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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치 넘은 우리은행, 이번에는 낙하산이 고비

금융/증시

    관치 넘은 우리은행, 이번에는 낙하산이 고비

    "내외부 추천받아 낙하산 반대여론 거세면 탈락"

    (사진=자료사진)

     

    금융권 새판짜기의 시금석이 될 수 있는 차기 우리은행장 인선이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간다. 우리은행은 이르면 17일이나 늦어도 다음주 초에는 이사회를 열고 차기 행장 후보군을 추린다는 계획이다.

    '내부 인사 발탁이냐, 아니면 외부 인사 기용이냐' 우리은행 차기 행장 인선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부분이다. 내부 발탁이면 민영화 1기 행장인 이광구 현 행장에 이어 민영화를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외부인사를 기용하면 낙하산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당초 우리은행이 최근 사의를 밝힌 이광구 행장을 올해 초 인선할 때는 최근 5년 이내 우리은행과 우리금융지주의 전현직 부행장급 임원과 계열사 대표이사로 후보 자격을 제한했다. 200여명에 이르는 전현직 임원을 대상으로 사실상 내부 공모를 한 셈이었다.

    반면 우리은행 이사회는 이번에는 일단 차기 행장 후보군을 외부 추천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현직 우리은행 임원'이라는 자격 기준 대신 추천을 하게 되면 우리은행 외부 인사가 거명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외부인사를 추천하게 되면 '낙하산' 논란을 피할 수 없다. 우리은행 노동조합 관계자는 "내부에 대해 잘 모르는 외부인사의 기용이 은행 경쟁력에 도움이 될 리 없다"며 "낙하산은 절대 안된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삼성증권 출신 황영기 전 행장이나 엘지카드 출신 박해춘 전 행장 등을 꼽고 있다. 채용비리 의혹 때문에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는 만큼 내놓고 말은 못하지만 우리은행 내부 여론은 노조의 주장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반면 행장 후보군에 외부인사를 포함시켜야 한다는 의견은 고질적인 파벌 다툼 등 우리은행 내부의 문제에 주목하고 있다. 이순우 전 행장과 이광구 행장 등 상업은행 출신이 연임하자 한일은행 출신이 채용 비리 의혹을 터뜨리며 이광구 행장을 흔들어 사임까지 이르게 했다는 의심이다. 이에 따라 능력 있고 중립적인 외부인사가 은행의 경영을 책임지는 것이 지금은 답이라는 논리이다.

    이를 테면 지난 9월 부산 경남은행 지주사인 BNK금융지주 회장에 김지완 전 하나금융 부회장이 선출된 사례가 우리은행에는 본보기가 될 수 있다. BNK는 성세환 이장호 전 회장이 각각 시세조정과 엘시티 특혜대출 혐의로 기소되는 등 내부 인사들의 비리가 잇따라 드러나자 외부인사를 기용해 조직을 쇄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고 선택은 김지완 현 회장이었다.

    부산상고 출신으로 은행업에서 별 경력이 없었던 김지완 회장은 2012년 대선 때 당시 문재인 후보 캠프에서 경제고문을 지낸 점이 부각되면서 '낙하산'이라는 반발에 부딪혔으나 무난히 회장에 취임했다.

    다만 우리은행 이사회가 외부 인사를 후보군에 추천하더라도 무조건 밀어붙일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복수의 후보군을 공개한 뒤 여론의 흐름을 봐서 후보군을 좁혀나가는 방식이 유력하다는 것이다.

    앞서 정부 산하기관이자 우리은행 단일최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의 임원추천위원회 참여를 검토했으나 '관치'라는 부정적인 여론에 부딪히자 참여하지 않기로 한 전례를 행장 선임 과정에 적용한다는 것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내외부 인사를 가리지 않고 일단 후보군에 포함시킨 뒤 '낙하산 반대' 여론이 거세면 외부인사를 탈락시킬 수 있다"며 "이렇게 하면 명분과 실리를 동시에 얻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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