특히 장기자랑 동원 등에 대해서는 이제야 겨우 파악에 나선 상태다.

    노동부는 관계자는 "근로감독 대상 사업장을 매년 만여 곳 이상 지정해 관리하지만 대부분 서류상으로 조사를 한다"며 "근로 시간 외 장기자랑 등에 동원되는 것들은 자료상에 나타나지 않아 내부 제보 없인 확인과 조사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결국 노동부의 이 같은 '서류상의 관리'가 결국 사태를 오래도록 방치하고 키운 결과를 낳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직장갑질119' 권두섭 변호사는 "노동부의 조사 자체가 사측에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이라며 "회사에서 미리 준비한 서류를 주면 최근 불거진 것과 같은 문제들을 확인할 길이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동법이 적용되는 사업장이라면 어디든 노동법 관련 자료들을 제출하라고 요구할 수 있으며 언제든 현장 노동자들을 만날 수 있는 근로감독관이 그 막강한 권한에 맞지 않는 수준의 활동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권 변호사는 "노동부 내 다수 인력이 노동자들의 사후 진정을 다루느라 일손이 부족하다고 하지만 이는 결국 예방적 근로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탓"이라며 "효과적인 예방적 근로감독을 하기 위해 내부적으로 인력을 재배치하고 증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관련 제보들을 받고 있는 직장갑질119는 이번 주 안으로 해당 내용들을 정리해 고용노동부 관계자에게 면담을 요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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