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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남방외교 무대서 밀착하는 한러…극동개발 의기투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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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新남방외교 무대서 밀착하는 한러…극동개발 의기투합

    아시아 국가 이니셔티브를 틀어쥐겠다는 의지 내비쳐

    문재인 대통령(왼쪽에서 두 번째)이 미소짓고 있다. (사진=청와대 페이스북)

     

    취임 후 처음으로 동남아시아를 방문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와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3 정상회의 참석 등 숨가쁜 일정을 소화한 문재인 대통령의 외교행보는 '외교 다변화'로 요약된다.

    그동안 역대 정권이 북핵 문제 등 한반도 상황에 천착해 미·중·일·러 주변 4강에 대한 외교안보적 접근을 했다면, 문 대통령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동남아국가들과의 미래 경제공동체를 상정한 경제협력에 방점을 찍었다.

    아세안 국가는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필리핀, 말레이시아, 라오스, 미얀마 등 10개 나라 연합체로 인구는 6억 4천만 명에 국내총생산(GDP)만 2조 5천억 달러에 달하는 등 한국에 있어서는 '기회의 땅'으로 불린다.

    문 대통령이 오는 2021년까지 아세안 국가들과의 교역 규모를 현재의 중국 수준인 2천억 달러로 확대하겠다고 선언한 것도 아세안 국가들의 잠재력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이런 신(新)남방정책을 강조하는 가운데, 지난 9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밝힌 신(新)북방정책의 실효적 추진을 위한 한-러간 만남이 14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이뤄져 주목받았다.

    한국의 외교지평을 남쪽과 북쪽으로 확장해 통상·교역 편중을 해소하고, 동시에 아시아국가들의 협조로 북핵 문제를 궁극적으로 풀어내자는 큰 틀이 필리핀에서 재차 확인된 셈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총리와 30분간 단독 회담을 열고 극동지역 개발을 포함해 양국간 미래 성장동력 확충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자는 데 합의했다.

    또 현재 진행 중인 한-유라시아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위한 실무 협의도 빠른 시간 내에 진행하자는 데도 뜻을 모았다.

    신남방정책 무대에서 신북방정책 기조를 다시 한 번 강조하면서, 아시아국가 이니셔티브를 틀어쥐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과 메드베데프 총리는 회담 내내 매우 우호적인 언사를 주고받으면서 서로를 예우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마닐라 국제컨벤션센터(PICC) 회담장 안에서 메드베데프 총리를 맞이하려고 준비하다가 "밖에 나가서 만나서 같이 들어오면 될 것 같다. 이왕 맞는거 성의있게 하자"며 의전팀의 만류를 뿌리치고 베드베데프 총리를 밖에서 반갑게 맞기도 했다.

    회담 중 눈에 띄는 점은 지난 9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발표한 신북방정책의 핵심인 '9개의 다리 전략'을 다시 꺼내, 러시아를 비롯한 동북아시아 국가들과의 협력을 강조했다는 것이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9월7일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에서 열린 동방경제포럼에 참석해 "동북아 국가들이 협력해 극동개발을 성공시키는 일은 북핵문제를 해결하는 또 하나의 근원적 해법"이라며 "동북아 국가들이 극동에서 경제협력에 성공하는 모습을 보면 북한도 이에 참여하는 이익임을 깨달을 것"이라고 천명했다.

    러시아를 포함한 극동지역 선(先)개발이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뜻으로, 북한의 참여를 전제로 한 그동안의 접근법에서 탈피한 전략이었다.

    문 대통령은 이날도 메드베데프 총리에게 가스, 철도, 항만, 전력 등 '9개의 다리'를 언급하면서 한-러 정부간 경제협력에 박차를 가하자고 주문했다.

    특히 문 대통령이 "한국 기업들이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이용할 수 있도록 통관 절차를 간소화해 달라",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현대차의 투자 특혜계약 만료에 따른 후속 계약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요청한 것은 한러 정상간 상징적 선언을 넘어 구체적 실행을 예고한 것이어서 의미가 크다.

    메드베데프 총리 역시 "한-유라시아 FTA에 대해서는 한국 측과 긴밀히 협의할 의향이 있다"면서 사할린 LNG 사업, 극동지역 조선업 현대화사업, 수산물과 농산물 분야에서의 협력 필요성을 언급하며 화답했다.

    신남방정책의 심장에서 신북방정책까지 아우른 셈이다.

    문 대통령의 러시아 예우는 러시아와 인연이 깊은 중진 송영길 의원을 북방경제협력위원장으로 임명하면서 이미 예고됐다.

    한반도 주변 4강 중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러시아와의 관계 재설정과 동북아시아 진출을 위한 교두보 확보 등을 위해 새 정부 출범 초기부터 공을 들였다.

    송영길 위원장 역시 한러 회담 직후 자신의 트위터에 "문재인 대통령과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와 회담, 현대자동차, 삼성전자 등 유럽물류 시베리아 철도 신속운송협의, 시베리아 철도를 통해 유럽으로 가능 꿈의 실현을 위해 북방경제협력위원회가 앞장서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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