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MBC이사회에 사직서를 낸 백종문 부사장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김장겸 MBC 사장이 해임된 지 하루 만에, 백종문 부사장의 사의를 표명했다.
복수의 MBC 관계자에 따르면 백 부사장은 14일 MBC이사회에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MBC이사회에서 접수된 후, 조만간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에도 전달될 예정이다.
백 부사장에게 갑작스런 사의표명 배경을 듣기 위해 연락했으나, 백 부사장은 CBS노컷뉴스에 "드릴 말씀이 없다. 끊겠다"고만 답했다. 다만 MBC이사회에 사직서를 제출할 때 김장겸 사장 해임에 책임을 느낀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 부사장은 13일 방문진에서 김장겸 사장 해임안이 가결됨에 따라, 당분간 사장 직무대행을 맡을 예정이었다. 그러나 그가 사의를 표명함에 따라, 최기화 기획본부장이 직무대행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백 부사장은 MBC 시사교양국 교양4CP, 시사제작국 시사제작6CP, 홍보심의국 심의부장,편성국 시청자연구소장, TV편성부장 등을 거쳤다. 김재철 사장 취임 후 편성국장, 편성제작본부장, 미래전략본부장 등 요직을 맡았고 올해 2월 김장겸 사장 취임 후 부사장에 임명됐다.
백 부사장은 2012년 170일 파업 당시 해고된 최승호 PD, 박성제 기자를 '증거 없이 해고'했다고 말해 파문을 일으킨 인물이기도 하다.
더불어민주당 최민희 의원실이 지난해 1월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백 부사장은 미래전략본부장 당시였던 지난 2014년 극우 성향 매체 '폴리뷰' 기자를 만난 자리에서 노조 파괴 공작 언급을 했다.
이때 백 부사장은 "최승호(PD)와 박성제(기자)는 가만 놔두면 안 되겠다 싶어 증거 없이 해고시켰다"며 "소송비용이 얼마든, 변호사 수십 명이 들어가든 이건 회사의 명운이 달린 일"이라며 노조를 계속해서 압박할 것 등을 주문했다.
당시 MBC는 "'직접적 증거가 다소 충분하지 못하다'는 의견을 마치 근거 없이 해고했다는 의미로 왜곡한 것"이라며 "몰래 녹음한 사적 대화 내용을 임의 편집해 사실관계를 호도하는 것은 언론의 정당한 취재 윤리를 벗어난 것"이라고 해명했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백 부사장을 지난해 2월 노동관계법과 방송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으나 서울서부지검은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고검 항고가 기각돼 대검에 재항고한 상태였는데, 대검은 최근 서부지검에 '백종문 녹취록' 수사 재개를 명령했다.
백 부사장은 '부당노동행위' 혐의 피의자이기도 하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6월 특별근로감독을 진행한 후, 지난 9월 MBC 안광한 전 사장, 김장겸 전 사장, 최기화 기획본부장, 박용국 미술부장과 함께 백 부사장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또한 백 부사장은 MB 정부 당시 방송장악의 실행자였다는 혐의를 받아 지난달 31일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한 바 있다.
MBC본부는 백 부사장의 사의표명 이후 "백 부사장은 MBC 파괴에 앞장선 부역 언론인의 대명사"라며 "언론 적폐청산이 임박하자 서둘러 귀갓길을 재촉하려 사표를 낸 것으로 보이지만 백종문 씨가 가야 할 곳은 감옥이다. 검찰 등 수사당국은 백 씨의 범죄 혐의를 철저히 수사해 법정에 세워 공영방송을 파괴한 죗값을 치르게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