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문성근씨와 김여진씨의 합성 나체사진을 만들어 유포한 혐의로 기소된 국가정보원 직원이 법정에서 피해자들에게 사죄했다.
국정원 직원 유모씨는 1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단독 성보기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재판에서 "상사의 부적절한 지시를 거부하지 못하고 이를 실행해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야기하고 피해자들에게 큰 상처를 줘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피고인석에서 일어난 유씨는 재판부를 향해 허리를 숙여 인사한 뒤 "구속된 이후 매일 깊은 반성과 함께 참회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운을 뗐다.
그는 "개인적으로는 30년 공직생활이 한순간에 무너져 정말 참담한 마음"이라고 울먹이기도 했다.
그러면서 "지난 30년이 국가를 위한 충성의 삶이었다면 앞으로는 사회에 봉사하는 삶을 살겠다"고 재판부에 선처를 호소했다.
유씨는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검찰이 제출한 증거도 모두 동의했다.
재판부는 문제의 합성사진을 법정에서 실물화상기로 살펴본 뒤 이날 재판을 마무리했다.
검찰은 다만 "피고인이 그동안 검찰 수사에 많이 협조해줬는데 향후에도 협조해줄 부분이 있다. 판결 선고가 되면 계속 수사받기가 어렵고 추가 기소될 여지도 있어서 선고는 미뤄달라"고 요청했다.
검찰은 유씨에 대한 추가 수사가 이뤄지는 점 등을 고려해 구형 의견도 이날 밝히지 않았다. 검찰은 추후 서면으로 재판부에 구형 의견을 내기로 했다.
유씨의 변호인은 "피고인은 범행을 깊이 반성하고 있고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했다"며 "본건 범행은 국정원 상부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서 약간 불가피성이 있는 만큼 정상 참작 사유가 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검찰에 시간적 여유를 주기 위해 다음 달 14일 오전 선고를 내리기로 했다.
유씨는 2011년 5월 배우 문씨와 김씨가 마치 부적절한 관계에 있는 것처럼 묘사하는 나체 합성사진을 만들어 보수 성향의 인터넷 사이트에 올린 혐의(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법상 명예훼손)를 받는다.
검찰은 문씨가 2010년 8월 무렵부터 야권 통합 운동을 전개하자 2012년 총선과 대선 등을 앞두고 국정원이 문씨의 이미지를 실추시켜 정치활동을 방해하기 위해 합성사진을 제작·유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유씨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 민병주 전 심리전단장을 비롯한 상급자들의 지시에 따라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