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문화재 도난백서(1999년)에 실린 '옥천사 나한상'. 맨 왼쪽이 이번에 환수되는 나한상이다. (사진=문화재청 제공)
지난 1988년 도난 당해 미국 경매시장에 나왔던 '옥천사 나한상'이 30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온다.
문화재청과 대한불교조계종은 14일 "미국 경매시장에 출품돼 경매가 이뤄질 뻔했던 옥천사 나한상이 도난 불교문화재라는 사실을 근거로 경매를 철회시켰다"며 "해당 경매사와도 원만한 협상을 마무리해 이달 중 국내에 들여올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이 나한상은 경남 고성군 옥천사 나한전의 16존 나한상 가운데 하나다. 지난 1988년 1월 30일 나한상 7존이 도난당했는데, 이후 2014년과 지난해에 각각 2존씩 모두 4존이 회수됐다.
문화재청은 "이번에 환수 예정인 나한상은 아직 회수하지 못한 3존 중 하나로, 도난된 7존의 나한상 가운데 유일하게 외국에서 발견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라한(阿羅漢)의 준말인 나한은 온갖 번뇌를 끊고 깨달음을 얻은 자를 일컫는데, 사람들의 소원을 들어 주는 신앙의 대상으로 삼았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옥천사 나한상이 경매에 출품된다는 사실은 문화재청 산하기관인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의 유통조사를 통해 확인했고, 조계종과 협의해 해당 문화재가 도난품임을 파악했다.
이후 조계종으로부터 협상 권한을 위탁받은 문화재청은 미국의 해당 경매사에 도난 사실을 통보해 경매 중지를 요청했고, 수개월에 걸친 경매사 측과의 협상 끝에 반환 합의를 이끌어냈다.
이번에 돌아오는 옥천사 나한상은 '선암사 동악당재인대선사진영'(2015년 6월 환수), '송광사 오불도'(지난해 12월 환수)에 이어 문화재청과 조계종의 협력을 통해 국외로부터 환수하는 세 번째 불교문화재다.
문화재청은 "이번 옥천사 나한상의 환수를 계기로 외국에서 거래되는 우리 문화재의 도난 여부를 더욱 철저히 확인할 계획"이라며 "거래되는 문화재가 도난 문화재로 확인될 경우 경매사 등과의 협상을 통해 자발적 반환을 이뤄내는 등 적극적으로 환수를 추진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