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순방을 마치고 귀국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북한과 무역에 관한 '중대 발표'를 하겠다고 예고함에 따라 한반도 안보 정세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일단 외신들은 미국이 9년 만에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보도하고 있다.
미국 ABC방송은 미국 행정부가 북한의 테러지원국 재지정 관련 권고안을 제출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숙고 중이라고 보도했다.
앞서 백악관도 "대통령이 아시아 순방 말미에 테러지원국 재지정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아시아 순방의 주된 목적이 대북 압박 강화를 위해 국제사회의 협력을 얻어내는 것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북한 테러지원국 재지정은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북한이 이번에 테러지원국에 재지정되면 9년만에 다시 블랙리스트에 오르는 것으로, 국제무대에서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한 외교 소식통은 "한국과 미국이 현재까지 '강한 제재를 통한 대화'의 입장을 유지해온 만큼, 이번 백악관 발표에서도 강한 제재·압박안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현재 북한이 60일 넘게 아무런 군사적 도발을 감행하지 않고 있는 만큼 모처럼 찾아온 대화 분위기를 흐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 소식통은 "두 달여 동안 눈치를 봐 온 북한이 테러지원국에 재지정될 경우 계속 맞설것인지, 그래도 대화를 모색할 것인지 어떤 판단을 내릴지에 따라 한반도 상황은 다시 긴장국면으로 들어설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도 신중한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노규덕 외교부 대변인은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기 위한 미국의 움직임에 대한 우리 정부 입장'에 대해, "한미를 포함한 국제사회는 제재와 압박, 그리고 대화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공동의 목표를 평화적인 방식으로 달성한다는 일치되고 일관된 입장을 가지고 있다"는 원칙적 입장만 밝혔다.
다만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순방 기간동안 대북 비난 발언을 극도로 자제하며 북미 간 대화무드가 고조됐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오히려 미북 대화 재개를 선언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지난달 미 국무부 조셉 윤 대북정책특별대표는 "북한이 60일 동안 도발을 멈추면 대화 신호로 볼 수 있다"고 밝혔는데, 15일은 북한의 마지막 미사일 발사 도발 이후 60일이 되는 날이다.
일각에서는 조셉 윤 대표의 14일 방한이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위한 사전 논의를 위한 것 아니냐는 조심스러운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의 '중대 발표'에 대한 궁금증이 커져가는 가운데 어떤 쪽이든 이번 발표가 한반도의 안보 정세에 중대한 변환점이 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번 순방 당시 경제에 대한 부분은 많이 나왔는데 안보에 대한 부분을 어떻게 논의했는지는 많이 공개되지 않았다. 한미 정상회담, 미중 정상회담에서 북핵 문제를 두고 어떠한 공감대가 있었는지에 따라 이번 (발표의) 내용과 수준이 결정될 것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번 발표에 대한 중국과 북한의 반응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만일 트럼프 대통령이 테러지원국 재지정을 발표하고 중국이 이에 크게 반대하지 않는다면 중국의 향후 대북제재 압박의 수위도 현재보다 더 강해질 공산이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김 교수는 "이번 미중 정상회담 이전까지 한미는 제재와 압박에 더 무게를 두었고 중국은 제재에 효과가 없음을 강조하면서 대화와 협상을 강조하는 모습이었다. 이번 연이은 정상회담을 통해 얼마나 깊은 논의가 되었는가를 보여줄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 내용은 향후 중국이 얼마나 북한 문제에 협력할 것인가에 대한 관찰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