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12일 바레인 출국 직전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 활동을 "감정풀이", "정치보복"이라고 비판하자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3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명박 정권은 적폐의 원조"라며 강하게 성토했다.
하지만 같은 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이날 관련 언급을 최대한 자제했다. 대신 예산안 심사에 야당의 협조를 구했다. 우 원내대표는 "국민의 명령은 적폐청산의 제도화, 시스템화를 통해 다시는 국정농단과 같은 불행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라는 것"이라면서도 "사람예산, 정의입법 실현에 함께 손을 맞잡고 나서자"고 야당에 호소했다.
최근 몇주간 주요 회의에서 우 원내대표의 발언을 보면 적폐청산 관련 주제는 찾기 힘들다. 이달 초 박근혜 정권 시절 '문고리 3인방'의 특수활동비 상납 관련 수사가 진행됐을 때 철저한 수사를 당부했을 뿐, 주로 예산안 심사나 주요 정책과 관련된 발언에 집중하고 있다.
우 원내대표는 14일부터는 예산 관련 자료를 들고 언론사를 찾아다니며 발품을 팔기 시작했다. 언론사 간부들에게 자료를 통해서 이번 예산안이 '포퓰리즘', '퍼주기'라는 일부 지적에 대해 반박하면서 민생을 살리는 예산안이라는 점을 설명하기 위해서다.
옆에서 지켜본 한 초선 의원은 "우 원내대표가 한 달 넘게 술을 입에도 대지 않는데도 긴장과 피로로 인해 얼굴에는 항상 붉은 기가 있다"며 "국회 상황이 어렵지만 연말에 새 정부가 공약했던 예산과 법안에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감이 큰 것 같다"고 전했다.
여소야대에서 법안과 예산 심사라는 무거운 과제를 안고 있는 여당 원내지도부의 고민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특히, 검찰의 칼 끝이 박근혜 정권을 넘어 이명박 정권으로 향하는데다 야당에 합종연횡 움직임도 일고 있어 정치권이 어느 때보다 어수선하다. 각 당의 상황이 복합 방정식으로 전개돼 여당 입장에서는 누구를 붙잡고 협상을 해야하는지도 불분명한 상황이다.
일례로 지난 13일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장관 후보자 문제를 놓고 국민의당이 끝내 상임위 회의에 불참해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이 불발되면서 민주당에서는 "국민의당도 믿기 어렵다"는 위기 의식이 높아지고 있다.
적폐청산 이슈를 넘어서 국민의 실제 삶을 변화시키는 데에 여당이 앞장서야 한다는 생각도 강하다. 최근 중진 의원들을 중심으로 적폐청산 이후를 대비할 수 있는 긍정적인 아젠다를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우 원내대표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정권교체는 단지 수단일 뿐 목표는 국민의 삶을 개선하는 것"이라며 "국민의 삶이 조금이라도 나아지게 하기 위해서 우리가 전념해야 할 일은 예산과 법안"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회 상황이 정말 녹록치 않다. 국민들 지지는 높아도 국회로 오면 어려움이 있다"면서 "그래도 최선을 다해 설득해나가고 야당과도 본격적으로 물밑 협상을 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